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고흐가 세계적인 화가가 된 이유, "마케팅 때문이다(?)"

조회수 2020. 9. 29. 08:4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격변의 시대, 먹고 살기도 힘든 지금 예술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요? 일반인들에게 예술이란 일상과 동떨어져 있는 무언가(?)와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대로 배워서 활용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죠. 


예술을 제대로 배우고 활용하기 위해 이번 주 이시한의 점심약속에서는 강은진 <예술의쓸모> 저자를 모셨습니다. 


강은진 저자는 예술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순간 예술로부터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에 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Q 1) 전산학(컴퓨터공학)을 전공하셨는데, 어쩌다 예술에 푹 빠지게 되신 건가요?

A. 제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에도 전산학과는 굉장히 전도유망했어요. 거의 취업의 보증수표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는 학과였죠. 그런데 막상 학교에 들어가니, 전공 공부가 하나도 즐겁지 않은 거예요. 


오히려 중고등학교 때 관심 있었던 음악이나 예술 분야에 자꾸만 더 눈길이 갔죠. 자연스레 전공 공부보다는 도서관에서 예술 분야의 책을 읽거나 미술관에 가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예술에 빠져 사니까, 주변에서 자꾸 쓸모없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오기가 생겼죠. ‘아니, 예술을 왜 쓸모없다고 하지? 이렇게나 쓸모가 있는데!’ 하고 말이죠. 


덕분에 예술의 쓸모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 예술이란 걸 알게 됐기 때문에, 그걸 구체적으로 현실에 적용할 방향을 찾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예술경영을 공부한 거죠.


Q 2) 정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예술이 쓸모가 있을까요?

A.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과 태도를 유지하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매일 비슷한 생각과 태도를 가진 채 말이죠. 문제는 그런 일상이 아무리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분명 어느 순간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홀로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이나 한계에 부딪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이 있죠.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관성대로만 살다 보면, 눈앞의 문제에 매몰되어 스스로 답을 찾기 힘들어요. 그때 예술은 좀 더 넓고 새로운 시야를 갖도록 도와줍니다. 얼어붙어 있던 삶의 감각을 깨워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예술을 삶의 위대한 자극제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합니다. 미적 사고의 힘을 통해 지극히 일상적인 것도 다르게 보고,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소한 것에서도 가치를 찾아내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이 하는 일이니까요.

예술을 접한다고 인생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일은 물론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생각보다 많은 쓸모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힘겨운 일상을 살아낼 위로나 용기를 구할 수도 있고, 놀라운 사업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어요. 


최고의 명품인 루이비통이 현대미술가인 제프 쿤스나 쿠사마 야요이 같은 작가와 협업해 만든 제품이 엄청나게 인기를 얻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 역시 예술에서 인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무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 그런 다양한 예술의 쓸모를 소개하고 싶었고요.



Q 3)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게, 마케팅이나 브랜딩의 관점에서 예술을 풀어낸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오늘날 고흐가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꼽히는 이유가 캐릭터 마케팅 덕분이었다는 식인데요.

A. ​사실 약간 조미료를 넣은 말이긴 해요. (웃음) 고흐는 예술사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화가고, 지금이 명성을 이룬 게 온전히 마케팅적 측면만 있는 건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생전에 무명화가였던 그가 ‘위대한 예술가’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꽤 흥미롭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그에게 열광하는 데에는 특유의 색감과 붓터치의 매력도 물론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캐릭터가 친숙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생전에는 세상으로부터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죽음을 맞은 화가가 알고 보니 놀라운 천재였다? ‘비운의 천재 화가’라는 캐릭터는 시대를 막론하고 굉장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죠. 


이런 캐릭터가 탄생하고,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었던 건, 고흐가 생전에 남긴 편지들 때문인데요. 작품에 대한 철학에서 내밀한 감정까지, 제3자가 보더라도 생생하게 화가의 캐릭터를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정보가 담겨 있죠.

이 편지들이 세상에 알려져 고흐가 ‘비운의 천재 화가’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건, 고흐의 동생인 테오의 부인 요한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무능해서 계속 생활비며 병원비를 타가는, 지금 생각하면 골치 아픈 시아주버님이었을 고흐가 남편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정리하고 번역해서 세상에 알린 거죠. 만약에 고흐와 남편이 죽은 뒤, 쓸모없어 보이는 편지와 작품을 싹 불태워버렸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다행히 요한나는 굉장히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었고, 예술에 대한 이해도 깊었어요. 그는 화가 고흐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고, 그 방법으로 전시회만 계속 고집하지 않죠. 편지들을 영어로 번역해서, 책으로 만들었어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빈센트 반 고흐: 동생에게 보낸 편지』의 탄생이었죠. 


이 책은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동할 수밖에 없어요. ‘비운의 천재 화가’ 고흐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죠. 고흐와 요한나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브랜딩을 하는 데 있어서 캐릭터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위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4) 책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쓸모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런데 정말 평범한 사람들도 예술을 통해 이런 실용적인 쓸모를 얻을 수 있을까요?

A. 물론입니다. 흔히 예술이라고 하면 타고난 천재들이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혀서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식의 편견이 있는데요. 저는 예술의 창의성이나 통찰력이 그런 타고난 재능 같은 게 아니라, 눈앞의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제 책 『예술의 쓸모』에서도 다뤘지만, 최고의 예술 작품을 남긴 이들은 때로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개성을 어필하기도 하며, 시대정신을 읽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간 이들입니다. 그렇게 자신만이 무기를 갈고닦은 예술가만이 오늘날 우리에게 ‘위대한 예술가’로 기억될 수 있는 거죠. 


이들이 살아간 모습은 현실에서 많은 문제와 부딪히고 이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예술과 예술가의 삶을 통해 우리는 교양 지식뿐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통찰도 배울 수 있습니다.


Q 5) 그 통찰 중에서 한 가지만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A. 예술 하면 누구나 창의성, 창조성을 떠올리죠. 쩡판즈라는 중국 작가가 있습니다. 2013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아시아 현대미술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는데, 경매가가 무려 250억 원이었어요. 


그 작품은 첫째로 경매가에 놀라고, 둘째로 작품에 놀라게 되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작품을 보자마자 ‘아, 이거?’ 하실 거예요. 너무도 잘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작품이거든요.

다만 고전의 구도를 그대로 따랐지만, 이를 중국의 현실에 맞게 변화시켰죠. 혹자는 ‘창의성이 없다’, ‘이게 무슨 250억짜리냐’ 하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다빈치의 것과 구도만 닮았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급격한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담아내고 있죠. 반전처럼, 놀라운 통찰과 창의성이 담긴 작품입니다.

사실 많은 분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는데, 창의성이라는 건 이전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닙니다. 기존의 것을 계승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충분히 창의적이죠.

2019년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한국경영학회장 김용준 교수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샤오미, 알리바바, 화웨이 같은 세계적 중국 기업의 주요 전략이 쩡판즈의 작품에 담긴 ‘모방창신’ 정신에 있다고 말했는데요. 바로 이 점에서 예술의 가치가 다시 한 번 강조됩니다. 


과거를 계승하되, 그걸 그대로 답습하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길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 그게 바로 미술의 역사니까요. 거기에 담긴 미적 사고의 힘을 우리가 배운다면, 익숙하고 평범한 것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언제 어디에서든 창조적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Q 6) 작가님 말씀을 들으니 예술의 쓸모와 창의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그림 하나에 250억이라니,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조금 다른 얘긴데, 예술 관련해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어마어마한 경매가에 관한 건데요. 그림 한 장에 수백억씩 하는 경매가는 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매기는 건가요?

A. 미술품 경매도 기본적으론 일반적인 경매 방식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개인끼리 거래를 할 수도 있지만, 대개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경매회사를 거치게 되는데요. 그 편이 작품을 좀 더 ‘시장가’에 맞게, 비싼 값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죠. 먼저 팔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기관에 문의를 하고 경매 날짜를 잡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부쳐진 작품들을 묶어서 한꺼번에 이뤄지는데요. 거의 매달 크고 작은 경매가 열려요. 경매 전에는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 행사도 이뤄지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은 미리 등록을 하고, 당일에 직접 가거나 대리인을 통해 경매장에 참여하게 됩니다.

여기서 재밌는 게, 예술품 경매도 기본적으로는 ‘눈치게임’이예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경매를 그린 장면을 상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손을 들거나 제스처를 취해, 경쟁자가 없어질 때까지 의사 표시를 하는 거죠. 


사실 대부분의 작품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대체적인 예상가가 결정이 되는데, 특별한 경우에는 가격이 확 뛰기도 해요. 작가나 작품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이가 참여한다든지, 아니면 그 작가의 작품이 한동안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든지 하면 말이죠.

책에서 다루었던 카날레토의 작품도 기존에 시장에 꽤 많이 풀렸는데도, 2005년에는 오랜만에 경매 시장에 등장한 탓인지 371억 원이라는 높은 경매가를 기록했고, 그해 가장 활발히 거래된 작가 4위에 오르기도 했죠. 그 이전 해에는 239위에 불과했는데요. 예술 작품의 가치 역시 이처럼 철저한 시장 원리에 따라 이뤄진다는 건 재미있죠.



Q 7) 사회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고 우리 삶도 불확실해지고 있는데요. 이런 시기에 추천할 만한 예술 감상법이 있을까요?

A. 많은 미래학자가 예측하는 것처럼,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로 사회 변화는 더욱 급격해지고 빨라질 겁니다.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의 통찰력이 더욱 절실해질 거고요. 


저는 예술을 통해 미적 사고의 힘을 기르는 게, 그런 통찰력을 기르는 데 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배우는 일은 단지 그림의 기법이나 예술 사조를 달달 외우는 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시대를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쳐 나가고 ‘위대한 예술’로 기억되는 브랜딩의 천재들로부터 경험과 통찰을 전수받는 과정인 거죠.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예술을 좀 더 유익하고, 재미있게 접하자는 겁니다. 다양한 쓸모의 관점에서 예술을 바라보면서,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 컬렉터, 후원자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40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개인적인 영역부터 세상을 바꾼 놀라운 혁신까지 다양한 통찰을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인터비즈 조현우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