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컵 커피 과연 재활용 되었을까?"
해외서도 러브콜, 플라스틱 폐기물에 도전장을 던지다
SR 테크노팩 조홍로 대표
바쁜 현대인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RTD 컵커피, 즉석밥 등을 구매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SR테크노팩이란 회사는 이처럼 식품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무사히 보존되도록 플라스틱 용기 내 고차단성 필름 소재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우유, 주스 등 음료를 담는 카톤팩 생산 1위업체 삼륭물산이 모기업입니다. 급변하는 식품 소비 트렌드 속에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다 핵심 소재 개발의 필요성을 느껴 식품 포장재 생산 전문 기업 SR테크노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다양한 식품 용기, 그 소재들이 대부분 수입산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대다수 식품 용기들은 해외에서 수입한 에틸렌 비닐 알코올(EVOH) 필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수입에만 전량 의존했던 EVOH 소재를 가격, 산소 장벽, 친환경 면에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수입에만 전량 의존했던 소재를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사실 덕분에 국내 언론과 기업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산소차단코팅필름 GB-8을 개발하는 일은 독한 끈기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2015년부터 소재 R&D팀을 두고 팀원들과 직접 상의하면서 개발에 몰두해왔습니다. 4년간 기술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30억원 이상인데요. 중소기업 입장에선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어요. 만약 R&D가 실패하면 한 순간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물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R&D 투자 금액이 늘어나고 성과는 기약이 없어지니까 3년째엔 정말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래도 식품 용기 제조업체 대부분이 일본 등 해외에서 핵심 소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단순 가공업만으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신념아래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결국 2018년에 저희 회사의 독자 기술인 GB-8을 만들어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GB-8은 한마디로 물질을 보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재입니다. SR 테크노팩의 GB-8은 EVOH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폴리비닐알코올(PVA)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PVA는 산화를 방지하는 능력에서 다른 물질보다 뛰어나지만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식품 포장에서 외면 받던 물질인데요. 저희가 개발한 GB-8은 특허받은 레시피를 통해 물, 가스 등 외부자극 전반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덕분에 GB-8을 식품포장에 사용되는 소재에 적용해 기존 EVOH 필름의 산소 투과율보다 낮은 하루 ㎡당 0.123세제곱센티미터의 산소가 스며들어 상품화 및 비용효과에 장점이 있습니다.GB-8은 2018년 한국 특허를 탔고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에서도 검토 중입니다.
GB-8이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장점은 친환경 부분입니다. 편의점 진열대에 놓인 컵 커피 중 상당수가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이 컵들을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플라스틱과 다른 재료들이 혼합되어 쉽게 재활용되지 않아 매립지에 묻히는 ‘Other’로 분류됩니다. 이 컵들뿐만 아니라 많은 음료용기들은 산소 차단성을 위해 내부에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합니다. 이 경우 분류 배출을 통해서만 재활용이 가능한데, 소비자 차원에서 분리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터라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매립지로 갑니다.그러나 GB-8은 극소량으로도 코팅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식품 용기에 적용시 단일 소재로 인식, 폴리프로필렌의 주원료를 가리키는 'PP'로 분류돼 플라스틱 섬유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라벨 코팅에 사용되는 PVA의 양이 적고 GB-8 성분이 생분해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분리하는 수고 없이도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죠. 요즘 같은 필(必)환경 시대엔 저희의 기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네모박스 안의 표시로 단일소재 및 재활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SR테크노팩은 현재 네슬레 말레이시아 등 국내외 식품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GB-8’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19년엔 국내 유가공 전문기업 푸르밀의 RTD 컵 커피 음료 ‘카페베네 카페라떼’에 GB-8을 국내 업계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는데요. 2020년엔 네슬레 말레이시아 지사의 RTD 컵커피 '네스카페 카라멜 마끼아또', '네스카페 스무스 카푸치노' 2종에 GB-8 기술을 적용하면서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전세계 친환경 트렌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기술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되기에 저희의 기술력도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게 GB-8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산소차단코팅필름은 적용 여부에 따라 무한한데요. 예를 들어, GB-8은 현재 식품 포장에 쓰이지만, GB-9나 GB-10 등 차세대 소재는 산소 차단 기능이 강화돼 첨단 디스플레이, 가스탱크 등 다양한 최첨단 산업에 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세계 식품포장 시장은 2853억 달러로 규모로 매년 평균 5.39%의 성장률을 보이고, 2022년에는 3710억 달러까지 예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개발특구진행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품 포장시장 규모는 2020년 19.5억 달러로 추정됩니다SR 테크노팩은 이 같은 시장의 성장과 그에 따른 니즈에 맞춰 발전을 거듭할 계획입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식품포장회사로서 더 큰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기업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식품포장제품과 소재, 특히 산소차단 기술에 전문성을 갖춘 중견기업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후일에는 식품포장을 넘어 산업을 가리지 않고 저희 고객의 모든 가치를 포장하는 전문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산소차단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