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잡

얼마 전 엄마는 당근 마켓으로 좋은 밥솥을 저렴하게 구매했다며 자랑을 했다. 친구는 안 쓰는 전기자전거를 당근 마켓으로 거래하고 매너 온도가 올라갔다며 뿌듯해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주위에 당근 마켓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에 광희가 출연하는 유튜브 네고왕에서도 당근 마켓 네고를 했던데. 심지어는 쇼핑앱 카테고리에서 쿠팡 다음으로 인기라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유명하지 않았던 당근 마켓이 왜 이렇게 급부상한 것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근 마켓은 동네 인증을 하고 범위 내에서만 거래를 할 수 있다. 초반에는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게 나중에는 당근 마켓만의 메리트가 될 수 있었다. 거래를 하다가 옛 동창을 만나기도 하고, 가족과 거래장소에서 만나는 웃픈 에피소드도 있을 정도이다. 물건을 통해 동네 이웃을 만들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지역 커뮤니티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당근마켓은 실제로 무료 나눔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는 물건들을 거래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분은 버섯을 키우시는데, 상품성이 떨어지는 버섯들을 당근 마켓에 무료 나눔 하셨다고 한다. 버섯을 가지러 오시는 분들이 작은 선물들을 가지고 오셨는데, 그 덕분에 저녁거리를 해결하기도 하고 좋은 친구를 사귄 것 같다고 하셨다.

당근 마켓이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준 건 바로 맘카페였다. 요즘 맘카페에서는 동네 병원이나 맛집 등의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런 장점들을 당근 마켓이 캐치한 것이다. 동네맛집을 공유하기도 하고, 고양이를 자랑하는 사람들까지 커뮤니티는 꽤 활발하다. 또한 엄마들 연령대가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실제로 앱을 편리하게 만든 것도 당근 마켓 인기에 한 몫 했다.

중고거래 시장이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고거래 사기 때문이었다. 내 친구도 맥북을 중고로 구매하려다가 돈을 날린 적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중고사이트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당근 마켓은 이 부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100% 걸러낼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으로 1차, 수작업으로 2차 선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동네에서 만나 인사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거래를 지향하는 당근 마켓.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동네 친구는 점점 사라져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 정을 주고 나누어야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다. 

당근 마켓이 인기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것들이 결핍되어 있고, 어떤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지를 캐치하는 것. 그게 우리들이 ‘당근 마켓’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