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열정 더 뜨거워져?" 코로나 시대의 연애

조회수 2020. 10. 22. 0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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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가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의 데이트 앱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힌지(Hinge)라는 데이트앱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3배로 늘었다. 사용자 설문에 따르면 69%의 사용자가 어떤 연애 상대를 찾을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을 더 이상 쫓아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현실적으로 변했다.

출처: 유튜브 Tinder Korea 캡처

힌지를 비롯해 틴더(Tinder), OK큐비드(OKCupid) 등 다양한 데이트 앱을 서비스하는 매치 그룹(Match Group)이 2000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올해 7월과 8월 진행한 설문에 의하면 59%가 찾고 있는 상대의 기준을 낮췄고 55%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 비해 연애 전선에 더 빠른 진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앱 내 메시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많아졌다.


찬 바람이 불면 연애 상대를 찾아나서는 경향은 전세계 공통이다. 미국은 보통 9월부터 데이트 앱 회원가입과 결제가 늘어나곤 했다. (우리가 흔히 ‘늑대 목도리’나 ‘여우 목도리’를 찾아 나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올해는 여름 내내 데이트 앱이 호황이었다. 보통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2월이 가장 피크 시즌인데 올해는 7월이 2월 같았을 정도였다.


달라진 건 또 있다. 보통 남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트 앱이지만 올해는 30세 이하 여성들의 이용이 늘었다. 코로나가 미국을 덮치기 직전인 2월 말에 비해 4월에는 30세 이하 여성들의 활동이 37% 늘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1:1 비디오 채팅도 활성화 되고 있다. 지난해 설문에서는 1:1 비디오 채팅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이용자가 10%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관심이 있다고 밝힌 사용자가 70%에 이른다.


매치 그룹 설문만 이렇게 나온 건 아니다. 다른 데이트 앱 커피 미츠 베이글(Coffee Meets Bagel)의 최근 설문 조사에서는 이용자의 91%가 더욱 진지한 만남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코로나 이후 미국인들은 연애 상대를 찾는데 더 관심이 많아졌고 상대에 대한 기준은 덜 까다로워 졌으며 더 진지한 만남을 원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코로나라고 하면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게 아닐까? 소위 접촉이 없는 ‘언택트’ 서비스가 대세인데 왜 사람 사이의 접촉이 반드시 필요한 연애를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대대적으로 연애에 나선 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은 불안하면 파트너를 찾아 안정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인간은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세상의 종말을 다루는 영화들을 보면 사람들은 멸망을 앞두고 파티를 한다. 서로가 서로를 탐하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의 종말이 눈 앞에 다가온 건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걱정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연애라도 해보자는 심산인 지도 모른다.


특히 미국은 한국과 달리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하고 있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확진자 수도, 사망자 수도 너무 많다. 확진자는 800만 명에 가깝고 사망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한국처럼 초기 방역에 성공하지도 못했고 여름에 봉쇄령을 풀고 방심했다가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마스크 착용도 최근 들어서야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이곳 워싱턴 주는 다른 주에 비해 상황이 비교적 나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초중고교생들은 3월 이후 학교를 한 번도 가지 못했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모임이나 사업은 주정부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불안함과 외로움에 지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건 인간의 가장 진실된 욕구다. 이렇게 타인과의 접촉을 되도록 피해야 할 시기에 데이트 앱이 인기를 누리는 걸 보면 그 욕구의 강렬함이 느껴진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처럼 인간의 연애와 관련해 사회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줬다. 하지만 실험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다 보면 연애뿐 아니라 어쩌면 가족 사이의 사랑, 다양한 인간 관계에서 더 적극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가 알려준 건 아닐까.


전염병은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평상시에 당연하게 여겼던 사소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 참고 글

필자 김선우
- 전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 <40세에 은퇴하다> 작가
- 이메일 구독서비스 '노멀 피플' 운영 (blog.naver.com/wildwildthing)
인터비즈 정서우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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