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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부동산을 안정시킨다?

조회수 2020. 4. 6. 10: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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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힘든 부동산 가격, 자동차가 안정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누워서 집까지 갈 수 있다면, 꼭 도심의 아파트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볼보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도시의 승리>를 쓴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도시라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살면서 생기는 연결과 충돌이 아이디어와 혁신을 만든다고 말이다. 도시의 진정한 힘은 ‘건물’이 아닌 ‘사람’에서 나오고, 바로 이 연결에 대한 욕구가 사람들을 자꾸 도시로 몰려들게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동시에 등장한 문제는 땅값의 상승이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사실상 계급갈등, 세대갈등의 진원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없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자산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다. 지역별 부동산 가격 차이도 골칫거리다. 강남구 30평짜리 아파트는 경기도 30평 아파트 가격의 5-10배에 이른다. 같은 경제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하나, 입지다. 직장 밀집 지역과 가깝고, 대중교통이 편리해 도심 핵심부로의 진입이 용이한 곳은 땅값이 비싸다. 과거 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지가가 높았던 이유, 그리고 강남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이유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파리,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가 동시에 겪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차 안에서 잠도 자고, 일도 하고, 화장도 할 수 있다면. 자동차가 거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 ‘좋은 입지’라는 개념은 여전할까?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나


자율주행차의 발전 단계는 아래와 같이 크게 5단계로 나눠진다.



현재 판매되는 차들은 대부분 레벨 2에 속한다. 이 차들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앞차와의 간격을 인식해 차가 알아서 가고 서는 기능), 차로 유지 보조(차선을 벗어나면 경고음을 울리는 기능) 등을 갖춰 일정 수준의 반자율 운행이 가능하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움직일 수 있는 자율주행은 레벨 4와 5에서 구현되는데 이 지점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율주행이다. 기술 컨설팅 업체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시점은 2030년 경으로 예상된다. 이 예측이 맞다면 불과 10년 뒤에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게 된다. 자율주행차가 현실화 되면 산업 전반에 걸쳐 수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주거용과 상업용,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생긴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폭스바겐이 공개한 자율주행차 콘셉트>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는 2018년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부동산의 변화(Autonomous vehicles, driving change for realestate)’라는 보고서를 제작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 자율주행차는 효율적인 대중교통 서비스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도심 개발의 필요성이 감소할 것이다. 사람들의 통근 패턴이 바뀌면서 도심 외곽 지역의 경제 성장이 촉진될 것이다.

- 사람의 운전이 사라지고, 택배 서비스 등 배송이 더 쉬워질 것이다. 더 많은 차량들이 도로망을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 (자율주행차는 정차하지 않고 계속 주변도로를 배회할 것이기에) 주차장이 사라지고 개발 밀도가 상승할 것이다. 공공을 위한 공간 및 녹지 인프라도 증가할 것이다.

- 주택과 사무실을 더 이상 도심에 지을 필요가 없어, 부동산의 현재 가치는 크게 바뀔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움직이는 거실이자 사무실이 될 수도 있다. 볼보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한국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3시간을 출퇴근에 사용한다. 물론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말이다. 이는 모두가 서울 중심지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 통근 시간을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올 수 있다면, 차 안에서 편히 잠도 자고, 회의도 할 수 있다면, 부동산의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현재처럼 교통이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환경 등이 좋은 주택 입지의 우선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변화는 주거용 부동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빌딩이나 상가 같은 상업용 부동산 역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정차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로 위를 돌아다닐 것이기에 상업적 주차장은 물론이고, 거대 빌딩 내의 지하를 차지하는 주차 공간들 역시 다른 형태로 꾸며질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동선이 스테이션 투 스테이션(station to station)이 아니라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방식으로 바뀌면 역세권 주변 빌딩들의 가치도 달라진다. 도보 기반의 ‘동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위치에 있는 빌딩이냐’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갖춘 빌딩인가’가 중요해질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꼭 번화가에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들어갈 이유가 없어진다. 도시 중심부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현재와 양상이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자율주행차의 또 하나의 장점

<라이프스타일 기업인 무인양품(MUJI)도 자율주행차 제작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무인양품이 공개한 자율주행 버스 콘셉트>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도로 위의 모든 차가 통신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 받는다. 흔히 V2X(차량 및 사물 간 통신, Vehicle to Everything)라는 용어를 쓰는데, 쉽게 말해 도로 위의 모든 자동차들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도로 위 차량 정체도 크게 해소될 수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 등에서 차량 정체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반응 지체(reaction time delay)’다. 100대의 차가 한 줄로 늘어서 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제일 앞의 자동차가 어떤 이유로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2번, 3번, 4번.. 마지막 100번째 차까지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사람마다 반응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작은 지연이 누적되면서 교통정체가 생긴다.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1번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남은 99대의 차도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는다. 1번 차가 출발하면 나머지 99대의 차도 동시에 출발한다. 반응 속도에 따른 지체가 없어져 교통혼잡이 크게 줄어들고 이동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졸음운전이나 갑작스런 차선 변경 등 돌발변수가 없어지기에 사고 위험도 크게 낮아진다.


출퇴근 시간 양평에서 강남까지는 약 두 시간 반이 걸린다. 하지만 이 거리가 한 시간 반 정도로 단축된다면, 그리고 그 시간을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올 수 있다면. 도심보다 양평에서의 거주를 선택할 사람은 꽤 늘어날 것이다.




아직은 먼 미래

<자율주행차는 이동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볼보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이미지>




물론 이 모든 얘기들은 아직은 가정일 뿐이다. 10년 뒤에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된다고 해도 제도 변경, 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 문제거리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시대는 분명 올 것이고, 변화는 필연적이다. 그 시점이 오면 전 세계 모든 메가 시티가 겪고 있는 부동산 관련 논쟁들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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