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한자리 예약한 영화

조회수 2020. 10. 1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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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넷플릭스
극작가이자 감독인 아론 소킨하면, 어떤 말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첫 각본을 맡았던 영화이자, 법정 스릴러인 <어 퓨 굿 맨>(1992년)부터 그의 극작술은 빛을 발했었다. 이후 드라마 <웨스트 윙> 시리즈나, 첫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소셜 네트워크>(2010년), <머니볼>(2011년), 드라마 <뉴스룸> 시리즈, <스티브 잡스>(2015년), 첫 감독 작품인 <몰리스 게임>(2017년) 등에 이르기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했건, 혹은 그렇지 않건 간에 그의 각본은 캐릭터들에게 큰 힘을 부여해줬다. 그리고 그 힘은 그의 두 번째 연출 작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서 살아 숨 쉬었다.

외신들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예지력에 가까운 영화'라고 언급했다. 영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60년대 미국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 1965년,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존슨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 징집 계획을 발표한다.(영화 초반, 징집 '추첨' 결과에 좌절하는 남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에 징집을 피하고자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있는 대학 캠퍼스에선 저항 운동이 일어난다. 1966년 보비 실과 휴이 뉴턴은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흑인들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자경단, '흑표당'을 만든다. '마블 캐릭터'인 '블랙 팬서'도 여기서 따온 이름.
1968년, 베트남 전쟁에 의한 미군 피해가 절정을 향할 때,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세상을 떠난다. 흑인 민권 운동 지도자의 죽음에 많은 애도의 물결이 쏟아지고, 일부 시위는 폭력과 약탈로도 이어졌다. 이를 막고자 의회에서는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지역에 대립 상황을 조장한 '외부 선동가들'을 처벌하기 위한 폭력 진압법 '랩 브라운법'을 통과한다.

그해 6월,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당하자,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카고에서는 '전운'이 감돌게 됐다. 시카고 시장 리처드 데일리는 '반애국적 조직'에 대한 집회 허가를 거부한다.

결국, 전당대회가 열리는 주변엔 철조망이 둘러쌌고, 이런 압박 속에 다양한 반전운동 단체가 시카고로 집결한다. 그랜트 공원에선 수만 명의 시위자가 경찰, 군대와 충돌하면서 혼란이 펼쳐진다. 그리고 수백 명의 사람이 체포된다.

그해 11월, 리처드 닉슨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1969년 3월, 8명의 운동가가 '랩 브라운법'에 따라 기소된다. 민권 변호사 '윌리엄 컨슬러'(마크 라이런스)는 새 공화당 행정부가 내세운 혐의에 맞서, 변호를 진행한다.
8명의 인원은 다음과 같다. 민주 사회 학생회(SDS) 소속의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 '레니 데이비스'(알렉스 샤프), 청년 국제당(이피) 반체제 운동가 동맹 소속의 '애비 호프먼'(사챠 바론 코헨)과 '제리 루빈'(제레미 스트롱),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국가 동원 위원회(The MOBE) 설립자 '데이비드 델린저'(존 캐럴 린치), '존 프로인스'(다니엘 플라어티), '리 와이너'(노아 로빈스), 그리고 '흑표당' 의장 '보비 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이 8명은 서로 큰 연관이 없었다. 그저 '큰 그림'만 같았을 뿐, 세부적인 목적은 저마다 달랐기 때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의 출발점은 약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재판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아론 소킨에게 각본을 의뢰했던 것.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아론 소킨은 같은 목표를 가졌음에도 서로를 견딜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서로를 존중해주던 '톰 헤이든'과 '애비 호프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글을 써 내려 갔다.

재판 자체가 보여주는 법정 드라마, 평화로운 시위가 폭력적으로 급변한 이유는 곁가지였던 셈. 2007년 아론 소킨은 시나리오 초안을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작사 드림웍스에 보냈지만, '미국작가조합 파업'으로 인해 시나리오 검토는 잠정 중단됐다.
파업은 끝났지만, 두 사람은 다른 영화의 작업을 위해 이 시나리오를 잠시 덮어둬야 했다. 잊혔던 시나리오는, 2016년 미국 대선 결과 이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1968년 당시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2016년에도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사회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커졌기 때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당시 첫 연출작 <몰리스 게임>으로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아론 소킨에게 '연출' 제안을 하게 됐다. 그렇게 작품은 빠르게 캐스팅 작업을 마치고, 2019년 가을 시카고와 뉴저지 일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러나 영화의 공개를 앞둔 2020년 큰 '변수들'이 발생했다. 배급사 파라마운트는 본래 10월 개봉을 목표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극장 개봉이 불투명해지게 됐다. 이에 지난 7월, '넷플릭스'는 제작비(약 3,5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약 5,600만 달러를 지불하며, 판권을 가져왔다고 발표한다.

두 번째 변수는 5월 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해 재점화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이 영화 속에 등장한 프레드 햄프턴 사망 사건이나,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유사점을 보였다는 것. 앞서 언급한 '예지력에 가까운 영화'라는 점은 이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아론 소킨 감독은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각본을 수정한 게 아니라, 각본에 표현된 대로 시대가 퇴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4년 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자신을 응원하는 군중에게 시위대를 들것으로 실어 나르던 '옛날 그때'에 관해 열정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미국을 사랑하라, 그렇지 않으면 떠나라'가 다시 유행하는 슬로건이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은 "경찰과 충돌하는 시위대 영상을 매일 보고 있으면, 진짜 1968년 때와 똑같다"라면서, "심지어 민주당 내의 더 온건한 이들과 더 진보적인 이들 사이의 갈등조차 '톰'과 '애비' 사이의 갈등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을 보면 흡사 <변호인>(2013년)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있다. 단순히 법이 아닌 다른 모종의 이유로, 압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 '줄리어스 호프먼' 판사를 연기한 프랭크 란젤라는 사건을 공부하면서, 판사가 시작부터 피고들을 감옥에 보낼 의도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피고의 이야기를 듣는 데도, 법을 지키는 데도 관심이 없었다"라면서, "모든 것을 기각했으며 공정하게 재판을 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라고 밝혔다. <변호인>에서는 자기 생각이 곧 법이라 믿는 형사, '차동영'(곽도원)이 그 포지션에 있다.
<변호인>을 연상케 하는 지점은 작품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도 느낄 수 있다. <변호인>에서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송우석'(송강호)이 시민을 선동한 혐의로 구속되고, 참석 변호인단을 호명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당시 99명의 변호인단을 모두 부르는 장면처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도 마지막 장면을 통해 작품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힘주어 강조한다. 아론 소킨 감독이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저널리즘으로 의도되지도 않았다"라면서, "저널리즘이 사진이라면 이건 그림이다"라고 말한 의도가 고스란히 들어간 대목이었다.

한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뿐 아니라,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등 주요 부문의 후보로 손색이 없을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수의 할리우드 매체나, 시상식 관련 예측 전문 사이트 등에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을 유력 후보로 점치고 있는 상황.

여기에 모든 배우가 '연기 구멍' 찾아볼 수 없는 호연을 펼쳤기 때문에, <기생충>처럼 미국배우조합상의 앙상블상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2020/10/07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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