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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 때려치우고 유튜브 두 달 해보니..

조회수 2020. 7. 29. 21: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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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고 도시락 싸 들고 말리고 싶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됐다. 유튜브 한답시고 조명에 노트북에 커튼 달고, 도배까지 다시 하고. 촬영장소가 마음에 안 들어 대출까지 받아서 시작했다. 게다가 나는 기존에 하는 일을 모두 접고 유튜브에 올 한지까지 한 상황. 하지만 이 모든 걸 투자해서 두 달간 얻은 건, 구독자 500명. 지난 두 달 간 유튜브를 운영하며 느꼈던 솔직한 심정을 밝혀보도록 한다.

첫째, 유튜브는 내 일기장이 아니었다.


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해왔던 사람이다. 매번 제작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게 너무 신물 나 내가 주인공인 콘텐츠가 하고 싶었다. 분명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내 이야기를 듣는 걸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는 조회 수가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구독자 취소까지 발생했다.


그 후 절실히 깨달은 사실, 유튜브는 내 이야기를 하는 채널이 아니라는 것. 유튜브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해야 하고, 그것들을 풀어낼 인사이트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기장에 쓰라는 말이 너무 절실하게 와닿았다.

둘째, 얼굴이 나오지 않는 게 유리 할 수도 있다.


얼굴은 대체로 호불호가 갈린다. 사실 사람들은 본인의 취향이 아닌 경우 안 보면 다행인데, 유튜브를 해보니 안보는 정도가 아니라 악플까지 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유튜브도 좀 더 이쁘고 잘생긴 사람, 누구에게나 호감형이 사람이 더 잘 먹힐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생각해보니 10년 전 아프리카티비를 했을 때 얼굴이 나오지 않는 방송을 했다가 실시간 동시 접속이 4천 명까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 끼와 재능 때문이 아니라 얼굴이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등장하니 시청자가 마음껏 나에 대해 상상하며 내 방송에 참여했던 게 방송이 잘됐던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싶다.

셋째, 콘텐츠 터지는 성공 공식은 따로 있다.


나와 동시에 유튜브를 시작했던 한 친구는 벌써 조회 수가 1만짜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그 친구는 유명 유튜버에 대한 호기심 콘텐츠를 제작했고, 그 유명 유튜버가 점점 더 유명해짐에 따라 해당 콘텐츠도 더욱더 조회 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변 콘텐츠 제작자들끼리는 이런 것을 ‘빨대 꽂는 전략’이라고 종종 말하고는 했는데, 결국 사람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었음을 잠시 잊고 살지 않았나 싶었다.

넷째, 생각나는 대로 말을 뱉지 말자.


나는 내가 아무말 대잔치를 해도 사람들이 봐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호감형 인간도 아니었고, 말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준비하지 않고 맘대로 뱉은 말들을 사람들은 좋아해 줄 리가 없었다.


특히나 슈퍼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지금 포화상태를 넘어 연예인마저 진출하고 있는 이 시기에 나 같은 일반인이 콘텐츠로 승부하려면 어찌 됐건 제대로 ‘기획’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다섯째, 유튜브로 먹고사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야심차게 유튜브를 시작했고, 초반에 많은 것들을 투자하는 바람에 나는 유튜브에 많은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로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하는 일을 정리하면서부터는 새로운 직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었다면 한량 백수에 빚쟁이가 됐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유튜브로는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수도 없을뿐더러 나는 계속해서 대중적이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기존의 유명 유튜버들이 했던 ‘유튜브는 부업으로 하세요’라는 말을 뼈저리게 새기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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