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를 '영웅'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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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7곳 파열, 장간막 6곳 파열 등 "총알이 헤집어 놓았다"던 북한군을 살려낸 것은 아주대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입니다.
하지만 '영웅화'는 이국종 교수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한 개인에 대한 영웅화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을 뿐더러 모든 문제를 영웅 한 사람에게 맡겨 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9월 한겨레와의 심층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명을 살리네 어쩌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오히려 이 일을 하루도 못 하죠."
"저 이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에요. 밖에서도 쓰레기, 안에서도 쓰레기. 다들 절 싫어해요.”
이 교수는 주말, 휴일없이 36시간을 연속으로 밤새워 일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 다시 36시간을 일하는 생활을 몇 년 째 하고 있습니다.
그는 스트레스와 과로때문에 현재 망막혈관 폐쇄와 파열로 왼쪽 눈이 거의 실명된 상태입니다. 오른쪽 눈도 제대로 관리를 못 하면 발병 위험이 있습니다. 수면 부족은 증상을 악화시킨다지만 이 교수는 현장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게 그에게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난 입법의 부족한 점을 촘촘히 보완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예산과 인력을 마련해야 합니다.
응급의학과도 워낙 고돼서 지원자 부족 현상을 겪었었지만 예산 확충 등의 개선이 이뤄지자 심각한 수준은 벗어난 선례가 있습니다.
이국종 교수 개인에 대한 고마움 표현, 의대생들의 특정 학과 쏠림 현상에 대한 질타도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만 그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국종 교수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쇼닥터'라는 다른 의사들의 빈정거림을 들어가면서도 방송에 나오고, 언론 인터뷰를 했던 것일 겁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이국종 교수 vs 김종대 의원' 구도로 싸움을 붙이며 문제의 본질이 공론화될 기회는 또다시 흘러갔습니다.
김종대 의원의 발언이 이국종 교수 개인을 공격한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이국종 교수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는데도 일부 언론에겐 '둘의 싸움'이 '한국 의료 체계에 대한 문제 공론화'보다 중요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지난 22일 '북한군 병사' 관련 브리핑을 하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병원들은 영미권에 있는 선진국 병원들보다 직원을 1/3정도 밖에 고용을 안 하고 있습니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진정성 있게 다뤄주시지 않고,
'오늘 환자가 깨어났나요', '무슨 얘길 했나요' (만 물으시고)
앞에서 이 추운데 기다리시고. 그런 데에 에너지를 쓰시기 보다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사회가 바로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진짜 필요한 것은 이국종 교수에게 영웅의 짐을 지우는 게 아니라 그도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짐을 덜어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러기 위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