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형 대지를 채운 중정주택

조회수 2020. 9. 17. 18: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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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들마을 하담집

서들마을 하담집

대규모로 조성된 택지에 새로운 집들이 경쟁하듯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곳. 마을의 북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대지는 두 면이 도로에 접한 부정형의 필지로, 먼저 자리 잡은 이웃집들에 의해 사방이 막혀 있었다. 그나마 서측 도로 너머로 주거지역을 경계 지어주는 증산이 대지의 숨통을 틔워준다.

이곳에 부부는 오랜 기간의 아파트 생활을 마무리하고 주변 대지에 지어진 집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가족을 위한 단독주택을 지었다.
△ 건물 전경. 부부와 두 자녀를 위한 단독주택은 주변 집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 부정형의 대지를 온전히 사용하고자 한 집은 마치 여러 동의 건물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로에서 집안이 잘 보이지 않게
만들어 주세요

주변 대지에 지어진 대다수의 집은 마당과 건물을 양분한 후 남측 또는 동측으로 집을 열어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으로 이웃과 도로변에 가족들의 생활이 가감 없이 노출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건축주는 외부에서 본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없는 집을 원했다. 특히 인접한 두 대지에 먼저 자리 잡은 집들도 저마다 좋은 향을 찾기 위해 집의 뒷면을 계획 대지에 바싹 붙여놓고 있었기에 가족의 거주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너무 폐쇄적이지 않아 주변과의 관계도 소원해지지 않을 수 있는 집을 구상해야 했다.

△ 건물 형태 변화 과정

부정형의 필지에 집을 네모반듯하게 앉히고 나면 사용하기 힘든 자투리 땅이 생기게 된다. 이에 건축가는 우선 부정형의 필지를 가득 채우는 볼륨을 만들고 그 중앙을 비워 프로그램을 담을 영역과 마당이 될 영역을 구분했다. 그러고 나서 중앙의 마당과 가족들의 공용공간이 자리할 1층 부분의 채광을 고려하여 남측의 볼륨을 조정했다. 마당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싸는 구성은 집을 내부로 열리게 하여 건축주가 원하는 거주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집의 각 부분이 구심점이 되는 마당을 통해 시각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다음 단계로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볼륨에서 생활에 사용되는 공간을 배열한 후, 남는 예각의 자투리 땅들을 비워 중앙의 마당 외에 작은 마당을 몇 개 더 만들었다. 이렇게 비워지는 부분들은 집을 구성하는 개개의 프로그램들 사이에 위치하여 외부로 닫혀있는 구성에 균열을 만들어 내며, 이 균열을 통해 가족들의 시선이 외부로 이어지고 이웃들의 시선을 집의 내부로 관통시킨다. 이는 내적으로는 개개인의 가족 구성원을, 외적으로는 집과 이웃을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 평면 개념 스케치
△ 단면 개념 스케치

남쪽 동의 지붕 높이와 경사도를 이용하여 남쪽의 이웃집에서는 집의 내부가 보이지 않지만, 마당으로 최대한의 채광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였다.

△ 집의 중심에 위치한 가족들만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마당 - 중정

하늘이 마당으로 담겨 내려오는 것 같아요
△ 거실에서 바라본 중정의 풍경. 마당을 중심으로 각 실들에서 다양한 풍경의 마당을 느낄 수 있다.

1층은 거실과 계단실, 게스트룸, 화장실, 주방 및 식당이 각각 별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은 두 자녀의 방과 안방 및 부속실의 동으로 나누어져 집 중앙의 마당에 면해있는 복도로 연결된다. 특히 1층의 모든 실과 2층의 안방은 중앙의 마당에 직접 면하여 실내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 현관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거실은 중정과 면해 항상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 거실과 마찬가지로 중정에 직접 면한 주방은 항상 밝은 공간이 된다.
△ 가사를 하면서도 작은 마당, 중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주방.

주방 옆 작은 마당과 게스트룸으로 이어지는 복도 옆 작은 마당 등 부정형 대지에서 예각의 자투리 부분을 활용한 작은 마당은 중정과는 또 다른 풍경과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한 여러 곳에 분산되어 배치된 작은 마당들은 시선이 중정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어지게 해 준다.

△ 작은 마당과 복도 그리고 중정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있는 공간
△ 다락을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활용도를 높인 자녀방
△ 자녀방 다락
△ 취향에 맞춘 가구를 이용하여 공간을 풍성하게 만든 자녀방 2
△ 주변 풍경을 느낄 수 있는 2층 테라스

2층의 자녀방과 그사이의 테라스는 이웃한 증산을 바라볼 수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집을 이루는 각 실은 중앙의 마당과 추가로 설치된 작은 마당들과 면해 항상 자연과 햇빛을 가득 담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현장을 방문한 건축주 부부는 각각의 마당에 저마다의 하늘이 담겨 내려오는 듯하다며, “하늘이 담겨 내려오는 집”을 줄인 “하담집”으로 집의 이름을 정했다.

△ 각각의 풍경을 담고 있는 숨겨진 4개의 작은 마당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
△ 이 집의 이름처럼 하늘이 담겨 내려오는 듯한 모습의 중정은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다.

벽돌도 특이하고 집도 특이하네요

하담집을 구성하는 외벽의 주재료는 점토벽돌과 STO 외단열 시스템이다. 벽돌은 건축주께서 직접 선택한 것이라 이견은 없었으나 컬러의 선택이 중요했다. 따라서 건축가는 너무 다채로운 색보다는 단순하여 하나의 면으로 읽힐 수 있는 컬러를 선택했다. 흰색의 STO 부분은 외부의 컬러와 대비되게 하여 하나의 큰 덩어리에서 부분을 파내고 그 속에 작은 마당을 만든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 건물 전경. 집터를 가득 메운 듯한 모습의 집은 내부에 숨어있는 다채로움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하담집은 단순히 중정만을 가진 집이 아니다. 중앙의 마당과 추가로 제안된 작은 마당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집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내부에서의 시선은 중정에서 머물지 않고 다른 작은 마당으로 뻗어 나가게 된다. 그렇기에 가족들은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풍경들을 만나게 되어 항상 공간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집에 오시는 분들이 다들 예쁘다고 하시고 집의 형태를 신기하게 보십니다. 하담집 창으로 보이는 겨울과 봄, 여름의 하늘이 저희에세 감동을 줬으며, 다가올 가을 하늘이 기다려집니다.”

- 입주 후 반년이 지난 어느 날 건축주께서 보내신 문자 내용 중 -


건축개요  


위치: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2층, 다락

대지면적: 301.40m² (91.17py)

건축면적: 140.48m² (42.50py)

연면적: 197.30m² (59.68py) 

건폐율: 46.61 % (법정 60%)

용적률: 65.46 % (법정 120%)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주차대수: 1대

사진: 이시권

설계: 소이원건축사사무소 / 02.575.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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