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 '네순 도르마'에 담긴 잔혹한 이야기

조회수 2020. 10. 13. 15: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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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중 3막에 등장하는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KBS <더 콘서트>
트바로티 김호중의 인생을 바꾼 곡이기도 하죠!

국내에서는 보통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불리며 절절한 사랑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제목의 뜻을 살펴보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답니다. 이탈리아어 원제는 ‘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거든요. 오페라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이징의 자금성 성벽에 잔인하게 참수당한 남성들의 목이 내걸려 있습니다. 성벽 위에서 관리가 엄중히 포고문을 읽습니다.

들어라. 투란도트 공주는 수수께끼 3개를 푸는 사람의 신부가 되실 것이다. 그러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죽음을 맞을 것이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페르시아 왕자가 형장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려움에 떠는 왕자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는 군중 앞에 절세의 미모를 가진 공주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공주에게 왕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그녀는 냉혹하게 왕자의 처형을 지시합니다. 사람들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페르시아 왕자의 비통한 마지막 절규가 들려옵니다. “투란도트!”

이때,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본 정체 모를 이방인은 잔인한 공주를 저주하면서도 그녀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취합니다. 멸망한 나라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입니다. 방랑자 신세가 된 칼라프는 “승리는 나의 것, 공주의 연인은 오직 나뿐!”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수수께끼에 도전합니다.

투란도트가 교만한 모습으로 칼라프를 지켜보며 말합니다. 투란도트는 자신의 할머니가 타타르인의 침략으로 그들에게 능욕당한 후 죽임을 당했다며, 할머니의 한을 풀고자 이방인 사내들을 죽이고 있다고요. 공주는 미처 몰랐지만, 결국 가장 적합한 복수의 대상인 칼라프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죠.

출처: MARTY SOHL / METROPOLITAN OPERA

그런데 칼라프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를 내리 맞히며 기선을 제압합니다. 궁지에 몰린 공주가 불같이 화를 내며 날카롭게 마지막 문제를 던집니다.

그대에게 불을 놓은 얼음이며, 당신의 불로 더욱 차가워진다. 자유를 원하면 노예가 되고, 노예가 되길 원하면 왕이 된다. 그건 대체 뭐지? 대답해보라. 이방인이여!

칼라프는 순간 당황하나 이내 곧 대답합니다.

“나의 불꽃은 얼음을 녹인다오. 정답! 그것은 투란도트!”

출처: MARTY SOHL / METROPOLITAN OPERA

그렇게 공주는 게임에서 패하는데, 그녀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습니다. 칼라프는 꾀를 내어 오히려 역으로 공주에게 제안을 하나 합니다. 그것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자신의 정체를 알아맞히라는 것! 공주가 정체를 맞히면 왕자는 죽고, 틀리면 무조건 왕자와 결혼해야 하죠.

투란도트는 칼라프의 정체를 밝히기 전에 “아무도 잠들지 말라”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를 어길 시 처형한다는 소리입니다. 공주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부분이죠. 반면 칼라프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합니다. 그리고“날이 밝으면 승리는 내 손에”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죠. 바로 이 곡이 칼라프(테너)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입니다.

글. 김태용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90일 밤의 클래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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