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억 '배구계 강동원' 월급쟁이 회사원 됐다

조회수 2020. 10. 2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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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아시안게임의 배구 영웅이 게임회사로 간 사연은

2m가 넘는 큰 키, 배구계의 강동원이라 불릴 만큼 출중한 외모, 탁월한 실력으로 V리그를 이끌었던 사람이 있다. 2011~2012시즌 671득점을 달성하면서 국내 선수 득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과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등에서 국가 대표로 활약했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땄다. 작년 배구판을 떠난 김요한(35)씨의 이야기다. 은퇴 후 게임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게임 회사 ‘스노우파이프’에서 이사로 일하는 김씨를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출처: 김요한씨 인스타그램 캡처
전 배구선수 김요한씨.

어릴 때부터 운동을 워낙 좋아했던 김요한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부 감독의 권유로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키가 큰 편이었어요. 유치원생 때 사진을 보면 다른 친구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어요. 초등학교 때 배구부 감독님이 ‘배구 한번 해볼래’라고 제안하셨어요. 운동을 좋아했던 터라 흔쾌히 따랐습니다. 그때부터 배구를 했는데 정말 재밌게 운동했어요. 아침에 눈만 뜨면 바로 연습하러 가서 새벽, 오전, 점심, 저녁 하루 네 번 훈련했습니다. 보통 일요일 하루만 쉬고 6일 내내 연습했어요. 아버지의 반대에도 배구가 꼭 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어린 시절 친구들 사이에선 키가 큰 편이었지만 배구를 시작하면서 같이 운동하는 친구보다 작아 고민이 컸다고 한다.
출처: 김요한씨 인스타그램 캡처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 때 사진.

중학교 땐 키가 너무 작아서 고민이 컸어요.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164cm로 다른 또래보다는 큰 편이었지만 배구 경기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선 작은 편이었습니다. 같이 운동하는 친구 중엔 170cm를 넘는 경우가 많았어요. 콩을 먹으면 키가 큰다는 말을 듣고 콩을 많이 먹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고등학교 1학년 때 키가 많이 컸어요. 입학 당시 178cm였는데 1년 만에 9~10cm가 자랐습니다. 15cm 정도 키 차이가 났던 친구와 눈높이가 점점 비슷해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김씨는 인하대학교를 졸업하고 2007년 구미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입단하면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KB손해보험,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등을 거치면서 많은 활약을 펼쳤다. 2017년에는 V리그 최초로 공격 득점 3500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 2006년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4년 뒤인 2010년에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동메달을 수상했다. 세계남자배구선수권 대회 등에서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출처: 김요한씨 인스타그램 캡처
선수 시절 모습.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금메달을 땄던 순간이 가장 기억이 납니다. 사실 여러 명의 선수가 한 뜻으로 경기에 임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런데 그때만큼은 한 팀이 됐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모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소름 돋을 정도였어요. 이런 느낌이 들어야 우승한다는 걸 직접 느낀 경기여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김씨는 은퇴 후 게임 회사인 ‘스노우파이프’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고 한다.

김씨는 작년 배구선수 은퇴 후 게임 회사인 ‘스노우파이프’에서 일하고 있다. 선수 시절 사외 이사로 활동했던 곳이다. 현재는 이사로 일하면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당시 은퇴와 재계약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오랜 시간 운동하다 보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 20년 넘게 배구만 해왔기에 지도자나 배구 관련 일보다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스노우파이프’ 김정익 대표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김정익 대표와는 막역한 사이로 선수 시절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회사 일을 함께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원래 게임을 좋아했고,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등 다양한 게임을 자주 해와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은퇴 후 방송가에 진출해 성공한 스포츠선수는 많지만 IT업계에서 성공한 경우는 없었어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업계에서 쓰는 전문 게임 용어나 게임 시스템 등을 익혔어요. 현재 직원 130여명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사쿠라대전, 피구왕통키, 트랜스포머 등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요. 턴제 전략 게임(Turn-based Strategy·플레이어들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명령을 수행하는 전략 게임의 한 장르)이 많아요.” 

출처: 김요한씨 인스타그램 캡처
현재는 회사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평생 운동만 해왔는데, 직장인이 되면서 생활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건 비슷해요. 선수 생활을 할 때도 일정한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고 주어진 스케줄을 소화했죠. 다만 선수 시절엔 몸이 힘들었다면 지금은 정신적으로 힘든 게 더 큰 것 같아요. 임원으로서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합니다.


보통 오전 10시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합니다. 일이 많을 땐 더 늦게 퇴근하기도 해요. 주로 외부 투자처를 다닙니다. 또 게임 테스트를 하고 보완할 점 등에 대해 피드백하기도 해요. 이 밖에도 회사 측의 배려로 방송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또 직장인이 되면서 급여를 월급으로 받는다는 게 달라졌죠. 선수 시절 때 공식 연봉은 4억원이었습니다. 인센티브는 따로 받았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현재는 회사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년 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IT업계에서 좋은 성과를 낸 최초의 스포츠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또 예능 등 방송 활동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배구계 일도 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게 배구인 것 같아요.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언젠가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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