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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개그맨, 취미는 일타강사

조회수 2020. 10. 21. 09: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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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수포자였습니다.

일타강사, 정승제

엉뚱한 행동과 유쾌한 입담으로 수험생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주는 일타강사.

수업 중간중간에 가미된 재미있고 유익한 인생 상담 때문에 요즘은 수험생들은 물론 어른들도 그의 영상을 즐겨본다는데.

그런 그가 최근 TV조선 경연대회 ‘미스터트롯’에 직장부 참가자로 출연했다.

본업이 수학 강사인 내가 미스터트롯에 도전하는데 수험생인 너희들이 정녕 공부를 포기할 거냐며. 대한민국 수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의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진지하고, 열정적이고, 퍽 즐거워 보인다.

먼저 레전드매거진 구독자들에게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반려견 코델리아의 보호자이자, 수학을 가르치는 생선이며, 트로트와 포크 장르의 신인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정승제 강사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교육 콘텐츠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실감하시는 편인가요? 


온라인 라이브 강의에 대한 수요가 늘었어요.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한 회당 학습량을 늘려달라거나 새로운 강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많아요. 학업의 모자란 부분을 온라인 강의에 의지하는 현상으로 인해 강사로서 더 큰 책임 감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에게 노래는 어릴 적부터 가장 잘하고 싶었던 일이다. 노래를 잘 못하는 자신도 이렇게 오디션에 도전하니, 학생들도 힘을 내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라고 말해주고 싶단다.

정승제의 인생을 음악 장르로 비유하면 어떤 장르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송창식 씨가 아닐까요. 주류와의 노골적 타협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 인정받았잖아요. 노래를 정말 잘하시는데, 기존에 노래하던 다른 가수들과 비슷한 스타일로 가지 않고 과감히 그분만의 색을 드러내셨거든요. 


지금까지 제가 그렇게 살았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지향하는 바에요. 앞으로 그렇게 살고 싶어요. 독창적으로. 

흔히 모든 요리의 기본은 위생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렇다면 강사로서, 가르침의 기본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 까요?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기본이죠. 요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음식점으로 예를 들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한 방안이나 어떤 음식을 어떤 재료로 맛있게 만들지에 대한 이야기가 적어도 가게의 위치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완벽하게 정리되는 게 순서잖아요.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순진한 것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오죠.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강사로서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 인맥과 마케팅에 의존하게 되는 거예요. 


강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에게 내용 전달을 어떻게 잘할지에 대한 고민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듣는 이들에게 더욱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내 음원을 어떻게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음원 사재기 같은 현상도 일어나는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 정승제라고 검색해보면 다양한 인생 상담 영상이 나오거든요. 몇 개 들어봤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 고요. 학생들이 듣는 강의지만 어른들에게 더욱 필요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릴 때 우리는 도덕 시간에 오륜을 통해 장유유서, 경로효친 등 웃어른에 대한 존경과 공경을 배우며 자랐죠. 제대 후 이십 대 중반에 문득 그 말이 정답은 아니라는 깨달음이 왔어요. 저의 경험 상 어른은 존경과 공경의 대상이 라기보다는 세상의 나쁜 것과 타협해 가는 사람들에 가깝게 느껴져 배신감마저 들었어요. 오히려 우리가 아이들에게 배워야죠. 어른들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학창 시절 단 한 명의 어른이라도 나에게 세상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해줬다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저는 그저 명문대학에만 입학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어 인생이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조금 더 살다 보면 누구나 알게 되잖아요. 공부를 아무리 잘했어도 인간됨을 배우지 못해 죄를 짓고 감옥에 가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아요.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데 아무도 해주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강의 중간중간에 하기 시작했어요. 


흔히 당연하다고 믿게 되거나 강요당하는 부당한 체제나 틀에 박힌 관습들로 내 삶을 옥죄기보다는, 매 순간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56

일타강사 정승제가 중학교 첫 수학시험에서 받은 점수

어째서 수많은 과목 중 수학강사가 된 건가요?


제가 처음부터 수학을 잘했던 건 아니에요. 중학교 1학년 첫 시험 중간고사 때 수학시험에서 56 점을 받았어요. 기껏 좋은 고등학교를 보내겠다고 강남으로 무리해서 이사 온 부모님을 볼 면목이 전혀 없더라고요. 당시로서는 꽤 큰돈인 한 달에 20만 원짜리 고급 과외도 해봤지만 수업을 전혀 못 따라갔어요. 


그러다 한 번은 대치동 한국 학원에서 스타강사 최학수 선생님의 수학 특강을 들었는데, 몇백 명을 앉혀놓고 하는 단과 수업이었어요. 수강료는 2만 5천 원으로 집안 형편과도 잘 맞아 부담감도 덜었죠. 그런데 수업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동안 이해를 못해 암기로 때웠던 개념들이 그 강의를 들으며 단번에 이해됐어요. 이후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도 수학이 어려웠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수학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죠.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저는 평생 스스로에 대해 수학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 착각하고 살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강사가 어떻게 가르치냐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정말 수학을 잘 설명할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학선생님이 되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수능만 끝나면 꽃길이 펼쳐질 거라고 말하는 건 쉽죠. 하지만 그건 학생들을 속이는 거예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요?

수능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며 지나고 나면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고 넘어야 할 산이 눈앞에 있죠.

공부하는 자세와 노력하는 마음은 삶의 일부이기에 평생 지니고 즐길 수 있어야 하죠.”

강사로서 유명해진 계기가 있었나요?


인터넷 강의를 시작할 무렵 화질을 테스트하려고 찍었던 강의가 하나 있어요. 열 평 남짓 되는 오피 스텔에서 벽에 칠판 하나 걸어두고 카메라 한대만 놓고 중학 수학 단기완성 특강을 10강에 걸쳐 촬영했어요. 화질 테스트 겸 했던 거라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며 직접 인코딩과 편집을 해서 지금 보면 1강부터 10강까지 화질이 전부 달라요. 그렇게 다 만들었는데 테스트로만 끝내기는 아까워서 2007년 10월 즈음 무료 강의로 올렸는데, 그게 터졌어요. 


왜 간혹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학생들이 보통 무료 강의는 잘 안 듣는 데다 심지어 유명하지도 않은 낯선 강사가 하는 강의인데 제가 그때 했던 단기완성 특강이 당시 사이트 1위의 인기강사 무료 강의 조회수를 거의 따라잡았어요. 지금까지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 누구도 가르쳐주거나 설명해주지 않아 암기로 넘어갔던걸 설명해주니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었다며 정말 감사하다는 수강후기들이 올라왔고, 그 후로 매해 다섯 배에서 열 배까지 매출이 성장하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어요. 


그래서 신규 강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요.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불편해할 만한 걸 강의로 녹여내라고. 새벽에 찍어 화질도 들쑥날쑥인 강의를 올려도 내용만 좋다면 충분히 강사로서 성공할 수 있으니 내용보다 옷차림이나 메이크업에 더 신경을 쓰거나 다른 환경적인 요인을 탓하지는 말자는 거죠.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비싼 과외를 받지 않아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건 전부 핑계죠. 선생님을 잘 만나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사교육에 들이는 비용에 비례해 성적이 오르는 건 결코 아니거든요.

응원 메시지를 많이 보내지만, 때로 받기도 하실 것 같아요. 감동받았던 사례가 있나요?


학생들에게도 많이 받지만,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인데 어릴 때 저를 알았다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을 거다, 수능시험을 보진 않지만 선생님 수업은 꾸준히 듣는다, 자녀 들과 함께 공부하려고 인터넷 강의를 듣다 보니 내가 더 많이 챙겨보고 공부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힘이 나요.  그리고 수능시험을 마친 아이들이 이제 막 취업해 스물여섯, 스물아홉이 되었을 때 오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힘들었는데 선생님 영상 보고 마음에 위로를 받고 간다며 장문의 댓글을 남기기도 하는 데, 읽어보면 참 고맙고 그래요.

 

유튜브에 성함을 검색하면 다양한 채널이 나오더라고요. 숨겨진 부인, 숨겨진 아들, 정승제 사생팬까지.


정말 많아요. 자고 일어나면 딸 하나 생기고 아들 하나 생기고. 최근에는 손자도 생겼어요.


승제 숨겨진 부인과 전화 통화하신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봤어요. 정체를 알고 나서 깜짝 놀라시던걸요. 덩달아 저도 놀랐습니다.

누구인지 모르고 한참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 자기 정체를 밝히고 전화를 끊었어요.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 상황에 다들 웃었지만 저는 진짜 무서웠어요. 한 번은 제가 완강 클럽 행사를 마치고 학생들과 사진도 같이 찍고 정리하고 있는데 그날 행사에 왔던 남학생 한 명이 카세트테이프 같이 생긴 걸 하나 주면서 ‘집에서 뜯어보세요’라 하고 사라졌어요. 집에 와서 뜯어보니 테이프가 아니라 이 액자더라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꿈이 뭔가요?


항상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제가 그 질문을 받으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음… 제 꿈이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싸우지 않고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출처: 레전드매거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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