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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아이스크림 품은 빙그레..직원들 속마음은?

조회수 2020. 10. 19.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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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비교]"메로나와 브라보콘, 이제 '투게더'"..가족이 된 두 회사
"사랑이 담긴 아이스크림 온 가족이 함께 '투게더'"

'브라보콘'이 30여 년간 몸담았던 해태를 떠나 빙그레로 적을 옮겼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한때 경쟁사였던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한 가족이 됐다. 

빙그레는 지난 5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주식 100%를 13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개월여간의 기업결합 심사 끝에 지난달 29일 이를 최종 승인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 1월 해태제과식품이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세운 회사다.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 

그렇다고 당장 '해태아이스크림'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두 회사를 별개의 법인으로 두고 경영도 독자적으로 하기로 했다. 

서로의 독립성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두 개의 회사가 한 지붕 아래 들어간 이상 다른 회사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법. 해태아이스크림의 새로운 대표이사 자리에는 빙그레에서 경영기획담당을 맡았던 박창훈 전무가 선임됐다. 박 대표는 1986년 빙그레에 입사해 2019년부터 경영기획을 담당, 이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업무를 총괄했다. 

◇ 업계 1위 위협하는 2·4위의 만남…"'브라보콘' 들고 해외 갑니다"

빙과시장은 시장 2위와 4위의 결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 32.5% 빙그레 27.9%, 롯데푸드 14.1%, 해태 12.2% 수준이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빙과시장은 '롯데'와 '빙그레+해태'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매출액 역시 롯데제과에 대적할 만한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 1위였던 롯데제과의 빙과 매출액은 5000억원,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빙과 매출액은 각각 3000억원, 1800억원 수준이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을 합하면 롯데제과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지난 3월 두 회사의 결합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시장은 입을 모아 '윈윈(win-win)'을 말했다. 아이스크림 부문에서 적자로 고전해온 해태제과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충분한 현금유동성을 가진 빙그레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가 확정된 뒤 해태제과식품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높였다. 빙그레는 이번 결합으로 식품업계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을 이용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빙그레는 이미 상반기 매출의 50%가 해외에서 날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 매출 대부분이 '메로나' 한 제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빙그레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해외 판로에 해태아이스크림의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얹어 수출 제품 다양화를 이룰 경우 그야말로 '윈윈'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거래는 양쪽 모두 윈윈"이라며 "빙그레의 생산 효율성, 주력 제품 중심 영업망, 해외 네크워크 등을 고려할 때 해태아이스크림의 빠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 "결국 '사람'의 결합"…빙그레가 된 해태아이스크림은 어떤 회사가 될까?

기업결합은 단적으로 '숫자'로 결정되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회사의 결합은 단지 '브라보콘'이 '빙그레로 이직했다'거나, 재무제표가 연결된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조직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업 결합으로 해태아이스크림 직원들은, 비록 회사 이름은 변하지 않았더라도, 해태제과에서 빙그레로 소속이 바뀌었다. 변화는 벌써 시작됐다. 당장 경쟁사였던 빙그레 임원이 회사 대표로 선임됐다. 밖에서는 '기업결합' '윈윈'이라는 간결한 단어로 평가하지만, 해태아이스크림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가 어떻게 변할지' '내가 일하는 환경은 어떻게 바뀔지' 촉각이 곤두설 일이다.  

두 회사는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같은까? 각 회사에 대한 조직원들의 평가를 알면, 이 회사가 어떻게 바뀔지, 이제 한 가족이 된 조직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터. 두 회사에 대한 전·현직자들의 평가를 살펴봤다.


빙그레의 직원 총만족도는 3.1점이다. 전·현직자들은 '복지·급여'(3.4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CEO지지율이 55%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빙그레 전·현직자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응답자 중 절반은 '야근은 일주일에 1~2회' 정도 했고, 휴가는 '1년에 15일 이상' 사용했다. 다만 연차를 사용할 때는 '눈치가 보이는 편'(67%)이다. 최근 연봉인상율은 1~5% 정도다.

전·현직자들은 "대기업답게 연봉이 높고 복지가 좋다" "아이스크림 신제품을 먼저 마음껏 접할 수 있다" "교육 및 업무 관련 시스템이 잘돼 있음. 회사의 정석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군대 문화가 남아있다""보수적이고 형식적인 서류들이 많아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라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그래도 젊은 직원들 이야기가 점점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에서 조직의 변화 노력이 엿보인다. 


해태아이스크림이 속해 있던 해태제과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총만족도는 2.3점이다. 업무와 삶의 균형(2.4점)과 승진 기회·가능성(2.4점)이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경영진에 대한 평가(1.9점)는 1점대에 머물렀다. 빙그레보다 총만족도는 낮지만, 더 높은 평가를 받은 항목도 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현직 직원들은 팀 또는 회사 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가 존재한다(53%)고 했다. 빙그레보다 근무 시간은 더 긴 것으로 보인다. 10명 중 3명이 '일주일에 5일 이상 야근을 한다'고 답했다. 휴가 역시 '1년에 10일 이하'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54%였다. 전·현직자들은 "군대식 문화"를 힘들어했고, "주말에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각종 활동"들을 단점으로 언급했다. "높은 인지도""안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로 다른 두 회사지만, 공통으로 나온 장점이 있다 .바로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 빙과 업계 '탑(top)'을 노리는 회사답다. 업무 분위기도 일하는 방식도 달랐을 서로 다른 두 회사를 하나로 엮은 '아이스크림'처럼, 이번 만남이 서로에게 달콤한 '윈윈'이 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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