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로 어떻게 딸기잼을 만들었냐고요?"

조회수 2020. 9. 17. 12: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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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 국민 모두에게 잼 한 병씩만 맛보게 하자’는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숨겨진 보물’ 또는 ‘우연한 선물’이라는 다피나의 뜻처럼, 소비자들에게 자연 속 숨겨진 보물을 찾아 선물하겠다는 다피나 강민호 대표와 오장건 부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설탕도, 방부제도, 그 어떤 인공 화학물질도 첨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자신 있는 목소리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수제잼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오장건 : 처음부터 잼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과 특산지인 경북 영주 출신인 강 대표께서 과수원에서 자고 나라 사과를 비롯해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능력이 탁월하십니다. 그래서 이 능력으로 소비자에게 ‘맛있는 사과를 소개하자’는 생각에 사과를 유통하는 회사를 설립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만이 가진 ‘기술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잼이라는 답을 찾았습니다. 지난 3년 간 사과를 베이스로 한 다피나만의 잼을 만들기 위해 숱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며 함께 고생했고, 그 결과 100% 무설탕 ‘다피나 잼’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강민호 대표님과 오장건 부대표님의 첫 만남도 궁금합니다. 두 분이 어떻게 만나 의기투합하시게 된 건가요?


강민호 : 10여년 전 평소 노래를 좋아하던 저는 강남의 한 실용음악학원을 다녔는데, 그곳에서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동생(오장건 부대표)을 처음 만났습니다. 저의 학원 선배님이셨죠. 선배라고 후배인 저를 얼마나 놀리던지.(웃음) 학원을 졸업한 후에도 1년에 한 번씩은 여행을 같이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죠.


그러다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는 직원 6명을 둔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죠. 회사를 정리한 뒤 제가 잘 하고, 잘 아는 사과로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동생이 제게 ‘남들과 똑같이 사과만 팔아서 뭐가 되겠냐’라면서 ‘형은 요리를 잘하니, 이걸 통해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거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과로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수제 잼이라는 결론을 내린거죠.


동생에게 같이 일을 해보자고 했더니 처음엔 ‘형의 무엇을 믿겠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제 경험과 인복 하나는 믿을만한 것 같다면서 저에게 본인의 청춘을 한번 바치게 된 거죠.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두 분이 함께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갈등이 생길 때도 있었을 텐데, 이럴 땐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나요?


강민호 : 저희는 화가 나도 조금만 지나면 금방 괜찮아지는 성격입니다. 그리고 동생은 의견 충돌이 생겨도 결국엔 늘 ‘형을 믿는다’는 얘기를 해줘요. 이런 동생에게 제가 고집을 피운다고 뭐가 더 나아질까 싶더라고요. 그러니 저도 갈등이 생겨도 금방 누그러지게 되고요. (웃음) 이제는 서로에 대한 요령도 많이 생겨서 지금은 의견 충돌이라고 할 만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싸우는 것도 시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 요즘은 바빠서 싸울 시간도 없습니다. 잼 만드느라 쉴 틈도 없는데 싸울 시간이 어디 있을까요.


Q. 이제 제품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 시중에서 다피나잼처럼 무설탕, 무첨가물 등 자연주의를 강조하는 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다피나잼’만이 가진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요?


오장건 : 저희는 100% 무설탕입니다. 다른 제품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무설탕 잼의 경우 농축액을 쓰는 제품이 많은데, 그 농축액을 직접 추출하는 곳은 저희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농축액의 경우 브릭스를 맞추기 위해 설탕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일부 업체는 잼을 만들 때 설탕이 아니라 농축액을 썼으니 무설탕 잼이라고 하는 거죠. 하지만 저희는 일일이 사과를 세척하고, 씨를 빼고, 얇게 썰어 졸이는 등의 과정을 거쳐 직접 추출한 사과 농축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 무설탕잼인 거죠.

강민호 : 처음엔 올리고당으로 잼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대부분 올리고당을 넣어 잼을 만들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다피나잼만이 가지는 특별한 게 뭐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꿀로 잼을 만들었더니 맛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꿀을 넣어 만든 잼으로 제품 구성을 모두 마쳤었죠. 그런데 어느 날 꿀 먹은 1세 영아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게 된 거죠. 그래서 바로 접었습니다. 그게 회사를 만들고 2년째 되던 때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새로 시작했죠. 다피나잼만의 특별함을 위해 새로운 것을 찾다가 지금의 자일리톨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장건 : 자일리톨은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아 당뇨가 있는 분들에게 당 대체제로 많이 쓰입니다. 과일 그대로의 당도 당이다 보니 자일리톨이 과일잼의 당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는 겁니다. 게다가 자일리톨은 칼로리도 낮기 때문에 자일리톨을 이용하면 조금 더 건강한 잼을 먹을 수 있는거죠.


Q. 과일 함량이 타 제품에 비해 높은데, 정말 이렇게 팔아도 남는 게 있으신가요?


강민호 : 꿈같은 얘기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5000만 명 모두에게 한 병씩 저희 제품을 맛보게 하자는 것이 저희의 처음 생각이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다시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은 잼을 ‘그냥 만들지 않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잼을 만들었고, 지금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잼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 중입니다. 그 노력의 대가로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저희 잼을 찾아주고 있어 초기에 비해 재료비는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저희는 지금처럼 잼 한 병에 과일을 풍부하게 담아드리면서도,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다피나 제공

Q. 가장 기억에 남는 소비자의 후기는 무엇인가요. 혹은 어떤 말을 들을 때 가장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시나요.


오장건 : 당뇨가 있으신 어머니를 위해 잼을 구입했다는 고객님이 떠오릅니다. 저희 제품을 어머니께 선물해 드렸는데 그 자리에서 한 병을 다 드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당뇨가 있으신 분들은 잼과 같은 제품을 드시면 당 수치가 올라간다고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그 분은 단골이 되셨죠.


또 오프라인 행사를 하면서 고객님들을 직접 만나 들었던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판매행사 종료 직전에 막 뛰어 오시더니 ‘놓쳤으면 큰일 날 뻔 했다’라고 말해 주셨던 분도 계시고, ‘우연히 지나가다 잼을 사봤는데, 이 잼을 알게 되어 행운이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다피나잼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힘도 나더라고요.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도 궁금합니다.


강민호 :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 수제잼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보니 걱정이 많았는데, 그때 동생과 했던 말이 ‘우리가 수제잼 시장에서 최고가 되면 먹고는 살 수 있지 않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공간도 좁고 하니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현실적인 제약이 많습니다. 제조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투자를 통해 개선시켜 회사를 더욱 전문화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그렇게 회사를 키워나가 수제잼 시장에서 ‘잼을 제일 잘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2차 목표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수제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수제잼은 희소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죠. 그만큼 많은 분이 수제잼을 만들고 계신데, 사실 이름만 수제잼이지 차별점이 없는 제품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정말 제대로 된 수제잼을 만드는’ 분들이 많아져서 소비자들이 수제잼의 특별함을 더욱 알아줬으면 합니다.


김혜란 기자 lastleast@donga.com ·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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