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

조회수 2020. 10. 15.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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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파란만장한 삶은 엄연히 기업가적인 창조 신화다. 1976년에 부모님 집 차고에서 애플(Apple)을 공동 설립한 잡스는 1985년에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1997년에 애플에 복귀해 거의 파산 지경에 이른 회사를 되살려놓았다. 


2011년 10월에 세상을 떠날 즈음 잡스는 애플을 세상에서 가장 비싼 회사로 키워놓았다. 그 과정에서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전화, 태블릿 컴퓨터, 소매 매장, 디지털 출판 등 총 7개 산업의 변화에 기여했다.

잡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잡스의 성격이 비즈니스 운영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잡스는 보편적인 규칙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듯 굴었고 자신의 일상 생활에 접목했던 열정과 집중력, 극단적일 정도로 감정을 중시하는 태도를 자신이 만들어내는 제품에도 똑같이 쏟아부었다. 


쉽게 발끈하고 초조해하는 성격은 잡스가 추구했던 완벽주의의 핵심이었다. 아스펜연구소 CEO이자 책 『스티브 잡스』를 쓴 윌터 아이작슨이 잡스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 네 가지를 꼽아 소개한다.


필자 윌터 아이작슨


1. 단순화하라(Simplify)

잡스는 본질에 신경을 집중시키고 불필요한 요인을 제거해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려는 본능적 감각을 갖고 있었다. 애플이 내놓은 최초의 마케팅 책자에는 ‘단순함이야말로 궁극적인 차원의 정교함(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이라는 말이 인쇄돼 있었다. 


잡스는 단순히 복잡성을 외면하기보다 복잡성을 정복해 단순함을 얻고자 했다. 잡스는 이토록 심오한 수준의 단순함에 도달하면 사용자들에게 도전하기보다 우호적인 방식으로 사용자의 의견을 따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잡스는 “단순한 것을 만들고 근본적인 도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품격 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아이팟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한창이던 무렵, 잡스는 회의를 할 때마다 어수선한 요소를 배제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잡스는 아이팟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건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3번 이상 클릭할 필요가 없도록 단순하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팟 탐색 화면과 관련된 사례를 살펴보자. 아이팟의 탐색 화면 가운데 사용자에게 노래, 앨범, 아티스트 중 무엇을 기준으로 검색을 할지 물어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잡스가 어느 날 의문을 제기했다. “도대체 그 화면이 왜 필요한 거지?” 잡스의 말을 듣고서 디자이너들은 그런 화면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처: 위키피디아

아이팟 팀을 총지휘했던 토니 파델(Tony Fadell)은 "잡스가 문제나 접근방법을 새롭게 정의하고 나면 우리가 갖고 있던 사소한 문제들이 사라져버리곤 했다.”고 말했다. 잡스가 더 이상 단순할 수 없을 만큼 극도로 단순한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전원을 켜고 끄는 버튼을 없애자고 제안한 것이다. 맨 처음 팀원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전원 버튼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서서히 전원이 꺼지고 다시 작동을 시작하면 전원이 들어오게 만들면 그것으로 충분할 터였다.

2. 이윤보다 제품을 중시하라 (Put Products Before Profits)

1980년대 초, 소규모 팀과 협력해 최초의 매킨토시(Macintosh)를 디자인할 당시 잡스는 ‘유별날 정도로 훌륭한’ 제품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반면 이윤 극대화나 비용 분석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잡스는 매킨토시팀을 지휘했던 첫 번째 팀장에게 “가격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말고 그저 컴퓨터의 성능만 집중하라”고 이야기했다.


매킨토시 팀과의 첫 아이디어 워크숍 자리에서 잡스는 화이트보드에 ‘타협하지 말라(Don’t compromise)’는 글귀를 적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기계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았고 결국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매킨토시 역시 잡스의 말처럼 ‘우주에 흔적을 남겼다.’ 가정용 컴퓨터 혁명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붓자 돈은 자연스레 뒤따랐다.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애플의 경영을 맡았던 존 스컬리(John Sculley)는 애플의 CEO가 되기 전 펩시(Pepsi)에서 마케팅과 판매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잡스가 애플을 떠난 후 스컬리는 제품 디자인보다 이윤 극대화를 더욱 중요시했고 애플은 점차 쇠퇴했다. 잡스는 필자에게 “기업이 쇠퇴하는 원인에 관한 나만의 이론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잡스는 위대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나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장악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판매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회사 경영을 맡게 되면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중 상당수는 아예 흥미를 잃는다. 


스컬리가 애플에 들어오자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물론 스컬리를 영입한 건 내 잘못이었다. 발머(Ballmer)를 CEO로 영입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애플이 다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수 있도록 회사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고 애플은 뛰어난 컴퓨터 아이맥, 파워북(PowerBook),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차례로 출시했다. 


잡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제품을 만들어내려는 의욕을 북돋워줄 수 있는 영속적인 회사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있다. 그 외 모든 것은 부차적이다. 물론 이윤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윤을 내야 위대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이윤이 아니라 제품이다. 


스컬리는 우선순위를 뒤집어버렸고 결국 돈을 버는 것이 목표가 돼버렸다. 둘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변할 수밖에 없다. 고용하는 사람, 승진시키는 사람, 회의에서 논의하는 이야기 등 모든 것이 변한다” 

3. 완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 (Push of perfection)

어떤 제품을 개발할 때 건 잡스는 거의 항상 일정한 시점에 도달하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후 설계 단계로 되돌아갔다.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이폰을 개발할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케이스에 유리 스크린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월요일 아침에 회사에 출근한 잡스는 곧장 아이브를 찾아가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에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잡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이브는 놀랍게도 잡스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브는 “잡스가 그런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 너무도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디스플레이인데 당시의 디자인에서는 케이스가 디스플레이를 돋보이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디스플레이와 경쟁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기기 전체가 지나치게 남성적이고 과업 중심적이며 효율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잡스는 아이브가 지휘하는 디자인팀에게 선포했다. “지난 9달 동안 이 디자인을 만들어내느라 죽을 만큼 노력한 걸 잘 알고 있지만 디자인을 바꿔야 해. 밤이건 주말이건 가릴 것 없이 다시 일을 해야 할 거야. 원한다면 총을 나눠줄 수도 있어. 그 총으로 우릴 쏴 죽이게.” 


하지만 디자인팀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잡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잡스는 그때를 떠올리며 “애플 역사상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중 하나였다”고 이야기한다.

잡스와 아이브가 아이패드를 마지막 손질할 무렵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개발 중이던 아이패드 모형을 쳐다보던 잡스는 약간 불만을 느꼈다. 가볍게 들어올려 휙 채갈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잡스와 아이브는 사용자들에게 별 어려움 없이 한손으로 쉽게 쥘 수 있다는 신호를 전달하고 싶었다. 두 사람은 사용자들이 아이패드를 조심스레 집어 올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낚아챌 수 있도록 모서리를 둥그스름하게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잡스와 아이브가 원하는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팀이 아래쪽으로 부드럽게 꺾여 있는 얇고 단순한 테두리 부분에 반드시 필요한 연결 포트와 버튼을 모두 집어넣어야만 했다. 잡스는 이런 변화를 이뤄낼 때까지 제품 출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4. 직접 대면하라(Engage Face-to-Face)

잡스는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회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어쩌면 디지털로 인해 인간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잡스는 픽사 사옥을 지을 때 예기치 못한 만남과 협력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건물 자체가 계획되지 않은 만남을 장려하지 못하면 뜻밖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혁신과 마법이 대폭 줄어든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사무실 밖으로 나와 건물 중앙에 마련해 놓은 아트리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했다.” 


정문과 중앙 계단, 복도는 모두 아트리움으로 통한다. 카페와 우편함도 아트리움에 자리를 잡고 있고 회의실 창문 역시 아트리움을 향하고 있다. 600석 규모의 극장과 2개의 소형 영화 상영실도 아트리움에 위치해 있다.


존 래스터 감독은 이야기한다. “첫째 날부터 스티브의 이론이 기대한 효과로 이어졌다. 몇 달 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계속 마주쳤다. 픽사 건물처럼 협력과 창의성을 증진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는 건물을 본 적이 없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잡스는 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질색한 반면 모두가 얼굴을 마주 대고 자유분방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회의를 사랑했다. 잡스는 매주 경영팀을 모아놓고 공식적인 의제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으며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마케팅 광고팀을 모아놓고 같은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슬라이드 쇼는 아예 금지였다. 


잡스는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고 슬라이드를 이용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매우 싫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해 문제와 맞서려 한다. 내가 바라는 건 슬라이드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파워포인트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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