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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구체적이고 명확히 하자

조회수 2020. 9. 30. 18: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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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와이프와 함께 밥을 먹던 친구는 돼지찌개에 밥을 쓱삭쓱삭 비벼 먹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 이 찌개 진짜 맛있지? 더 먹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 이거 한 숟가락만 먹고 치워야겠다"


그렇게 집을 나선 친구는 퇴근 후에, 남은 돼지찌개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 하기 위해 찌개를 찾았다고 한다. 허나 웬걸, 돼지찌개가 보이지 않는다. 친구의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찌개만 생각하면서 버틴 빡 센 하루였다. 불똥은 이내 와이프에게 튄다.




"여보. 내 돼지찌개 못 봤어?? 아 어디 간 거야??"

"아 그거 여보가 먹고 치운다고 했잖아. 그래서  버렸는데"





이건 ‘치워야겠다’라는 말을 서로 다르게 해석해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그저  ‘한 숟가락만 더 먹어야겠다’라는 의미로 말인데, 와이프는 ‘이제 남은 찌개 버려야겠다’라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내 얘기를 들은 친구는 말했다.




"야, 너는 말의 기본도 모르냐? 말에는 오해가 없어야 할 것 아니냐? 니가 그렇게 말하면 당연히 오해하지. 니 와이프가 뭔 잘못이냐? 말을 똑바로 못 한 니가 잘못이지. 정확하게 말했어야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 안에서 해석하고 판단한다. 관심사 또한 제각각이다. 그래서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듣는 사람이 내 마음과 같이, 내가 의도한 대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설명을 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전제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말이 구체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생략해서 말하거나, 혹은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표현 (최대한, 빨리, 정말 ) 등이 많이 쓰이면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이거 한 숟가락만 먹고 그만 먹어야겠다. 아껴뒀다 저녁에 다시 먹을 거야. 치우지 마” 




아마 이렇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얘기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화장실은 2층 계단을 이용하세요"






이 글을 본다면 누구나 계단을 이용해서 2층으로 올라가면 화장실이 있을 거라 추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을 하기까지는 몇 단계의 인지적인 노력을 거쳐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생략되어 있고, 지극히 주관적인 말하기 방식이다. 지식의 저주에 제대로 걸려 있는 사람이다. 아마 나보다 도 심술 굳은 사람이 있다면, 그냥 2층 계단에 볼 일을 보지 않았을까 짓궂은 상상을 해봤다.








말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말한 것을 상대도 똑같이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이는 어느 정도 지식의 저주와 관련되어 있다. 내가 안 것을 상대도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 내가 아는 것과 동일하게 알아들었을 거라는 착각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내가 어떻게 전달했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 드리냐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오해의 여지가 없이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한다는 뜻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을 잘하는 것도 결국 배려라는 출발선상에서 시작하지는 않을까 한다. 진짜 배려는 오해가 없도록 말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이다.



업무의 신, 기획의 신,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 의 저자 임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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