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할 건데..견딜 수 있겠니?"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가스라이팅 할 건데 괜찮아요? 견딜 수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람. 대표가 면접을 볼 사람에게 전화를 하더니 갑자기 '가스라이팅'을 예고했다. 통화 내용이 사무실에 울려 퍼지자 사무실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당장 한 명의 일손이라도 필요한 시점에, 직원을 모셔와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 가스라이팅을 예고하다니. 이런 기괴한 전화를 받고도 면접을 보러 와줄까. 와줬으면. 내가 다 조마조마하다.
스타트업인 우리 회사는 외부에서는 나름 주목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나 역시 가능성을 보고 입사했다. 처음 면접을 봤을 때 뭔가 친근하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학교 동아리 형같이 친근하게 대해준 대표도 이 회사를 선택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다. 면접에서 술은 잘 먹는지, 고양이는 키우는지 같은 소소한 질문들을 했는데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이 회사를 자기 집처럼 여기는 대표의 태도가 막상 직원이 되니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이 있을 수 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문제는 일을 하다 의견이 충돌하거나 클라이언트와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이 대표의 기분까지 살펴 맞춰주길 원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인만큼 직원 수도 적고, 적은 인원이 '으쌰으쌰' 서로 도와가며 일을 해도 잘될까 말까인데… 대표는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를 진짜 '날 보살펴주는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직원들이 대표를 엄마처럼 위로하고 보살펴주기를 바란달까. 아니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직원이 대표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표가 직원에게 짜증내고 투덜거리면서 '엄마'처럼 보살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냔 말이다.
"내가 대표잖아요. 직원이니까 내가 징징거리는 거 다 받아줘야지. 직원은 내 말에 '네'만 하면 된다고요."
특히나 대표가 회사에서 밤이라도 샌 날이면 회사 분위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이렇게 심기가 불편한 날에는 대표에게 말 한마디 걸기도 무섭다. 그러다 기분 좋아 보이는 날에 "오랜만에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놀고 온 거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는 말도 들었다. 휴, 이러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건지…
대표님, 회사는 회사예요. 아무리 친해도 '직원은 직원, 대표는 대표' '가족은 가족, 회사는 회사' 기억합니다. 이러니 그나마 뽑힌 사람들도 3일을 못 견디고 뛰쳐나가는 것 아닙니까!
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