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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분은 재혼하셨고, 우리 남매에게는 새아버지가 생겼다.

조회수 2020. 10. 14. 13: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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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하시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도 새아버지와 정이 들기는커녕 갈수록 미워하는 마음만 커졌고, 아버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새아버지의 눈물

아버지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탓에 왼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십니다.


지금은 이 세상 어떤 아버지도 부럽지 않은 우리 아버지를 처음 만나던 그때, 난 아직 마음이 덜 자란 철없는 소녀였답니다.  


어머니께서 지금의 아버지와 재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을 때 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몸이 불편하신 그분과 재혼하려는 건지, 아버지의 빈자리를 그분이 과연 채워 줄 수 있을지, 어머니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어 마음속으로만 애태우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두 분은 재혼하셨고, 우리 남매에게는 새아버지가 생겼습니다.  


행복해하시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도 새아버지와 정이 들기는커녕 갈수록 미워하는 마음만 커졌고, 아버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지내기를 석 달.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자궁에 혹이 생겨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난 뒤에야 병원으로 가 어머니 곁을 지키곤 했지요.


그날도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병실 문을 들어서려는데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보, 빨리 나아요. 당신이 이렇게 누워 있으니까 하루하루 사는 게 재미가 없구려. 애들도 어깨가 축 쳐져 있으니 안쓰럽고.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아플 텐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니 당신이나 애들 볼 면목이 없구려….”

 

그분, 아니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시는지 뒤늦게 깨달은 후회의 눈물이었습니다. 


왜 어머니가 자식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데도 이분을 택하셨는지 그때서야 알 것 같았지요. 


그렇게 오랜 시간 마음의 방황을 접고 이제 아버지와 나는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끈끈한 부녀 지간의 정을 과시하고 지냅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모님의 건강과 아름다운 사랑을 언제까지나 지켜 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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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북 경산시에서 목효영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목소리서포터즈 녹음
본 콘텐츠는
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들매'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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