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을 만들고 싶다면 덕후들을 활용하라? "큰 코 다쳐"

조회수 2020. 10. 12.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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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 아미(ARMY)는 방탄소년단을 글로벌 No.1으로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브랜드 팬덤’을 구축한 기업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이 낙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떻게 해야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이번 이시한의 점심약속에서는 박찬우 <스노우볼 팬더밍> 저자와 함께 팬더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은 눈덩이를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드는,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브랜딩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1)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저는 주로 기업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쪽의 컨설팅을 했습니다. 소니 코리아, 한국지엠, 삼성화재, 웬만한 기업의 디지털 소셜 커뮤니티에서 14년 동안 했습니다.


Q 2) 소셜 미디어가 진짜 빨리 변하잖아요. 14년 전에는 소셜 미디어라고 하면 어떤 거였나요?


A. 첫 시작은 블로그로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로 시작했다가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옮겨갔죠. 지금은 인스타, 유튜브이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소셜 미디어 채널은 굉장히 다양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아요. 그 근간, 핵심을 이해하시면 어떤 채널이 등장해도 대응할 수 있는 거죠.



Q 3) 각 소셜들의 특징이 있을까요?


A.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 채널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을 이해 못해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로그의 경우에는 처음에 웹 로그라고 불렀어요. 정보가 날짜 순서로 쌓여있었기 때문에 일지의 성격이 굉장히 강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초창기 기업들이 블로그를 만들 때 반감이 심했어요.

이전에는 많은 기업들이 웹사이트를 활용했는데, 웹사이트를 만들 때 디자인에만 신경쓰다보니 자꾸 구조만 복잡해지는 거예요. 이 시점에 블로그가 등장하면서 구조는 단순하고 콘텐츠에 더 신경쓰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는 콘텐츠 중심, 검색엔진 친화적입니다.

결정적으로 기업이 볼 때 블로그는 장문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매체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다음에 등장한 트위터는 속성상 실시간 텍스트 라디오라고 불렸습니다. 리얼 타입이라는 속성이 강하죠. 트위터 하면 대부분 140자를 기억하시는데, 140자는 미국에서 mms로 전환되는 기준 글자수입니다. mms로 전환되지 않는 한에서 블로그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트위터가 갖고 있는 실시간 속성을 잘못 이해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기업들이 초창기에 트위터를 다 열어놓고 다 무슨 트윗을 내보냈냐면, '아침에 출근하는데 꽃이 피어서 기분이 방긋, 여러분 출근 잘 하셨나요?' 이런 얘길 계속 내보냈어요. 실시간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까 인사를 한 거예요. 의미가 없는 거죠.


페이스북은 관계적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내 친구들, 지인들과 소통하는 것이고요. 최근에 등장한 것들은 버티컬의 속성을 갖고 있어요. 하나의 주제로 대화를 심도 있게 들어가는 겁니다. 예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경우에는 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을 아느냐, 모르느냐, 지인의 관계를 물어봤는데, 지금 등장하고 있는 소셜미디어들은 전부 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공통의 관심사로 모여 있는, 버티컬 에센스라고 하거든요.


페이스북까지는 어찌됐든 메인 스트림, 주류라는 것이 있었는데요. 지금부터는 각자 개인의 취향. 20대 대학생들 모여서 너희들 뭐 쓰니 하면 다들 인스타그램 애기하고, 10대 애들은 틱톡을 얘기합니다.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Q 4) 기업에서 잘된 팬덤의 사례가 있나요?


A. ‘레고 아이디어스’를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레고 아이디어스는 실제로 팬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판매 제품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일본에서 캠페인으로 시작했다가 성공해서 글로벌 리드 플랫폼을 만들었는데요. 


레고의 팬들이 "왜 우리 레고에는 이런 제품이 없어?" 해서 직접 디자인 시안을 사진을 올려놓으면 다른 레고 팬들의 투표를 받습니다. 6개월 안에 10,000건의 투표를 받게 되면 실제로 레고 신제품 팀에 갑니다.


신제품 팀에 가면 실제 신제품 개발 로직에 들어가서 상품성 시장성이 검토 되고 그걸 통과하면 실제로 제품으로 출시가 되거든요. 레고 아이디어스로 만들어진 제품은 포장에 레고 아이디어스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디자인을 한 고객은 판매 매출의 1프로의 수익을 받습니다. 협업이 이루어지는 이런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보지 못했는데 우리나라도 다양한 시도로 고객의 참여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소셜미디어를 없애고 있어요. 테슬라도 없앴지 않나요?


A. 탈소셜미디어 현상인데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마케팅 실수를 했던 게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곧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이다라고 본 거에요. ‘우리 소셜 미디어 마케팅 할래!’라고 하면 대부분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하나 골라잡아서 채널 개설하는 게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전부라고 생각한 거죠.


사실 소셜미디어 채널은 남의 플랫폼을 빌려서 쓴 거라 기업이 그렇게 자유롭지 않거든요. 러쉬(LUSH)도 그 많은 팬들을 버린 이유가 실제 페이스북을 운영해보시면 아시겠지만 팬들에게 어떤 액션을 하나 하려고 하더라도 제재가 들어와요. 


광고 하나만 하더라도 텍스트는 몇 프로가 넘으면 안 되고 등등. 결국 이 팬이 내 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에요. 거기에 계속 광고비만 쏟아붓고 있고 운영하는 데 운영비가 들어가고 있죠. 탈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Q 6) 덕후코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덕후코드는 기존에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오타쿠 코드, 잉여코드와 마찬가지로 대중들이 참여하면서 소셜에서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코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반대중들은 덕후가 될 수도 없고, 덕후가 되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덕후의 경험은 원하고 있거든요. 이제는 '개취의 시대'라고 해서 취향 하나도 없으면 없어보이는 시대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소셜에서는 보지 못했던 어떤 새로운 취향, 새로운 시각을 쫓아가다보니까 덕후들의 영역까지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처럼 매달리고 싶지는 않고, '덕후스러움'을 경험해서 '나도 해봤다'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거든요. 이러한 코드를 잘 발견하시면 대중들을 끌어올 때 굉장히 유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CGV같은 경우가 이런 코드를 잘 찾습니다. 영화덕후들이 여러가지 얘기를 많이 하는데 IMAX관이 새로 개관하거나 리뉴얼하면 이 친구들이 첫번째 대화는 뭐냐면 거기에 명당자리를 찾는 겁니다. 용산 IMAX가 리뉴얼 했는데 제일 명당자리가 어디냐 덕후들이 난리가 난 거예요. 


F열이다 I열이다 싸우다가 I열의 22번을 잠정적으로 찍습니다. 그런데 CGV가 잘 지켜보고 있다가 이벤트를 걸어요. 이 명당자리를 2달동안 독점할 수 있는 경매를 붙이겠다. 그러면 저는 영화 덕후가 아니더라도 영화 덕후들이 인정한 I열 22번을 낙찰받으며 두 달동안은 영화 덕후 이상의 덕후의 경험을 할 수 있잖아요.



Q 7) 팬이라는 게 사실은 순수한 마음으로 되는 게 팬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영향력이 있고 힘이 있는 건데 팬덤을 설계하고 조직한다고 하면 모순적이지 않나요?


A. 팬더밍이란 브랜드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을 끌어서 팬덤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별로 관심없는데 ‘이리와 봐, 너 관심갖어.’ 하고 끌고 와서 팬덤을 만든다는 게 아니라, 우리 어렸을 때 이런 얘기 많이 들었잖아요. ‘너 이성친구는 좋은 대학교 가면 자동으로 생겨.’ 이런 얘기 많이 들었죠. 이 말을 기업에게 하는 것으로 바꾸면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를 갖고 있으면 자동으로 팬덤이 생길거야' 라는 겁니다.


물론 예전에는 그런 수퍼 팬덤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예전처럼 수퍼팬덤들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브랜드의 기존 지지자를 어떻게 팬으로 육성할 것이냐’에 중점을 맞춰서 시작해야 합니다. 애초에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끌고 오는 건 힘들죠.

Q 8) 팬덤을 만드는 구체적인 단계를 설명해주셨어요. 5단계 프로세스를 설명해주시겠어요?


A. 첫 단계는 저변 만들기입니다. 저변 만들기가 뭐냐면 지지자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해요. 기업들이 소셜 마케팅을 하면서 방향성이 없어요. 우리 업의 가치나 제품의 가치를 먼저 정의를 해야 하는데 ‘고객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밖에 없어요. 그것도 억지로 경품 주면서... 


업이나 제품의 가치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게 중요하고요. 그리고 좋은 리뷰를 원하면서 자기들 제품 정보는 정말 엉망으로 만들어놔요. 웹사이트에 가서 제품정보 보시면 정말 성의없음 그 자체예요.


소셜미디어 채널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소셜화시켜서 써야 하는데 맛집 멋집 여행 얘기 이런 얘기 하고 있었어요. 훈련을 안 했단 말이에요. 지금도 소셜 안에서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요. 지금이라도 저변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2단계는 발굴이에요. 발굴이 뭐냐면 대부분 이벤트로 고객을 모집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다보니 자발적으로 리뷰를 쓰는 고객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어느 기업을 가도 후기 이벤트를 하는 건 신경을 쓰는데 스스로 쓰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심지어 좋아요 한 개, 댓글 한 개도 안 달아준다는 거죠. 그 친구들을 먼저 발굴하는 게 우선입니다.


3단계가 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겁니다. 기업들이 굉장히 두려워하는 게 '고객들을 연결시켜놓으면 모여서 우리 욕할 거야'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되게 많거든요. 연결단계에서 가장 신경 쓰셔야 할 부분은 일반 고객과 메인 고객을 구분 짓는 겁니다. ‘유퀴즈온더블럭’을 보시면 유재석씨가 처음에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 유퀴저 여러분" 이라고 인사를 합니다. 유퀴저라고 부르는 순간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이 구분이 됬죠.


그리고 ‘유퀴즈온더블럭’에서 퀴즈를 계속 풀다가 이런 사람이 등장하죠. “저 1회 때부터 봤어요.” 라고 이야기하면 유재석씨가 “우리 자기님이시네.”라고 말합니다. 이게 팬덤의 이름이 되는 거죠. 기업들이 어떻게 팬덤의 이름을 짓고 있나 실태를 한 번 보세요. 무슨무슨 기업의 서포터즈 몇 기. 어디 가서 창피해서 얘기도 잘 못하죠. 


요즘 아이돌 그룹의 팬덤 이름 한 번 보세요. BTS ARMY도 그렇고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팬덤의 이름만 봐도 소속감이 들 수 있는 느낌을 줘야 하는데 우리 기업은 아직도 1세대 팬덤이기 때문에 ‘우리 편한 대로 대충 지어주면 돼.’라는 관점이 있어요.


4단계는 팬으로 육성하는 거죠. 참여를 기반으로 학습할 거리, 협업할 거리, 떠들 거리를 주셔야 해요. 이 육성 단계는요. 자꾸 뭔가 강제적으로 시키시면 안 됩니다. 육성단계의 포인트는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단계예요.


 

예전에 방탄소년단이 갑자기 책 3권을 갑자기 올린 적이 있어요. 아무런 설명 없이 ‘데미안’, ‘사랑의 기술’, ‘영혼의 지도’ 이 세 가지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ARMY들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 파기 시작했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 결국 그게 그 다음에 나오는 앨범의 콘셉트였던 거죠. 그런 게 이제 생각할 거리라든가 학습거리를 던져주는 거죠.


마지막 5단계는 승급 및 보상입니다. 육성단계를 거쳤으면 당연히 거기에 맞는 레벨을 줘야 하고 거기에 맞는 보상을 주어야 합니다. 보상은 가능한 금전적인 걸 피하시는 게 좋은데 저도 실무자다보니, 우리나라는 금전을 벌써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비싼 보상이 아니라 굿즈 정도를 제공하는 게 좋고, 더 좋은 것은 사회적 인정 가치를 주는 것입니다. 선망의 대상을 만들어주는 거죠. 있어보이게 해주는 거죠.

이렇게 5단계를 거칠 동안 기업이 놀면 안 됩니다. 그동안 그들의 문화를 찾아내거나 만들어주거나 조성해줘야 해요. 그 문화를 가지고 다시 1단계 저변 만들기에 재투자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 저변이 점점 더 넓어질 거고 이 다섯 개의 서클이 크게 돌면 팬덤의 넓이가 확장될 거고요. 보상과 승급 단계 작은 서클이 계속 돌게 되면 팬덤의 레벨링이 많아지니까 심도가 깊어집니다.

 

인터비즈 조현우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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