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미장센'을 만드는 사람

조회수 2020. 10. 13. 17: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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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도] 박진아 광고아트디렉터 인터뷰
장래희망' 란에 어떤 직업을 써내는 게 멋있어 보일지 고민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무슨 일 할지' 고민했던 학창시절처럼, 취업·이직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 또한 직업과 직무일 텐데요. 고용노동부 워크넷의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직업 수는 1만 6891개(2019년 기준)에 달합니다. 최근 8년 사이 5236개의 직업이 새롭게 생겨났다고 합니다.

수많은 직업 중 내 자리는 어디에…' 고뇌하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컴퍼니 타임스가 "세상의 이런 '일'도"를 연재합니다. 들어는 봤는데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르는 직업, '세상에 이런 일도 있었나' 싶은 이색 직업, 영화·드라마에서는 멋지게 나오는데 실상은 어떤지 궁금한 직업 등 다양한 '일자리'를 다뤄봅니다.
우리는 미장센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박진아 아트디렉터는 광고아트디렉터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미장센(mise en scene)’은 연극·영화 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을 말한다. 광고에서 미장센은 ‘화면 속 인물을 제외한 배경이나 소품에 대한 미적 기준’을 뜻한다. 광고아트디렉터는 이 미장센을 만진다.

박 디렉터는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와 LG 올레드 TV, 네이버 나우, 이케아코리아, CJ제일제당의 햇반 등 굵직한 브랜드 TV 광고 제작에 참여했다. 현재는 광고아트디렉터로 자리 잡고 한 팀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광고아트디렉터’란 일에 대해 물었다.

◇ “광고아트디렉터, ‘글’을 ‘이미지’로 풀어내는 사람”

광고와 관련된 직종으로는 광고기획자,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광고 프로듀서, CF 감독, 미디어플래너, 이벤트 PD, 광고사진가, 온라인광고 전문가 등이 있다. 이 중 아트디렉터는 글로 쓴 기획안을 시각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현장에서 일하는 ‘실행팀’이라 할 수 있다.

“화면 이미지를 예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미장센적인 요소라고 이야기하는데, 광고아트디렉터는 한 화면에 들어오는 모든 배경을 만지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을 합니다.”

한 편의 광고는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광고주가 제작을 의뢰하면 대행사가 기획안을 내고 콘티를 짠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덕션 감독과 PD들이 스토리를 구성한다. 콘티가 그려지면, 의상팀과 아트팀 등 실무팀이 나선다. 헤드급들이 모여 콘셉트 회의를 하면 아트디렉터의 일이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콘티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하면서 소품이나 세팅 플랜을 짭니다. 준비된 것들을 세팅하고 촬영한 뒤 철수하는 것까지 책임져요. 이후 편집본을 바탕으로 한, 색 보정이나 음악 작업 등은 또 다른 분야고요.”

콘셉트 회의를 한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레퍼런스(참고자료)를 찾는 일. 의외로 이는 매우 중요하다. 이미지를 제대로 찾지 못하면 결과가 기획 의도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이미지로 커뮤니케이션해요. 처음 레퍼런스를 찾을 때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준비를 하면서도 답안지처럼 갖고 갈 수 있어요. 이 단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출처: 삼성 비스포크 광고 화면 캡쳐
박진아 광고아트디렉터가 직접 세트 디자인을 한 삼성 비스포크 광고. 모든 사양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상품의 특성을 살려, 개성 있지만 통일된 느낌의 ‘인테리어 가전’ 콘셉트를 살리는 연출을 했다.

◇ “트렌디한 감각 중요… 인내심은 필수”

광고아트디렉터의 업무 강도는 꽤 센 편이다. 돌발 일정도 많이 생긴다. 요즘 직장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과는 조금 거리가 먼 직업이다.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가 없어요. 내 스케줄을 내가 모르거든요. 워낙에 변수가 많은 직종이라 갑자기 회의가 생기거나 야근을 하거나 자료를 만들어야하는 일들이 종종 생겨요.”

도제식 환경이라 사람 스트레스도 크다. 헤드급이 되기 전까진 보수도 낮은 편이다. 박 디렉터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를 잘 풀어내는 사람이 광고아트디렉터로서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어떤 분야보다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이 직업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실력은 그 다음 문제고요. 한 프로젝트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요.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많고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죠. 날것의 말들을 무던하게 버티는 친구들이 오래가더라고요.”

영화와 달리 광고는 트렌드가 중요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감각이 떨어지면 그대로 도태되는 게 업계 현실이다.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을 때도 감이 있는 사람이 일에 대한 습득도 빠른 것 같아요. 똑같이 흰색 배경을 찾아도 각자의 센스에 따라 역량 차이가 나더라고요. 트렌드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금방 도태되기 때문에 늘 유행과 이슈를 공부해야 합니다.”

출처: 이케아코리아 광고 화면 캡처
박진아 광고아트디렉터가 작업한 이케아코리아 광고. 이케아 가구 및 소품들을 활용해 감각적이고 컬러풀한 이미지를 살렸다.

◇ “직업의 매력? 가장 새롭고 트렌디한 걸 먼저 접할 수 있단 점”

조형예술과를 나온 박 디렉터는 대학교 때 영상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영화와 광고 관련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계기가 돼 광고아트디렉터가 됐다. 현재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광고아트디렉터는 광고회사에 취업을 해 시작할 수 있지만, 박 디렉터처럼 아르바이트를 한 인연이 연결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현장을 핸들링하는 경험치가 쌓이고 나니까 직업에 대한 집중도는 더 올라가는 것 같아요. 그에 대한 만족감이 있죠. 프로젝트가 크면 클수록 촬영장은 힘들지만, 광고가 예쁘게 나오면 거기서 오는 뿌듯함이 커요.”

광고는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많기 때문에, 변화와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잘 맞는다. 가장 유행을 빨리 읽을 수 있는 점 또한 광고아트디렉터란 직업이 가진 매력이다.

“매 순간, 매 프로젝트가 모두 다른 환경이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구나 소품 등 새로운 예쁜 것들이 나오면 가장 먼저 사용해볼 수 있고 만져볼 수도 있죠. 유행에 빨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광고다 보니, 그런 것들을 제일 먼저 손대볼 수 있는 재미가 커요. 우리는 항상 최신의, 트렌디한 것에 대한 이미지를 좇죠. 아웃풋이 예뻐야 하니까 끊임없이 예쁜 이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매력적이에요. 분명히 매력이 충분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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