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더 트릴로지의 한 축

조회수 2020. 9. 25. 10: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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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or A7 스피커

▲ Spendor S100P

올해도 그렇지만 작년 한 해 스펜더는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스피커 브랜드 중 하나이다. JBL을 최고의 스피커로 알던 어린 시절 우연히 들었던 스펜더 S-100P의 질감 있는 소리는 JBL과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에 들었던 SP100의 소리는 이 정도면 평생 불만 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세상에는 매력적인 소리를 내는 스피커도 많고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들이 지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때때로 새로운 스피커를 들어보면 그 스피커가 내는 훌륭한 소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어린 시절 각인된 JBL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았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순수한 소리로 여운을 두고 공간을 채우는 JBL의 대형기는 온종일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변함없이 함께하고 싶은 스피커이다.


그런데 새롭게 바뀐 스펜더의 클래식 100을 들은 이후로 S-100P와 SP100을 처음 들었을 때의 예전 감정과 느낌이 살아나며 이 정도 스피커라면 더 큰 욕심 없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고로 좋은 오디오라도 하나의 시스템만 계속 들으면 그 시스템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유 없이 질리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내 시스템이 좋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뭔가 부족한 듯한 다른 시스템으로 가끔 분위기 전환을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하나로 만족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펜더가 들려주는 소리는 클래식 100이 아니라 클래식 1/2 정도만 되어도 한동안 다른 생각은 안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오늘 리뷰하는 A7이야말로 그런 제품이다. 엔트리급이라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말이다.


스펜더의 제품 라인은 클래식 시리즈와 D 시리즈 그리고 A 시리즈로 나뉜다. 클래식 시리즈는 말 그대로 스펜더의 정통성을 계승한 모델이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100은 12인치 우퍼를 가진 스펜더의 대표 격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오디오 업계의 인수 합병과 생산 라인의 글로벌화로 인해 아메리칸 사운드 혹은 브리티시 사운드 같은 말이 약간은 무색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런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며 특히 유닛과 캐비닛, 크로스오버까지 영국 내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는 스펜더의 경우 브리티시 사운드의 대표적 브랜드 중 하나이다. 호방한 아메리칸 사운드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중음의 질감을 채워주는 브리티시 사운드의 전형이 바로 스펜더의 클래식 시리즈인데 현재 출시되는 클래식 시리즈의 가장 작은 모델인 4/5조차 전형적인 클래식 라인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다만 현재 클래식 라인의 소리는 과거를 계승하지만,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트위터와 넓은 무대를 그리는 미드 우퍼의 영향으로 인해 약간은 차분하고 젖어있는 사운드에서 좀 더 화사한 쪽으로 진화했다.


스펜더의 D 시리즈는 하이엔드 지향의 모델이다. 캐비닛의 디자인에서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직육면체 플로어스탠딩 모델이지만 사용된 유닛의 종류나 배치 등에서 기존 스펜더의 클래식 라인과는 차별성이 느껴진다. 최근에 클래식 100과 D9을 같은 자리에서 비교하여 들어보았는데 완전히 다른 성향이라고 느꼈다. 전형적 브리티시 사운드의 클래식 100과는 달리 D9의 경우는 전 대역에서 초고해상도를 특징으로 전체적인 느낌이 상당히 호방하고 저음도 꽤 잘 나와서 아메리칸 사운드의 하이엔드 버전 같은 느낌이었다. 소리의 밸런스도 좋고 소스기나 앰프의 변화만이 아니라 케이블의 변화에도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여준다. 마스터링 스튜디오의 모니터 스피커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A 시리즈는 첫인상에서 스펜더의 엔트리급이라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클래식 시리즈나 D 시리즈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것도 그렇고 A 시리즈의 모든 모델이 2웨이 방식이어서 비주얼 면에서는 평범한 편이다. 하지만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그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바뀌며 클래식 시리즈나 D 시리즈와 성능으로 차별화되는 느낌은 사라지고 성향이 다른 느낌의 스피커로 느껴지는 것이다. A 시리즈는 A1, A2, A4, A7의 4가지 제품이 있고 D 시리즈는 D7, D9 이렇게 2가지 제품이 있다. A 시리즈에서 제일 비싼 A7과 D 시리즈에서 제일 저렴한 D7의 가격 차이는 2배 이상이다. 눈으로 보기에도 그래 보인다. 그런데 소리를 듣는 순간 A7의 성능 덕분에 상위 모델과 견주어 볼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A7은 What Hi-Fi? 등의 잡지에서 2018년, 2019년 연속 베스트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상을 받으며 그 우수성을 입증받았다. 2017년에는 A4가 같은 상을 받았으며 소형 북쉘프인 A1과 A7을 같은 자리에서 비교해 들어본 결과 캐비닛 크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A1의 소리가 A7과 거의 유사했다. 그러니 A 시리즈는 가성비도 좋지만, 절대적인 성능으로 따져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A, D, 클래식 시리즈 제품 라인은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성향을 보완하는 느낌이 들며 각각 스펜더 트릴로지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자인 및 기술

H 934mm x W 180mm x D 305mm의 크기에 18kg의 무게를 가진 A7은 스펜더에서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180mm EP77 폴리머 콘 베이스 미드 우퍼를 장착하고 있다. 우퍼의 폭과 캐비닛의 폭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EP77 우퍼는 D 시리즈는 물론이고 클래식 시리즈에도 탑재되는 스펜더의 대표 유닛으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지속해서 개량됐으며 이전 세대 유닛에서 흔히 에지라고 말하는 고무 재질의 서라운드와 댐퍼 혹은 스파이더라고도 하는 서스펜션의 재질이 개선되었다. 새로운 EP77 폴리머 콘 우퍼는 2웨이 모델인 A 시리즈에서는 베이스와 미드레인지를 담당하고 D 시리즈와 클래식 시리즈에서는 미드레인지 유닛으로 사용된다. 스펜더가 계승해온 브리티시 사운드를 위한 핵심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선형성이 우수하고 반응이 빠르면서 넓고 힘 있는 소리를 내준다. 가장 큰 장점은 이런 소리를 구성하는 성능의 요소들이 세밀하게 조율되어 있어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닛의 재생 각도가 넓으면 소리의 직진성은 감소하는데 이 두 가지 요소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 EVF-1122

가정용 스피커가 아닌 PA 스피커의 경우 설치 환경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라는 의미에서 같은 모델이라도 방사각이 다른 여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유명 스피커인 EV(Electro-Voice)의 경우 EVF-1122란 모델이 있다. 1122의 의미는 2웨이 모델에 우퍼로 12인치 드라이버 하나가 장착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1122 모델의 종류가 19개나 있는데 모델 넘버 뒤에 1122/126, 1122/64, 1122/66, 1122/94 이런 식으로 하위 넘버가 붙어있다. 126의 경우 재생되는 소리의 가로세로 방사각이 120°x60°이고 64의 경우 60°x40°란 의미이다. 이처럼 방사각은 PA에서 스피커의 성능을 나타내는 스펙 중 모델 넘버에 표시될 만큼 매우 중요하고 디테일한 요소이다. 홈 오디오에서는 이런 방사각을 따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리 크지 않은 일반 가정의 청취 환경을 전제로 설계하기 때문이다.

▲ 니어필드 리스닝의 스위트 스팟 지점

하지만 같은 북쉘프 스피커라 할지라도 니어 필드 모니터의 경우 가까운 위치에 스위트 스팟이 존재하며 니어 필드가 아닌 스피커에 비해 소리의 직진 성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직진성만 좋은 스피커는 방사각이 좁아 스피커 사이의 거리를 넓게 벌려 놓았을 경우 스피커가 바라보는 각도를 모아주지 않으면 스위트 스팟에서조차 소리가 비어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스피커 중에는 절대적인 성능에서 방사각이 넓으면서 분출하는 힘도 좋은 유닛이 있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스피커에서 이러한 소리 재생 요소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면 가속력은 좋으나 브레이크는 잘 듣지 않는 자동차처럼 불안정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소리는 넓게 퍼지지만 힘이 없어 정 가운데 상이 잘 맺히지 못하는 경우가 그러한 예 중의 하나이다. 물론 스피커가 좋아도 앰프가 힘이 없으면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스펜더의 EP77 폴리머 콘 우퍼는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상대적으로 넓고 빠르며 힘 있는 재생을 해주는 좋은 유닛이다. 참고로 EV 스피커 모델에서 방사각을 측정하는 방법은 음압이 6dB 이상 떨어지는 범위를 한계로 하고 있다.

A7에 장착된 22mm 와이드 서라운드 트위터는 시어스(Seas)의 사전 코팅된 소노렉스(Sonolex) 패브릭 돔 트위터로 추정된다. 스펜더에서 정확한 사양을 밝히지 않았고 해외 리뷰에서는 D 시리즈와 같은 소재인 폴리 아미드 돔 혹은 실크 돔 트위터라고 말하는데 패브릭 돔 계열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링 라디에이터에 탑재되었고 매쉬 타입 금속 그릴이 보호대 역할을 하고 있다. 고음 한계가 25kHz에 달해 D 시리즈나 클래식 시리즈와 전혀 차이가 없다. 트위터의 음색은 D 시리즈보다는 클래식 시리즈에 가깝지만 둘의 중간 정도 느낌이다. 세 시리즈 모두 소프트 돔 트위터이지만 전반적인 성향의 차이 때문에 고음의 음색이 좀 다르게 느껴진다. D 시리즈가 좀 더 예민하고 샤프한 느낌인 것에 비해 클래식 시리즈는 온기가 있는 고해상도의 느낌이다. 클래식 시리즈가 아빠고 D 시리즈가 엄마라면 A 시리즈는 부모 모두를 닮은 자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장점만 빼닮은 똘똘한 놈이다.


A7의 우퍼와 트위터를 나누는 주파수는 3.7kHz로 A1, A2 모델의 4.2kHz에 비해 낮으며 A4와는 같고 트위터가 감당하는 대역은 A1, A2에 비해 넓어졌다. 재생 주파수 대역이 32Hz - 25kHz로 12인치 우퍼로 20Hz를 내는 클래식 100과 비교해 피아노의 흰 건반으로 5개를 못 내는 성능이고 실제 피아노 음으로 따지면 밑에 쪽 마지막 흰 건반 2개를 내지 못하는 정도이다. 임피던스는 8Ω이며 감도가 88dB이다. 앰프의 허용 입력은 25-200W이다. 울리기가 어려운 느낌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앰프를 물리면 좋은 소리로 보답을 해줄 것이다.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A6R에서 크로스오버 역시 개선되었는데 스펜더에서 자체 생산된 고선형 탭 인덕터를 장착하였다. 스펜더 웹페이지의 스피커를 제작하는 동영상을 보면 인덕터의 코일을 직접 감는 장면이 나온다. 내부의 선재는 은도금한 순동선을 사용하였고 베니어합판으로 만든 인클로저는 스펜더가 다이내믹 댐핑(Dynamic Damping)이라고 명명한 기술이 사용되었다. 불필요한 울림을 만드는 캐비닛의 에너지를 소리가 아닌 열로 변환하여 감쇄하는 기술로 캐비닛 내부에 부피와 질량이 적고 고무와 비슷한 합성 소재인 폴리머 댐퍼를 에너지가 밀집되는 위치에 적용하는 것이다. 스펜더에서는 다이내믹 댐핑에 대해서도 언급이 거의 없어서 정확한 기술적 리뷰는 하기 어렵지만, 나무 재질 인클로저를 가진 스피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통 울림으로 인한 유닛의 진동이 방해받는 현상은 확실히 A7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닛의 반응이 빠르고 마치 공중 부양 스피커처럼 유닛의 진동이 방해받지 않아 스테이지를 넓게 느낄 수 있었다.


A7 뒷면의 밑부분에는 일반적인 원형 포트보다 훨씬 크고 사각형으로 되어 있으며 단면이 비대칭인 저음 반사 포트가 존재한다. 리니어 플로우 포트(Linear Flow Port)로 명명된 이 포트는 공기의 속도와 압력을 감소시켜 포트 내부와 주위의 공진이 없어 소리 왜곡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트 내부나 주위의 압력이 높은 스피커에 비해 좀 더 벽 가까이 스피커를 설치해도 부정적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A7의 밑면에는 4개의 스파이크가 장착되어 있다.


청음

청음에는 초단관에 6N1P을 사용한 하이브리드 인티앰프 빈센트 SV-237MK를 사용하였다. 8Ω에 150W의 출력을 가진 앰프인데 스펜더의 A7과 좋은 상성을 들려주었고 A7의 실력을 검증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A7의 구매를 고려하는 분이 계신다면 빈센트 SV-237MK와의 매칭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청음을 해보면 느낄 수 있지만, A 시리즈는 단순히 스펜더의 엔트리 라인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인상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다. A 시리즈는 전통적인 스펜더의 사운드와 모던한 하이엔드 사운드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전략 상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엔트리급 스피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는데 저음은 매우 단단했고 모든 대역에서 터질 것 같은 밀도와 섬세한 해상력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음색 밸런스 역시 흠잡을 곳이 없었으며 어느 정도 색이 들어간 클래식 시리즈나 D 시리즈보다도 평탄한 느낌이 들었다.

Carly Rae Jepsen - Emotion Run Away With Me
공간의 느낌을 표현하는 앰비언트 사운드와 그로 인한 입체감이 현대 음악의 트랜드가 되었다. Run Away With Me는 그러한 앰비언트를 잘 느낄 수 있는 곡 중 하나이다. 인트로의 리드 사운드는 들을 때마다 광활함을 느끼지만, A7이 표현하는 사운드는 특히나 넓다. 리드 사운드는 뒤로 상당히 물러나 있지만 선명하고 소리의 여운은 수십 미터를 넘을 정도로 멀어진다. 넓은 공간 속에서 셋 잇단음표의 베이스가 리드믹컬하게 끊어지는 느낌이나 3개의 음 사이에서 느껴지는 다이내믹의 변화 역시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화성으로 쌓여 있는 보컬은 뭉치는 느낌이 전혀 없고 감칠맛을 표현한다. 스네어 자리에 사용된 클랩은 소리가 시작해서 정점에 이르는 어택과 울림이 완전히 사라지는 릴리즈까지 약간의 시차가 느껴지는데 순간의 시차에서 톤이 감기면서 미세하게 중심을 향해 공간을 흐르는 느낌도 함께 느껴진다. 좋은 스피커를 반증하듯 훌륭한 표현력을 들려주었다.
Tower Of Power - What Is Hip?
16분음표가 쉬지 않고 같은 음으로 지속하는 베이스 기타 프레이즈를 역동적으로 잘 표현한다. 곡에서 베이스의 비중이 크기도 하지만 A7의 펀치감과 스피드가 뛰어나 베이스 소리가 마치 통통배의 엔진소리처럼 느껴질 정도이고 음악을 듣는 동안 펑크의 바다를 항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793년도 음반인데 이 시대에도 드럼 사운드는 한쪽 스피커에서만 나오는 극단적 스테레오 녹음이었다. 그래도 베이스 기타는 가운데서 나온다. 건반 악기는 오르간이 유일한데 거의 비중 없이 녹음되어 둔한 시스템에서는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A7에서는 군데군데 나오는 오르간의 백킹 소리를 존재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드럼은 한쪽에서 나오지만, 트럼펫의 솔로는 왼쪽에서 시작해 끝나는 부분에 가운데를 거쳐 오른쪽으로 넘어간다. 이런 소리의 이동도 리버브 이펙터와 함께 들리는데 원음은 넘어가고 이펙터 소리의 꼬리는 왼쪽에 남아있어서 정말 소리가 날아가는 듯 매우 자연스러웠고 A7은 미세한 정보도 놓치지 않고 표현했다. 어떤 악기든 나오는 소리는 그 존재감이 튀었고 사라질 때는 금세 사라져 이른 시간에 다이내믹이 변하는 그루브를 잘 표현했으며 그 가운데서도 악기 간의 깊이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Simon & Garfunkel - 50 Ways to Leave Your Lover (from The Concert in Central Park)
사이먼 앤 가펑클의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 중 스티브 갯의 드럼 연주가 일품인 Fifty Ways Yo Leave Your Lover를 들어보았다. 폴 사이먼의 스튜디오 앨범 트랙 사운드도 좋지만, 이 라이브 앨범은 관객 50만 명이 모인 역대 최고급 라이브이다. A7을 통해 관객의 함성이 섞인 인트로의 드럼 소리 첫 소절을 들었을 때 문득 드는 생각은 ‘가정집에서 이 이상의 스피커가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현장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소위 명품 유닛을 사용한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재생된 현장의 박수 소리가 크게 왜곡되는 경험을 해보았다면 A7이 전하는 현장감의 자연스러움을 경험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과한 것이 없으면서 온전히 생생하다. 막힘이 없는 야외의 큰 공간이고 소리는 1초에 340m를 가기 때문에 멀리 설치된 스피커의 소리는 숏 딜레이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스네어 드럼 롤 음색의 스프링이 울리는 소리까지 생생히 감상할 수 있으니 현장감이 살아있다. 폴 사이먼의 목소리에서도 시원한 펀치감이 느껴진다. 악기들의 음색이 퍼지며 커다란 공간을 형성하는 느낌이 일품이다.
Radiohead - Paranoid Android
이 곡은 스펜더의 A1과 A7을 비교하며 들어보았다. A1은 전체적인 음색과 밸런스 성능에서 A7과 비교하여 많은 차이가 난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섬세하게 비교를 하면 몇 가지 디테일한 차이가 있었다. 작은 타악기의 섬세한 울림과 그 여음까지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던 점은 같았지만, A7은 그 여운들이 넓은 공간을 이루며 사방으로 떠다니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입체감의 표현력이 훌륭했다. 이 정도의 펀치감으로 이보다 더 섬세한 울림을 내면 조금 센 음악에서 분명히 거슬리거나 시끄러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 오래 듣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섬세한 느낌이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A7은 섬세함이 장점이 되는 면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느낀다. 실제로 너무나 유명하고 필자 역시 좋아하는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록은 못 듣겠다며 다른 스피커를 구하는 애호가도 있었다. A7이라면 팔방미인이 되었을 것이다.
Beetthoven Symphony No.9 - Bernard HaitinkㆍLondon Symphony Orchestra 2악장 Molto vivace, Scherzo
그리 크지 않은 몸체에서 울리는 대 편성은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부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섬세한 사운드가 따듯한 느낌으로 울려 퍼졌으며 혼과 함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멜로디를 주고받을 때는 마치 인위적으로 팬 효과를 넣은 것처럼 소리가 정확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 가운데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헤드폰을 사용한 것과 같은 위치의 묘사를 들려주었고 그런 상황에서 멜로디가 부각되면 2 파트의 혼이 같은 음을 불다가 파트가 나뉘고 바순이 멜로디를 이어받는 등, 마치 원래 소편성 녹음이었던 것처럼 살아있는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2웨이 스피커 기술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테스트를 하는 것 같았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전통적인 브리티시 사운드의 소릿결이 진화되어 섬세함과 입체감이 살아있으며 2웨이의 크지 않은 몸체에서 풍부하고 터질 듯한 밀도와 균형 있는 음색 그리고 공간을 압도하는 펀치와 속도에 단단하면서 빠지지 않는 저음까지 겸비한 스펜더의 A7은 신기한 생각이 들 만큼 훌륭한 사운드를 재생해냈다. 매칭에 대한 고민 없이 좋은 소리를 내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좀 더 좋은 앰프와 공간의 위치까지 생각해 배치한다면 A7은 대단한 스피커와 비교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보기보다 강력한 스피커이다.


■ S P E C I F I C A T I O N
Description 2-way floorstanding
Drive units LF 180mm, HF 22mm
Size H x W x D: 934 x 180 x 305mm
Weight 18Kg
Response 32Hz – 25KH
Impedance 8 Ohm
Amplifier 25 – 200Watts
Sensitivity 88dB
Crossover 3.7KHz
■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헤이스 (02 - 558 - 4581)
가격 49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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