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알고 보면 깜짝 놀랄 작가의 사연

조회수 2020. 10. 22. 07: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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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건강 악화와 스트레스로 인해 43세에 심장병으로 죽었다.

예전에는 ‘베르메르’로 불렸던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네덜란드식 발음)의 이름은 낯설어도 그의 그림들은 아주 익숙하다. ‘북부 유럽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동명의 영화도 개봉됐고 가전제품부터 성형외과에 이르기까지 각종 광고에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델프트의 풍경>과 같은 다수의 명작을 남겼다.

그의 그림은 크기가 대체로 작아서 그림 앞으로 바짝 다가가서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 은밀하게 말을 거는 느낌이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상황이나 자신이 살았던 지방의 소소한 풍경들을 작은 캔버스에 담은 그의 그림은 요즘으로 치자면 일종의 스냅사진과 같아서, 커다란 크기의 초상화를 주로 원하던 당시에는 인기가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그의 죽음과 더불어 잊혀졌다가 19세기 말에 인상파가 등장하면서 재발견되었고, 20세기 말에는 렘브란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서명이 없는 탓에 위작 논쟁이 자주 생겨서 원작 추정작까지 포함해도 불과 35~40여 작품밖에 전해지지 않는 점이 무척 안타까울 정도다.

왜 요즘 사람들은 페르메이르의 소소한 풍경과 소박한 인물화에 끌릴까? 그의 작품 속에 있는 무엇이 우리 마음을 매혹시키는걸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페르메이르는 자식이 열다섯 명(그중 네 명은 어린 나이에 죽었다)인 대식구의 가장이었다. 그림을 그려서 먹고사는 전업 화가였으나 작업 속도가 아주 느렸고, 판매에도 적극적이지 않아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틈틈이 미술 거래상도 했지만 경제 사정은 늘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건강 악화와 스트레스로 인해 43세에 심장병으로 죽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에는
가난에 대한 걱정, 삶의 힘겨움 등
일상의 어두운 면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그의 그림을 보면, 가난에 대한 걱정이나 삶의 힘겨움 등 일상의 어두운 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풍경화야 풍경이 맑고 깨끗하니 보이는 대로 그렸다고 하더라도, 인물들도 하나같이 걱정이나 구김살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해맑은 감정은 어린아이가 열한 명이나 있는 집안의 가장에겐 거의 불가능했을 텐데….


너희들은 이토록 아름답다

대부분의 미술사가들은 그가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전문 모델보다는 자신의 부인이나 딸, 하녀를 모델 삼아 작업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데도 그의 그림 속 여인들은 모두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이지 ‘오늘 저녁은 끼니를 어떻게 때울까’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듯하지 않다.


실제로는 그런 걱정을 거의 매일 했겠지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여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서로를 너무 사랑해 어떤 어려움도 같이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소박하게 생활하는 그와 부인과 자녀들을 상상해본다.


사랑은 현실의 힘듦을 잊게 만들 뿐 아니라 헤쳐나갈 힘도 준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가족을 향한 안타까움, 무능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으로 괴로웠을 그는 그림으로나마 참혹한 현실을 잊고 가족을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무능하여 너희들을 배불리 먹일 수는 없지만 너희들은 내게 이토록 아름답다’라고,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하다.

이런 사랑으로 페르메이르의 인물은 가난하되 남루하지 않고, 걱정하되 불안에 빠지지 않는 모습이다. 반 고흐의 풍경화가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치열하고 처절한 자기 고백이라면, 페르메이르의 인물화는 가장 따뜻하고 소박한 사랑 고백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로 가난한 현대인들이 페르메이르의 그림에 열광하는 듯하다. 배는 부른데 마음은 고픈 삶의 순간 속에서, 그의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면 “괜찮아, 조금 부족해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어”라는 페르메이르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가장 소박하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자가 가장 부자다.”

_헨리 데이비드 소로(《월든》 의 작가)


“이토록 불완전해도, 남과 좀 달라도

그것이 너를 아름답게 하니까”

최고의 예술가들이 전하는

오늘 더 빛날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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