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여기 어때? 연남동 핫플레이스 추천
하루의 마감은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며 시작된다. 친숙한 냄새와 공기가 느껴지면 이내 안도한다. 나는 요즘 그 안도감의 재료가 될 무언가를 찾는 중이다.
나와 궁합이 맞는 향
“아침에 인센스를 피워놓고 나가면 저녁에 집에 돌아올 때까지 은은한 향이 남아 있을 거예요.”
향로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사려고 연남동의 인센스 숍 ‘코주’에 갔다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센스는 목분(나무를 분쇄한 것)을 베이스로 가향재와 향료를 섞어 만든 것이다.
일본 황실의 향을 만들면서 시작한 브랜드 ‘코주’는 40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면서 목분의 질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수십 년 쓸 나무를 한 번에 구해 원료가 안정적이며, 향료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는 발향 기술로 첫 향과 잔향이 다르지 않게 한다고 했다.
지름 2mm, 길이 14cm의 얇은 봉을 20여 분간 태워 공간에 향을 입히는 인센스 스틱. 세 시간 이상 피워야 향이 균일하게 퍼지는 캔들과 한 번 따면 닫기 어려운 디퓨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이것을 알고 나니, 다시금 내 집의 향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다섯 개가 한 세트인 입문용 인센스를 둘러보는 사이, 숍의 주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즐겨 쓰는 향수가 있는지, 핸드크림은 어떤 걸 쓰는지, 향을 피우는 목적이 뭔지 물었다. 늘 갖고 다니는 핸드크림의 우디 향을 좋아한다는 사실과 향이 오래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자 백단 향을 추천했다.
내 집을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 그것
이렇게 나는 인센스 세계에 입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요즘, 카페가 아닌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나는 새로운 향을 추천받았다. 커피의 산미를 해치지 않을 은은한 향, 침향이 일부 섞인 두 번째 인센스에는 백단 향도 약간 들어 있어 친근했다.
요즘은 집에서 작업할 때나 커피를 마실 때, 또 청소할 때도 인센스를 피워둔다. 타는 모습을 보며 멍때리기도 하고, 어느새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내 곁에 향만 남기도 한다. 지금 나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이전보다 더 깊이 있게 쓰고 있다.
아침에 피워놓은 인센스는 현관문을 연 직후보다는 집 안으로 몇 걸음을 들어선 뒤에야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천천히 집 곳곳에 스며들어 내게 안도감을 주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코주(Koju)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61-11 2층
(매주 월∙화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