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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수호자' 지미 송.."사람 살리는 개발자를 양성합니다"

조회수 2019. 12. 13. 10: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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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강남 논스에서 ‘비트코인 수호자’를 만났다. 카우보이모자, 호탕한 웃음. 업계에선 비트코인 교육자로도 유명한 지미 송(Jimmy Song, 송재준)이다. 

그는 여러 강의와 콘텐츠를 통해 비트코인을 알리고, 비트코인 외에 암호화폐(알트코인)나 비트코인을 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내는 인물이다. 지난달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비트코인>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비트코인에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었다. 2011년 처음 비트코인을 접한 후 비트코인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기까지 2년의 세월이 걸렸다. 비트코인의 첫인상은 ‘디지털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출처: 블록인프레스
한국에서 태어나 8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지미 송은 "한글 인터뷰가 나오면 부모님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읽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비트코인 프로그래머로, 교육자로 이끈 것일까. 특히 그가 개발자 양성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로 지미송은 “비트코인이 위태로운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사회 변화”라고 꼽았다. 개발자로서 사회 변화를 이끄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게 비트코인 프로그래밍이 주는 영감이라는 것이다. 

블록인프레스는 지미송으로부터 비트코인 프로그래밍 책을 집필한 이유, 비트코인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 블록체인을 포함한 분산원장 기술에 대한 입장과 한국의 젊은 개발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Q.비트코인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책 서두가 수학 이론으로 이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책머리를 이렇게 잡은 이유가 있나요?


-2013년도에 처음 비트코인 프로그래밍을 시작할 무렵에는 이를 배울 리소스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비트코인에 관해 뭔가 적용해보려 하면 선행학습이 필요했고, 그 선행학습을 위한 선행학습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결국 디지털서명 기술에 대한 거의 모든 아이디어를 접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디지털 서명은 비트코인에 관련된 모든 프로그래밍의 핵심이에요. 비트코인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서명과 그 기반이 되는 근본적인 수학적 개념들을 설명해야 했어요. 예컨대 최소한 내가 비밀을 말하지 않고도 비밀을 안다는 걸 증명하는 개념을 이론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출처: 한빛미디어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비트코인> 책표지.

책에 나오는 유한체(finite field)와 타원곡선(elliptic curve)은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데 주요합니다.


안타깝게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내용이에요. 미래에 컴퓨터가 더 중요해진다면야 이걸 학교에서도 가르치겠지만, 현재로선 비트코인의 심장인 디지털 서명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두 개념을 설명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모든 프로그래머가 학교에서 반드시 수학을 다 통달할 필요는 없지만, 유한체 같은 개념을 접해보진 못했을 수 있어서요. 


수학에 관한 2~3챕터를 지나면 ‘아, 이제 뭔지 알겠어’라고 감을 잡을 겁니다. 이 지식을 기틀로 그 위에 무엇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요. 다행히 제가 수학과 학위를 거쳤기 때문에 이런 지식을 가르치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Q.처음부터 비트코인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건가요?


-2011년 비트코인에 대한 첫인상은 디지털 돈이다, 2100만 개만 발행된다는 사실이 전부였어요. 다들 디테일한 내용을 몰라도 가격이 오르겠구나 생각했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희소하다면 먼저 얻는 사람이 임자잖아요. ‘오, 비트코인 좀 공수해야겠는데?’ 했습니다.  


이후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화폐 혁명, 통화 경제 모델, 중앙은행의 메커니즘 등 그전에는 알 필요를 못 느꼈던 지식을 접하게 됐어요. 비트코인에 관한 온갖 경제적 지식을 흡수하고 나니 비트코인이 인류 보편의 공정함, 부의 평등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혁명이라고 인식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상상도 못 한 변화였어요.  


더 많은 사람이 시민혁명 차원에서 이 지식을 습득하길 바라고 있고요. 저는 사람과 사회를 바꾸는 데 일조하는 변화를 열성적으로 전하고 싶어요. 화폐가 어떻게 타락했는지, 각 사회 각 층위에서 어떻게 통화로 억압이 이뤄지는지 알게 된다면 비트코인과 같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하위 자치통화(sub-sovereign)가 이런 위험으로부터 자유를 주는 변화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Q.지금 설명해주신 그 가치를 제 부모님,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마침 <비트코인 길라잡이(Little Bitcoin Book)>라는 책도 썼습니다. 7명이 함께 쓴 책이에요. 비트코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으로 첫 챕터에선 비트코인에 대한 언급조차 없습니다. 대신 ‘오늘날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느냐’에 대해 쭉 써 내렸습니다. 현재 시스템은 심각하게 고장 났고, 비트코인이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전하는 목적입니다. 


예컨대 공저자 중 한 명이 미국 인권재단의 알렉스 글래드스테인(Alex Gladstein) 최고전략책임자(CSO)입니다. 그와 몇 달씩 인권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비트코인이 자꾸 거론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느 행사 현장에서 만난 탈북자도 제게 먼저 다가와서 비트코인에 대해 물어봤죠.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사람이 ‘이거 말 된다’고 하더라고요. 


정부가 통화 정책을 손에 틀어쥔, 동시에 미국을 포함한 외부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돈에 대한 억압을 받아본 사람은 비트코인에 대해 곧바로 이해합니다. 남한에선 비트코인이 도박인가보다 생각하겠지만, 이란 사람에게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돈’으로 설명하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요. 

Q.올 초 JP모건체이스도 “비트코인은 디스토피아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전 세계적으로 소유권은 자주 침해받는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경을 넘을 때 자산으로 가져가는 독특한 방식일 수 있습니다. 물론 금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서 국경의 구애를 받지 않지만, 들고 다닐 순 없잖아요. 비트코인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던 주체성을 선사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책 공저자 중 한 명인 알레한드로 마차도(Alejandro Machado)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가족도 아직 베네수엘라에 있어서 자주 방문한대요. 국가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콜롬비아로 피난을 갔지만요. 아무리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아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지킵니다. 재산이 모두 여기 있고, 타 국가로 가면 무일푼이 될 테니까요. 


이들이 국경을 넘어오기 전에 자기 소유를 모두 팔아 비트코인으로 바꾼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미 달러로 바꾼다면 국경에서 모두 걸렸겠지만, 비트코인으로는 국경 너머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콜롬비아의 비트코인 시장 가격은 낮게 형성돼 있는 편이에요. 파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비트코인이 사람들의 탈출을 돕고, 실제 세계에 변화를 주는 사례입니다. 


또 다른 공저자인 티미 아지보예(Timi Ajiboye)는 나이지리아 출신이에요. 함께 책을 쓰면서 나누는 토론에서 그는 “이봐. 미 달러는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중요한 화폐였어”라고 했어요. 제 부모님 입장에서도 비슷했어요. 50~70년대 원화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어요. 개개인이 자산 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었어요. 현세대는 야만적인 인플레이션을 모를 수 있지만, 부모 세대, 여타 국가에서 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출처: Amazon
<Little Bitcoin Book> 책표지

Q.알트코인이나 블록체인에 초점을 맞춘 솔루션에 공개적으로 지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비트코인이 없는 블록체인’ 담론은 미국에서 2014년도에 이미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R3, 디지털에셋홀딩스, IBM 하이퍼렛져 등 여러 회사가 블록체인 타이틀을 달았어요. 지금까지 그들이 뭘 제대로 만들어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 자신도 팍소스스탠다드에서 일해본 후 얻은 결론입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쓰는 명분은 ‘탈중앙화’가 돼야 합니다. 이런 방식을 취하면 당연히 느리고, 고비용을 감수해야 해요. 업그레이드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모든 걸 세팅하기까지 공을 들여야 하지만 그 가치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 거죠.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중앙화해있어요. 기업의 형태입니다. ‘블록체인으로 무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이에요. <블록체인 혁명> 같은 대중 서적이 큰 오해를 심어줬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도 기술 자체는 흥미롭다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비트코인과 결부해서 흥미로운 것이지 여타 아이디어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함정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블록체인, 알트코인에 대해 논의하다가 비트코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2013년에 이 업계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이제야 ‘비트코이너’라고 스스로 정체화하는 것처럼 말이죠. 한국도 어서 이 지점에 도달하길 바랍니다. 다만 ‘블록체인이 대수가 아니라 비트코인이 진짜 심오한 것이구나’를 받아들이는 데 몇 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Q.웹3나 분산 컴퓨팅과 같이 데이터를 분산된 형태로 통신, 관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몇몇 프로젝트에서 데이터가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설계하는 걸 목표로 꽤 흥미로운 컴퓨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에요. 사람들이 구글, 페이스북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탈중앙화한 인터넷을 쓰는, 미래의 희망이긴 하죠. 분명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동작하는 실물을 보지 않는 이상 그 아이디어에만 기대긴 어려울 듯합니다. 분명 시일이 걸릴 거에요.

Q.웹3나 분산 컴퓨팅과 같이 데이터를 분산된 형태로 통신, 관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몇몇 프로젝트에서 데이터가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설계하는 걸 목표로 꽤 흥미로운 컴퓨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에요. 사람들이 구글, 페이스북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탈중앙화한 인터넷을 쓰는, 미래의 희망이긴 하죠. 분명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동작하는 실물을 보지 않는 이상 그 아이디어에만 기대긴 어려울 듯합니다. 분명 시일이 걸릴 거에요.

똑똑한 채굴자는 미리 비트코인을 축적하거나 미래 계획을 세웁니다. 어떤 상품에든 마찬가지입니다. 석유 가격이 낮을 때 기업은 석유를 축적하든 자체적으로 소비하든 적절한 시점에 시장에 되팔거나 생산을 조절하고자 노력합니다. 여러 계산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하나의 변수가 끼어들어도 다른 변수까지 늘 고려하는 법입니다. 시장은 평형 상태를 회복하는 데 굉장히 능숙합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늘 “네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다”고 답해줍니다. 5년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할 예정이라면 사야죠. 하지만 6개월 뒤에 판가름이 나길 원한다면 지금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방합니다. 비트코인이 그걸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요. 경제학 수업 첫날 배우는 ‘수요가 늘고, 공급이 그대로라면, 가격이 오른다’는 경제적 패턴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Q.한국에 있는 개발자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코딩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세요.


-안타깝게도 뭐든 스스로 배워야 할 겁니다. 어디서 일하든 새로운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프로그래밍언어, 일하는 방식, 프로토콜 등을 스스로 학습해야 해요. 개발자에게는 꼭 필요한 스킬이긴 합니다.  


이왕이면 세상에 중요한 것을 배울수록 좋을 겁니다. 저도 개발자로 오래 일했지만, 나와 별 상관없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면 슬플 거예요. 영혼이 갈리는 기분이죠. 단 두 명이 쓰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 마치 독자가 두 명뿐인 기사를 쓰는 것과 같아요. 짜증 나요. 누구도 읽지 않을 개발 리포트를 쓰고, 아무도 안 쓰는 API를 개발하는 식이에요. 


(이렇게 되지 않고 싶다면) 개발자로서 사용자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대부분 개발자는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데, 이를 살짝 배우는 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목하는 이용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알아야 해요.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책 저자? 끔찍하잖아요. ‘내가 쿨한 걸 만들었으니 써봐’라고 하기보단 사용자의 생각, 수요를 먼저 떠올리면 좋아요. 


알트코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위해 일한다면 근 3년 안에 이런 짜증 나는 경험을 계속할 겁니다. 그러니 빨리 비트코인으로 갈아타서 자신의 영혼을 구하세요.

저는 미래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최고의 보상은 남들이 고마워하는 일에 기여하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사람들에게 이롭고자 해요. 욜로(YOLO)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태도를 취합니다. 법정화폐 시스템은 ‘지금 소비해라’, ‘당장 행복을 추구하라’고 권하지만,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100년을 바라보며 내 기득권을 내려놓는 관점을 공유합니다.


우리에겐 정부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문구도 없어요. 극도로 독립적인 사람들입니다. 특히 자유에 관한 가치관을 공유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목적 없는,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는 삶을 사는데, 비트코인은 무언가에 집중하게 해줘요.  


마치 자식을 낳아 세대를 형성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물려줄 자산, 올바른 가치관에 대해 늘 고민합니다. 이게 비트코이너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에요. 어떤 가치를 어떻게 올바르게 도달하게 할지에 대한 내용이에요.  


제가 서른이 넘어서 했던 고민을 20대 비트코이너들이 생각합니다. 성숙한 인간이 돼간다는 증거입니다.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은지 미리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게 제겐 상당한 고양감을 줘요. 그들이 원하는 삶을 미리 성취하면서 목표를 좇아 살아가도록 할 테니까요. 비트코인이 완벽한 답은 아니더라도 이런 삶을 가능케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나이 든 코더(coder)의 조언쯤으로 참고해주세요, 하하.  


썸네일 출처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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