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보존된 세상에서 제일 어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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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과학자 사하똔.
사하똔에게는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딸이 있다. 딸의 이름은 아인즈. 고작 2살이 되었을 때 뇌암에 걸린 아이였다.
아인즈의 정확한 병명은 뇌실막모세포종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생존하지 못한 병이었다.
10번의 수술과 12번의 화학 요법, 20번의 방사선 치료까지.
딸의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는 걸 알았지만, 사하똔은 현대의학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했다.
가망이 없다는 게 확실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했어요."(사하똔)
그럼에도 아인즈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뇌에서 암세포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사하똔은 직접 치료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것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하나.
냉동 보존술이었다. 아인즈를 살릴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아이를 냉동시켜 두겠다는 것.
그렇게 미국에서 전문가들이 왔다.
우리는 아주 차가운 초저체온법을 써서 세포의 생존력을 유지하려 합니다. 이 방법으로 미래에 과학이 더욱 발전하면 사인이 된 병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애런 드레이크, 냉동 보존 전문가)
아인즈의 심장이 멈춘 순간 냉동 보존술도 시작됐다.
전신을 냉동 보존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인즈의 경우 뇌만 냉동 보존하기로 했다. 훗날 새로운 인체를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 해동된 아인즈의 뇌와 새 인체를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캡슐에 보관된 상태로 미국으로 옮겨진 아인즈. 냉동 보존된 사람 중 가장 어린 사례였다.
아인즈의 일이 알려지자 태국 내에서 비난 여론도 물론 있었다. 아버지의 이기심에 비롯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태국의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아버지가 아인즈의 영혼을 가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대대적인 사건이었죠. 태국에선 머리만 놔두고 몸과 같이 화장하지 않는다면 다음 생에 불완전하게 태어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요. 계속 이승에 묶여 있는 거죠. 아이가 근심 없이 떠나는 걸 부모가 막은 거예요."(수지라 아룬삐빳, TV 진행자)
사하똔도 딸을 보낼 수 없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고작 3년도 못 산 딸에게 마지막 기회는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한다.
딸을 다시 보기만을 원했다면 이기적인 이유밖에 안 됐겠죠. 하지만 자식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면 생명을 줘서 기회를 주는 거죠. 생명이 없다면 기회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한 겁니다."(사하똔)
여전히 의견은 분분하지만,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사하똔과 가족들.
훗날 아인즈가 똑같은 모습 그대로 살아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억까지 온전히 갖춘 채 되살릴 확률이 0.1%에 가깝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그저 지금 이 순간에도 희망을 품는다. 아인즈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 뿐이다.
사하똔과 가족들이 아인즈를 위해 남긴 영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희망을 얼리다: 환생을 향하여'.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