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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약해진 엄마는 임종을 앞둔 와중에도 막내딸을 봐야 한다며 기다렸다

조회수 2020. 10. 14.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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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도착하자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너랑 공원에 앉아 햄버거 먹던 때다. 정말 고마웠다."라며 손을 잡아 주시고는 눈을 감으셨다.

엄마는 슬픔이다

몇 년 전 여름, 재수 학원에 다닐 때였습니다.  더위에 지친 저희는 수학 선생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여든 넘은 엄마와 난생처음 홍콩 여행을 간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홍콩에 도착한 첫날, 선생님은 예기치 못한 일을 겪었습니다. 돈과 여권이 든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것입니다. 

 

대사관에 연락을 하고 기다리던 중 배가 너무 고파  주머닛돈을 탈탈 털어 햄버거를 나눠 먹었습니다. 


생전 처음 맛본 햄버거를 꾸역꾸역 삼키는 엄마의 모습이 무척 가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갑작스레 귀국해 식구들에게 잔소리를 들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몸이 약해진 엄마는 임종을 앞둔 와중에도 막내딸을 봐야 한다며 기다렸습니다. 


선생님이 도착하자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너랑 공원에 앉아 햄버거 먹던 때다. 정말 고마웠다.”라며 손을 잡아 주시고는 눈을 감으셨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반에는 훌쩍이는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선생님은 “내게 엄마는 곧 슬픔이다.”라며 눈물을 쏟으셨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는 저도 엄마만 생각하면 눈시울이 젖어 옵니다.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고된 업무와 적은 월급에 자존심이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그런 사정을 알기라도 하듯 월급날마다 건넨 십만 원을 한사코 거절하셨습니다. 건강식품을 선물하면 몰래 환불하시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모든 취업 준비생들은 엄마 앞에서 떳떳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못난 자식을 결코 불효자로 만들지 않습니다.  


첫 해외여행에서 소매치기를 당해도, 용돈 한번 주지 못해도 노여워하시지 않죠. 엄마는 곧 슬픔이라던 선생님의 한마디가 잊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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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기도 성남시에서 채혜선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목소리서포터즈 녹음
본 콘텐츠는
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서우빈'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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