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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항공 마일리지 모으세요? 잘못하면 영혼 털립니다

조회수 2019. 11. 12. 16: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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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한항공
요즘 많은 분이 신용카드로 항공 마일리지 모으시죠? 대부분 마일리지로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입니다. 편안한 여행을 위한 꿈의 시작. 하지만 과연 그렇게 쉬울까요?

여기 28세 직장인 A씨가 있습니다. 차곡차곡 마일리지를 모아서 나중에 유럽행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출장 기회가 적고, 여행도 자주 가기 어려운 환경이 문제. 


그래서 항공 마일리지 적립에 유리하다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그의 꿈은 이뤄질까요?

대한항공의 경우 유럽행 비즈니스 클래스는 비수기 기준 12만5000마일이 필요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10만5000마일이 필요하네요. 연휴나 여름휴가 기간은 성수기로 분류되므로 50%의 추가 마일리지가 필요하지만, 일단 비수기 기준으로 살펴보죠.
A씨가 발급 받은 신용카드는 1000원 사용시 대한항공 1마일을 적립해줍니다. 전월 사용액이 50만원이 넘을 경우 이번달에는 1000원당 2마일을 적립해주죠.

매월 100만원을 긁는다면 월 적립 마일리지는 2000마일리지입니다. 1년이면 2만4000마일이 모이네요. 대한항공 기준으로는 꽤 좋은 조건입니다.

3년 후, A씨는 7만2000마일을 모았습니다. 여름휴가 때 유럽을 가고 싶었지만 원했던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기에는 마일리지가 한참 모자라네요. 


A씨는 좀 더 마일리지를 모으기로 합니다. 혜택 좋은 다른 신용카드가 눈에 밟혔지만 지금까지 모은 마일리지가 아까워서라도 계속 썼습니다. 

2년이 더 지나고, 마침내 A씨는 12만5000마일리지를 모았습니다. 오래도록 꿈꿔왔던 순간이네요.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마일리지를 모으려고 매월 100만원을 꽉 채워 쓰려고 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하지만 계산해보니 그동안 쓴 카드 비용이 6000만원이 넘네요. 잠깐 머리가 띵했지만 '어차피 썼어야 할 돈'이라며 마음을 비워봅니다.

드디어 필요한 마일리지를 모았으니 A씨는 원하는 항공권을 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제 겨우 허들을 하나 넘었을 뿐입니다. 마일리지를 모으는 것이 예선이라면, 좌석 예약은 본선이거든요.
아무 때나 예약이 가능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항공사가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내놓는 좌석은 무척 한정적입니다. 예약 가능한 비즈니스석은 편당 10석도 안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항공 마일리지를 모으는데 좌석은 적다? 어쩔 수 없이 좌석 경쟁이 무척 치열해지겠죠. 지금은 출발 1년 전에 예약하는 여행객도 흔합니다.
출처: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
1년 후라도 예약하고 싶지만 문제는 시기입니다. 연휴나 여름휴가 기간 등은 성수기로 분류되어 50%의 추가 마일리지가 필요합니다. 비수기에 갈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하는 때가 아니라 ‘좌석이 있는 날짜’에 여행 계획을 맞춰야 하는 것이 보통이죠. 상대적으로 좌석 여유가 있는 국내 또는 비인기 지역으로 여행지를 바꾸기도 합니다. 당연히 만족도는 떨어지죠. 많은 분들이 ‘이러려고 마일리지를 모았나’라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이유입니다. 

원하는 마일리지를 모으는 기간은 수년 이상으로 무척 깁니다. 하지만 쉽게 쓰기 어렵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중에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길 수도 있어요. 혼자만 비즈니스석에 앉아 갈 수는 없겠죠. 가족 수에 맞춘다면 필요한 마일리지는 2배, 3배로 늘어납니다.
유효기간도 고민거리입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8년 7월 이후 적립된 마일리지는 10년의 유효기간을 적용합니다. 아시아나는 회원 등급에 따라 유효기간이 10~12년이고요.
유효기간 내에 원하는 마일리지를 모으지 못했다면? 마일리지는 현금화가 되지 않습니다. 남에게 팔 수도 없다 보니 애써 모으더라도 계륵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마일리지로 쇼핑도 가능하지만 쓸 곳이 마땅치 않아 난감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지나간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영혼까지 털릴 수 있죠.
이럴 바에는 차라리 돈을 모아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은 아닙니다. 실제로 비즈니스석은 진입 장벽이 낮아졌습니다. 항공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좋은 요금도 종종 나오거든요.
출처: 타이항공
많은 외국 항공사들이 200만원 초중반의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국적항공사 역시 200만원 대의 프로모션 가격을 내놓을 때가 있고요.
5년 전, 만약 A씨가 마일리지 대신 월 3만5000원씩 모았다면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석을 그냥 살 수도 있었겠죠. 매월 100만원을 쓰는 고객에게 월 3만원 이상의 포인트나 캐시백,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사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혹시 여행의 단꿈에 젖어 덮어놓고 항공 마일리지를 모으고 있지는 않나요? 항공 마일리지는 모으는 것도, 쓰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하셔야 합니다. 

특히 장거리 노선을 원한다면 자신의 환경을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장거리 출장을 자주 가거나, 카드 사용액이 무척 많거나, 가족에게 양도받을 마일리지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모을 수 있겠죠. 


그렇지 않다면, 무작정 모으는 것이 능사일까요?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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