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만 나왔다면 어땠을까? 원신 리뷰

조회수 2020. 10. 6. 15: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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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요의 신작 원신은 공개와 함께 화제가 됐다. 좋은 쪽으로도 그랬고 나쁜 쪽으로도 그랬는데, 좋은 쪽은 '모바일과 PC, 콘솔의 크로스 플랫폼 지원', '미소녀 오픈월드 게임' 등으로 주목받았다는 점, 나쁜 쪽은 닌텐도 스위치 필구 타이틀로도 여겨지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야숨)'와의 유사성이 다수 지적됐다는 점이 있다.

  

이 나쁜 쪽으로의 관심이 정말 대단했는데, 미호요가 있는 중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시 전부터 '짭숨'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렸고, 출시 후에는 백도어 의심 프로그램이나 탈퇴 불가 등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미흡한 점이 발견되며 게임 자체가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사실 나도 원신에 대해서는 비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관심이 없었다. 출시 전까지는 '글쎄 미호요가 이번엔 원신이라는 게임을 낸데' 정도의 감상이었고, 출시된 후에는 '게임 기자인데 신작 나왔으니까 그래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랬는데… 나는 5일 간의 추석 연휴를 티바트에서 보내고 있었다…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야숨'과의 유사함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는 거다. 남들은 엔딩까지 달렸다는 그 게임을 7시간 정도밖에 해보지 않은 나조차도 '어 이거 야숨에서 본 건데?'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절벽을 타거나 활공을 하는 부분, 필드를 돌아다니며 채집을 하거나 요리를 하는 방법, 일부 몬스터의 공격 패턴, 스태미나 최대치를 높여주는 신상과 관련된 연출 등등… 나보다 야숨을 열심히 했던 유저라면 이것보다 더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다라면 이렇게 리뷰를 쓸 일도 없었을 거다. 원신은 나름 자신만의 특색도 갖춘 게임이었으니 말이다.

▶ 야숨을 겉만 핥은 수준인 나에게도 너무너무 익숙했던 암벽 등반과 활강. 그나마 활강은 날아다니며 슈팅하는 파트처럼 야숨과는 다른 활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암벽 등반은 야숨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원신이 야숨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역시 '캐릭터'다. 조금 옛날 말로 하면 '모에 요소'가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여행의 동반자이자 비상식량인 '페이몬'부터 이 게임의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다. 

  

도중에 스토리나 기원(뽑기)을 통해 영입하는 동료들의 외모, 성격도 모에 요소에 정통한 플레이어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데, 이런 캐릭터들로 드넓은 오픈월드를 여행할 수 있다는 건 이쪽 취향의 게이머라면 꽤나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절벽을 오르내리거나 활강을 할 때는 다른 오픈월드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설레임(?)도 있…아니다.

  

아무튼 나중에 북미에서의 별명이 '브레스 오브 더 와이푸(Waifu, 미소녀 캐릭터를 자기 신부라고 칭할 때 쓰는 밈)'라는 걸 알았는데, 게임의 정체성을 생각해보면 짭숨보다는 이쪽이 더 적합한 별명이 아닐까 싶다.

▶ 나는 엠버가 좋다. 근데 성능이...

캐릭터들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 외에도 플레이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다. 각 캐릭터마다 착용할 수 있는 무기가 다르고, 같은 종류의 무기를 착용하는 캐릭터라도 공격 방법이 다르며, 스킬의 효과나 보유하고 있는 원소 속성이 다르다. 때문에 소위 말하는 1티어 캐릭터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현재까지는 독보적인 저성능을 자랑하는 '엠버' 외에는 각자 활용도가 있다는 평가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어떻게 그런 평가가 있을 수 있을까 싶은데, 나는 원소의 활용도가 나름의 캐릭터 밸런스를 잡아주고 있다고 본다. 원신에는 7개 속성의 원소가 있고, 각 속성의 조합에 따라 적에게 더욱 큰 대미지를 주거나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상대를 물 원소 공격으로 적신 다음 얼음 원소 공격을 맞히면 빙결 상태에 빠져 움직임을 멈출 수 있고, 불 원소 공격으로 태운 뒤 번개 원소 공격을 맞히면 과부하가 일어나 폭발하며 큰 대미지를 준다. 여행자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바람 원소는 조금 독특한데 각각의 속성을 확산시켜 어떤 원소하고도 궁합이 좋은 편이다.

▶ 원소 조합 활용의 예. 파티원의 물 원소 공격에 습기 상태가 된 몬스터들을 마침 날아온 화살에서 옮겨 붙은 불 원소와 바람 원소의 확산 효과가 맞물려 순삭! 여행자 캐릭터는 초월하면 스킬에 적들을 빨아들이는 성능이 생기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공격이 가능하다.

이 원소 조합별 효과를 숙지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가진 캐릭터 중에 원소 조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파티 구성도 생각해두는 게 중요하다. 레벨 차이가 극심하게 나지 않는 이상 평타만으로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적은 거의 없기도 하고, 체력이 많은 필드 보스 같은 경우에는 이런 원소 조합을 고려하지 않으면 공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픽업캐라면 이러한 원소 조합을 좀 더, 아니 훨씬 더 잘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든 쓸 구석을 만들어 뒀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엠버처럼 저평가 받는 캐릭터도 쓸려면 못 쓰진 않으니 말이다.

▶ 물론, 엠버에 들이는 수고를 다른 캐릭터에 들이면 훨씬 효과가 좋다. 나는 향릉으로 광명 찾았다. 룽.지.조.아

생각해보면 캐릭터 예쁘고 밸런스 얼추 맞아서 어떤 캐릭터라도 쓸려면 쓸 수 있다는 점은 미소녀 수집형 게임의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픈월드 게임으로서의 원신은 어떨까? 

  

나는 오픈월드 게임을 즐길 때 하라는 것을 하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뭔가 신경 쓰이는 것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을 즐긴다. 누군가가 이미 그런 장소들에 대해 공략해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걸 보고 할 정도면 굳이 오픈월드 게임을 해야 할까? 싶은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런 면에서 원신은 돌아다니는 맛이 있었다. 뭔가 있을 거 같다 싶은 장소에는 항상 뭔가 있었다. 예를 들면, 몬드에는 별을 따는 절벽이라는 바다에 근접한 고지대가 있다. 탁 트인 곳이라 주변의 수집 요소를 찾기도 좋은 곳인데, 바다 쪽을 보면 괜시리 뭔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저 않고 활강해보니 저 멀리 섬이 보이는 식이다. 그렇게 도착한 섬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또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고 뒤적거려보면 연관 퀘스트가 나온다.  

▶ 저 멀리 보이는 섬을 향해 바다를 얼리며 나아간다! 레벨이 낮아 활강으로는 도저히 무리였다.
▶ 도착한 섬에서 발견한 의문의 건축물...
▶ 성공적으로 수수께끼를 밝혀내면 업적도 얻을 수 있다. 근데 업적 이름 너무하지 않나...

물론, 레벨 개념이 있는 게임이라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 건 야숨처럼 지도에도 핀을 잔뜩 꽂아 둘 수 있어서 체크해두면 된다. 그렇게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고, 자신만의 풍경을 사진 기능으로 하나씩 남겨가는 것이, 나는 스토리나 성장, 전투보다 더 재미있었다.

  

사실 원신의 오픈월드는 PC나 콘솔로 즐긴다면 재미가 덜할 수도 있다. 이미 PC나 콘솔에는 오픈월드 장르를 개척하고 선도하고 있는 게임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바일이라면 이야기는 좀 다르다. 나는 초반에 PC로 접했다가 출시와 함께 불거진 백도어 이야기에 바로 게임을 지우고 모바일로 넘어왔다.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아이폰 8 플러스로, 원신을 즐기기 위한 최소 사양에 해당하는 기기다.

  

고사양 게임 답게 발열도 꽤 심한 편이고 그에 따라 배터리 소모도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그 외에는 큰 불편함은 없었다. 걱정했던 렉도 전투 이펙트가 지나치게 과하지만 않으면 발생하지 않았고, 로딩도 짧은 편이었다. 가끔 벽에 붙어서 전투를 할 때 자기 맘대로 벽을 타는 것 외에는 조작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원신이 모바일 게임으로만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즐기면서 이만한 오픈월드를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이 강했으니 말이다.

▶ 리뷰에 쓰인 스크린샷의 화질이 좋지 않은 것도 전부 스마트폰으로만 게임을 즐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보면 그래도 괜찮아 보였는데 ㅠㅠ

미호요의 게임들을 보면, 자신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보다는 특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원신도 야숨을 비롯한 오픈월드 게임과 캐릭터 수집형 게임 등 여러 게임의 장점을 한데 융합해 내놓은 게임이며, 그래서 이런저런 게임의 요소를 한데 모았을 뿐인, 자기색이 없는 게임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오픈월드 게임으로는 드물게 미소녀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높은 수준의 오픈월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다시 봐줄 구석이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짭숨’이라는 거부감만 없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본다.

글/ 문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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