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와 고연봉·고급차 포기하고 왜 이걸 하냐고요?

조회수 2020. 10. 2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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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현대건설 연구원이 사표 던지고 딸기밭으로 간 이유는

“농업은 미래산업” 스마트팜으로 농업 도전하는 청년들

대기업 나와 2000평 스마트 딸기 농장 운영하는 안해성씨

“배우의 길 가기 위해” 농업 선택한 농민배우 이상준씨



서울대 나와서 현대건설 연구원 하다가 그만두고 시골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30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혹시 회사에서 사고를 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20대 청년이 딸기밭에서 일하며 얼굴이 붉게 그을렸다기에 역시 비슷한(?) 추측을 했다. 안해성(36)·이상준(28)씨 이야기다. 흔히들 농업은 노동집약적이고 수익이 낮은 산업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이 청년들은 정 반대로 본다. “농업이야말로 가장 발전가능성 큰 미래산업”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력의 청년들이 왜 농부의 길을 선택했는지 궁금해 인터뷰를 청했다. 


◇딸기 생산에서 나아가 교육·체험 사업까지 영역 확대

안해성씨의 딸기 스마트팜 ‘포천딸기힐링팜’ /포천딸기힐링팜 제공

안해성씨는 경기도 포천에서 2000평(약 6600㎡) 규모의 농장 ‘포천딸기힐링팜’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으로 설계돼 온도·습도부터 일조량까지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농장 안팎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수집된 기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전송해 딸기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찾는다.


-주변에서 부러워할 직장일텐데, 왜 그만뒀나?

현대건설 재직 시절 안해성씨. /포천딸기힐링팜 제공

“서울대에서 지질학 석사학위 받고 2014년 입사를 했다. 실제 내가 다니던 회사는 대기업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급여와 복지로 유명하다. 나름 좋은 차도 뽑았다. 어느날 차를 몰고 올림픽대로를 달리는데, ‘이런게 성공한 느낌일까’ 하고 공상에 빠졌다. 그런데 이내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아 역시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스스로가 주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정한 일을 하며 보내기엔 젊은 시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농업을 선택했나? 


“어느날 TV에 스마트팜이 소개됐다. 사실 아버지와 동생도 농사를 짓기에 농사가 얼마나 고생스러운 일인지 잘 안다. 그런데 TV 속 스마트팜은 딴 세상이었다. 이후 스마트팜에 대해 공부를 했다. 당시 내 업무는 빅데이터 연구였다. 각 산업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누적해 인공지능(AI)을 갖추는 단계로 발전 중이었다. 그런데 한국 농업은 아니었다. 바꿔 생각하면 농업 분야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 싶었다. 청년을 농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부·지자체가 다양한 보조금과 혜택을 준다는 점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다. 딸기란 작물을 선택한 것은 내가 딸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회사원이었는데, 농사가 어렵지는 않았나?

청년귀농장기교육 수료식. /포천딸기힐링팜 제공

“2018년 12월 회사를 그만두고 포천딸기힐링팜을 열기까지 1년여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농촌진흥청 등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1300시간 이수했다. 이중 1000시간 정도가 실제 농장에 가서 배우는 실습형 교육이었다. 요즘 이런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이 워낙 잘 돼 있다. 여기에 더해 나는 전국의 유명한 딸기 농장을 찾아가 농법을 배웠다. 무작정 연락을 드렸는데도 50여곳의 농장 대표님들께서 흔쾌히 농사일을 가르쳐주셨다. 청년이 열심히 해보려고 찾아온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스마트팜 농장을 건립하는데 큰 돈이 들었을 것 같은데…

2020 청년농업인 대상을 수상한 안해성씨. /포천딸기힐링팜 제공

“이 농장을 건립하는데 4억원대의 비용이 들었다. 이와 별개로 토지매입 비용도 든다. 큰 돈이다. 나는 자금 조달을 위해 청년 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각종 공모전에 입상해서 추가로 지원을 받기도 했다. 최근 농협 주최 행사에서 ‘2020 청년농업인 대상’도 수상했다. 농업 관련해서는 농림부에서만 지원이 있다고들 알고 있는데, 농업 스타트업으로서 중소벤처기업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선 프리미엄 딸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포천은 일교차가 커서 딸기의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하다. 올해는 ‘설향’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품종만 재배하지만, 내년부터는 다양한 품종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교육·체험 사업도 병행할 것이다. 유튜브 채널 ‘안스팜티비’를 운영중인데, 이 또한 예비 귀농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사업의 일환이다. ICT 기반 시설을 이용해 농장에서 학생들 대상 코딩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논의 중에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 것이다. 내가 그랬듯 농업을 준비하며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예비 귀농인들을 위해 컨설팅도 진행할 계획이다.” 


◇평생 배우하고 싶어 농민이 되기로 


이상준씨는 최근까지 강화군 교동도의 농업법인회사 ‘원팜’에서 농장장으로 일했다. 직접 경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농장의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내년 강화군 내에서 자신이 직접 운영할 스마트팜 시공을 준비 중이다. 


-배우 출신인데, 어떤 계기로 농업과 인연을 맺은 것인가?

이상준씨가 강화도의 딸기 농장에서 수확을 하고 있다. /이상준씨 제공

“대학에서 연기예술을 전공했다. 연기예술과 교수님이 극단도 운영하셨는데, 이 극단은 도서(島嶼)지역을 돌며 다양한 공연과 예술교육활동을 했다. 강화도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인형극을 한 적도 있다. 예컨대 강화도 조롱박을 가공해서 인형을 만드는 식이다. 품앗이처럼 농촌 일손을 돕는 경우도 많았고, 이때 스마트팜에 대해 알게됐다.”


-어떻게 딸기랑 인연을 맺었나? 


“스마트팜에 대해 본격 공부를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 수경재배를 배울 곳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딸기 농장을 연결해줬다. CJ그룹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대표님이 운영 중이었다. 그분 밑에서 딸기 농사를 배우고 농장 운영을 맡아했다. 


-그럼 배우 꿈을 접고 농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인가?

/이상준씨 제공

“아니다. 사실 배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직업이다. 오디션을 봐서 독립영화 등에 출연을 하고, 여기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면 더 큰 작품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드러나게 된다. 아이돌이 아니라 평생 연기를 하는 배우의 세계에선 20대를 위한 배역이 많지 않다. 30대 중후반에나 얼굴을 알릴 수 있다. 길고 지난한 무명의 시절을 견뎌야 한다. 선배들은 편의점 계산원, 식당 서빙 보조, 공사장 잡부 등을 하며 배우의 꿈을 이어간다. 나는 이런 구조가 너무 싫었다. 나는 스마트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갖춘 뒤 배우의 삶을 이어갈 계획이다. 농민과 배우는 둘 다 정년이 없어 평생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상준씨(오른쪽)가 한 연극에 출연한 후 배우 이순재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준씨 제공

“내년 강화도 딸기 농장 건립 전까지 포천딸기힐링팜 등 우수한 스마트팜에서 ICT장비 실습을 할 것이다. 청년창업농의 경우 국가에서 3억원까지 저리 대출해주고, 첨단시설의 경우 사업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월 100만원 정도의 정착지원금을 3년간 받을 수도 있다. 우선 스마트팜을 설립해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는 농사 일에 보다 집중을 할 계획이다. 유튜브 채널 ‘젠틀파머’를 통해 준비 과정을 상세히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독립영화에 출연할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알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같은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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