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내 집 마련하며 깨달은 사실

조회수 2020. 6. 30. 17: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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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게 돈만 모은다고 다가 아니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34살 서울에서 거주 중인 프리랜서 입니다. 결혼한 지는 7년 차가 되었고, 슬하에 딸아이를 하나 두고 있습니다. 남편은 여의도에서 근무 중인데 결혼할 때 자금도 모자라고 대출받는 게 두려워서 전세로 집을 구했습니다. 당시에 집값이 내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소문이 무색하게도 그 이후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솟구쳤습니다.

매해 억 단위로 뛰는 집값을 보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작년 말에 집을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고, 10월쯤 저희 세 가족이 살만한 작은 집 하나를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느꼈고, 집을 살까 말까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제가 직접 임장을 다니고 계약하고, 살아보며 느낀 점 몇 가지를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대출을 두려워하지 말자.

결혼할 때 당시만 하더라도 저는 대출은 빚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빚을 활용해서 자산을 늘린다는 개념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결혼 당시 집을 사지 않았던 이유였습니다.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빚지는 것 자체가 나쁜 행동처럼 느껴졌고, 부모님 세대가 겪었던 IMF의 통증이 저에게도 존재했습니다. 대출을 받아서 투자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 집을 마련하기로 하고, 대출 받을 것을 알아보고, 재무계획을 세워보며 충분히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이 사실을 4년 전에 알았다면 저는 지금처럼 대출을 많이 받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출은 빌리는 돈이고, 서서히 갚아나가면서 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대출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빚내도 좋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내 집 마련에 있어서 대출을 너무 두렵게 생각하지 말고, 갚을 방법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면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청약은 아무나 되는 것 아니더라.

청약이 뭔지는 20대 초반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청약통장을 꾸준히 운용하면 청약에 당첨될 수 있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 이상합니다. 저는 결혼 후 몇 차례나 청약을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나 주변 지인들은 잘만 된다는 청약이 이상하게도 저를 피해갑니다.


하지만 저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청약이 확률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로또 같은 느낌이 든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되지만 그게 절대로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그 사실을 인지하면서부터 저는 현실적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또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청약이 당첨된 사람들을 보며 세상에는 이렇게 꼼수가 많은데 누구나 그런 꼼수를 부리기는 쉽지 않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청약을 준비할 거라면 본인의 청약점수와 당첨 가능성을 명확하게 계획하고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면밀히 계산 후 나에게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포기하길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청약은 확률싸움이고, 어찌 보면 제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입니다.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변수 투성이 인 청약을 무작정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언제나 불안정성을 만듭니다. 저는 그 불안감과 희망 고문에서 재빨리 탈출하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계산하에 청약점수가 높고 당첨 가능성이 높다면 그 기회를 잡는 플랜을 세우면 됩니다.

몸테크vs워라밸 뭐가 더 유리할까?

저는 기왕이면 아파트를 살 거라면 투자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9호선 맨 끝 동네에 곧 재개발을 하게 될 아파트를 보고 왔습니다. 낡았지만 깨끗했고 재개발만 들어가면 어느 정도 오르겠다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동네는 그 아파트를 빼고는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기에 좋은 점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은 몽땅 재개발 천지였고, 아이 초등학교 가는 길은 공사판이었습니다. 게다가 2년 뒤 재건축이 시작되면 저희는 또 나그네가 되어 이동을 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못해도 2억은 거뜬히 오를 것 같았지만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투자도 중요하지만 내가 집을 사야만 하는 이유는 내 마음 둘 곳, 그리고 행복한 둥지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렸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투자 관점에서보다는 남편의 직장이 멀지 않고 아이가 초등학교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동네를 보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임장을 다니던 도중 인테리어를 새로 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한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께 왜 이 집을 이렇게 깨끗하게 수리해놓고 집을 내놓았는지 물었더니 집주인이 집산지 6개월 만에 다른 동네가 더 기회가 많은 것 같다고 새집을 샀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집주인이 샀다는 그 동네의 집들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제가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침내 저는 각종 임장에서 주워들은 정보들을 토대로 제가 살 집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남편은 직장이 가깝고 왕복 3시간 출퇴근의 악몽에서 탈출해 저녁 있는 삶을 즐기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딸 아이는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을 다니고 있으며,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어도 5분 거리에 학교에 등원하게 될 겁니다. 


역에서도 멀고 갚아야 할 대출금은 산더미처럼 쌓였고, 주변에 놀만 한 장소가 아주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저는 제집을 마련하며 내가 이제껏 가지고 있던 어떤 불안감에서 해소되었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저는 지금 매우 행복하고 평화롭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내 한 몸 건사할 곳이 있다는 것이 주는 안정감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거든요.


이 글은 제가 단순히 집을 샀다고 자랑하고 싶어 쓴 글이 아닙니다. 내 집 마련에 고민이 많고 망설이시는 분들께 저의 선택의 과정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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