"서럽다"..무명의 연예기획사가 홍보할 때 벌어지는 일

조회수 2019. 12. 14. 08: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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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연예기획사 대표가 말하는 일상과 꿈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의 세계. 연예계에는 수많은 연예기획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SM, JYP, SM 등 이른바 3대 엔터사라 불리는 대형 기획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군소 업체죠.
많은 중소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오늘도 자사 홍보를 위해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 업체 가운데서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죠.
보통 연예기획사는 다른 업체에 비해 화려할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이 있지만 어떨까요. 늘 쏟아지는 환호 속에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랄까요?

그중에서도 신생업체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한 업체 대표에게 직접 소개를 부탁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예기획사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김원식입니다.
저희는 출범한 지 3년 된 신생 연예기획사입니다. 2017년에 공연기획사로 시작했고, 올해부터 매니지먼트로 영역을 확장했죠.

갓 시작했지만 엔터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겠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엔터 회사의 대표라고 하지만 화려할 것이라는 인식과는 좀 다릅니다. 작은 회사다 보니 직접 일반 문서작업, 운전은 물론 보도자료까지 쓰죠.
갖은 잡무도 합니다. 소속 아티스트들을 홍보하고 그들이 더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어요.

그럼 회사에 어떤 아티스트가 있냐고요? 현재 2팀의 뮤지션과 1명의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싱크로니시티'는 결성된 지 4년 된 팀으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하고 있어요. 보컬에 유수미, 기타에 안동욱으로 구성되어 있죠.
'루네'는 2018년에 첫 싱글 '달'로 데뷔한 따끈따끈한 신인입니다. 태연과 아이유 같은 뛰어난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이 있죠.
이지우는 게임 크리에이터인데요. 저랑 겜메이트라는 게임 팟캐스트 방송을 같이 하고 있어요. 지우 양은 트위치에서도 열심히 게임방송을 하고 있답니다.
인기 아이돌처럼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모두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멋진 아티스트라고 자부합니다.

그럼 연예기획사 대표니까 방송국이나 언론사를 주로 출입하냐고요? 아닙니다. 신생 업체는 방송국에 소속 가수 한번 내보내기도 쉽지 않아요. 

저희는 올해 라디오 방송에 2번 나가봤어요. 그래서 아티스트들을 알리기 위한 홍보에 남다른 발상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의도 자주 하죠.
소속가수 '루네'를 알리기 위해 유명 과자와 연결해서 홍보한 적도 있어요. 이름하여 '루네띠네'. 웃길지도 모르지만 저희는 이런 아이디어도 필요합니다.
홍보를 위해 여기저기 무작정 찾아가기도 해요. 대학교 총학생회나 시청부터 군청, 문화재단, 교육청 등도 출입해요. 신생업체라 회사소개서를 직접 들고 찾아가죠.

아직 인지도가 낮다 보니 싸늘한 반응은 일상적이죠.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 총학생회에 들어갔을 때는 저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이 다리 꼬고 앉아서 쳐다보지도 않은 채 '거기 두고 가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 적도 있고요.
또 한 번은 저희 가수 루네를 데리고 간 적이 있었어요. 유명한 인기 아이돌도 오는 행사였죠.
그런데 주최 측에서 유명 아이돌과 저희를 대하는 태도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달랐어요. 어서 유명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기가 모든 것인 세계.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겪으니 서럽더군요. 

출처: 훈남하이TV
물론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콘텐츠 제작도 하죠. 회사 이름을 딴 훈남하이TV도 있고, 각 뮤지션들의 유튜브 채널도 있어요. 하지만 조회 수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

심지어 비용을 꽤 들여 제작한 콘텐츠인데도 조회 수가 나오지 않아서 이게 잘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아이디어는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한 자금과 인적자원이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기획만 해놓고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것들도 꽤 많답니다. 저희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데... 10%나 진행 중일까요? 그래도 언젠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죠. 아티스트는 연예기획사의 최우선 자산이니까요. 저의 주요 역할 중 하나입니다.
신생기획사이다보니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에 부족함이 있죠. 고생 끝에 연습실을 마련하기도 했고, 의상의 경우 협찬이 어렵다보니 사비로 챙겨줄 때도 있어요.
아티스트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회사에는 총 3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회사 규모가 작아도 의견충돌이 발생할 수 있죠. 그럴 때마다 분위기가 살벌해진답니다.

물론 감정적으로 쌓이지 않도록 무조건 당일에 푸는 게 원칙입니다. 다들 고생이세요. 회사가 커지면 가장 보답해야 할 분들이죠.

정작 대표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풀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럴 때면 사무실을 나와 책 한 권, 노트 한 권 들고 조용한 카페를 찾아가요. 가능한 사무실하고 먼 곳으로요. 휴대전화도 꺼놓고 맛있는 커피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또 노트에 이것저것 쓰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도 풀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

너무 힘든 이야기만 했나요? 하지만 좋은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청년 기업이고 열심히 뛰다 보니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구로구에 있는데 구로문화재단이나, 구로구의회, 기타 구로구 단체들과 접점이 늘고 있어요.

관계자들은 "아니, 구로에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어?"라며 좋아하시고 도와주시려고 하세요. 굉장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평생 함께할 인연들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업무협약을 체결해서 같이 일하는 제 또래의 회사 대표도 있고요. 이러한 행복한 인연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거 같아요.

사회공헌사업도 합니다. 회사는 수익을 내야 하지만 수익만 보고 움직이긴 싫더라고요. 

장애인식개선사업의 경우,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단지 차이일 뿐이라는 주제를 갖고 전국의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다니며 제안하고 있어요.
실제로 서울과 경기, 강원 쪽 교육지원청들과 함께 '장애인식개선교육 더좋은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하며 사회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사실 저는 지방 방송국의 아나운서 출신이랍니다. 그 경험을 살려서 지역 주민이나 청소년을 위한 MC 재능기부도 하는데요. 특히 구로구에서 MC 요청을 할 때마다 출연료에 상관없이 참여하죠.

고백하자면 예전에는 제가 엔터테인먼트 업무를 할 줄 몰랐습니다. 영문과를 나왔고, 아나운서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인연이 닿았더라고요.

제 비전은 확실합니다. 실력이 있고 꿈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 길을 몰라서, 사람에 치여서 도전하지 못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또 그들을 더 많은 관객과 연결하고 싶어요.
또 지금 하고 있는 장애인식개선 콘텐츠를 더 키워서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저와 관련된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길 꿈꾸죠.

짧게 소개했는데 어떠신가요? 보시다시피 연예기획사지만일반적인 생각처럼 화려하거나 멋있진 않아요. 그저 비전을 향해 열심히 노력할 뿐이죠. 

현실의 벽이 높다고 좌절하긴 이르죠. 아직 젊고 보람된 일도 많으니까요. 신생업체지만 꿈이 있는 회사,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회사로 만들고자 합니다.

엔터 업계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과 자주 뵙고 싶네요. 꼭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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