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에 산 개포주공 5억에 팔아버린 '폭망 재테크'

조회수 2020. 10.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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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가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책은 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이 펴낸 ‘실패로 풀어보는 재테크 호구 탈출(텔루스)’입니다.

[땅집고 북스] ④7억원에 산 개포주공 아파트 5억원에 급매 처분한 M씨

[땅집고]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 /조선DB

두 자녀를 둔 40대 가장 M씨는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이 한창 오르던 2006년 11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 53㎡(이하 전용면적)를 7억원에 매입했다. 수중에 있던 돈은 본인 아파트 처분대금 2억원과 현금 4000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부모님도 집을 팔아 보태고 대출도 최대한 받아 입주했다. 1983년에 입주한 오래된 아파트여서 단지 내 환경은 열악했지만, 재건축을 기대하고 투자 겸 실거주하기로 한 것. 결국 좁은 집에 부모님과 M씨 부부, 초등학생 자녀 2명까지 3대가 함께 살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 살아보니 복도식이어서 사생활 보호 문제로 신경이 쓰였고, 늦게 퇴근하면 이중주차는 당연했다. 동네를 다니다 보면 하수구 냄새는 물론이고 여름에는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 대치동 학원가가 가깝고 유흥시설이 없어 어린 자녀들을 키우기엔 나쁘지 않았지만 어른들 입장에서는 귀가 후 갈 데가 없었다.

그러던 중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경제위기로 우리나라가 고통을 겪던 2012년 가을, M씨는 해당 아파트를 5억원 초반에 급매로 처분하고 경기도로 집을 옮겼다. 매수가격 대비 1억원 넘게 손해보는 바람에 부부는 모두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 기준 해당 주택 가격은 16억원선에 이른다. M씨의 재건축 아파트 실패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매수 타이밍을 놓쳤다

[땅집고] 개포주공5단지 아파트 53㎡ 실거래가 추이. /최윤정 기자

M씨가 무리해서 고가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했던 이유 중 하나는 부러움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된 종합부동산세 기준인 6억원 넘는 아파트에서 사는 지인들이 늘어놓는 불평이 오히려 부러웠다는 것이다.

심리적인 이유로 섣불리 판단한 데다,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결과적으로 당시 꼭지점에 매수하게 됐다. 자녀 교육과 부모님의 지원을 고려했다면 미리 움직였어야 했다.

2. 경제위기의 순환사이클을 이해하지 못했다

[땅집고] 세계 각국 주택가격지수 비교. /조선DB

M씨가 해당 주택을 처분한 직후 다시 아파트 시세가 급반등해 이전 고점을 회복했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면 IMF 외환위기,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을 겪었지만 결국은 극복했다. 다른 나라 사례도 마찬가지다.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의 주된 책임이 있던 그리스조차 8년 만에 IMF구제금융 체제를 졸업했다. 원래 경제는 호황과 불황의 반복적인 주기가 존재한다.

3. 재테크 실패에 대한 플랜B가 없었다

M씨가 재건축의 빛을 보지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출이자 부담이 생활비를 위협하는 것도 있었지만, 좁은 공간에서 3대가 기약 없이 불편함을 참고 사는 데도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위험을 피하려면 소유와 주거를 분리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가족 수가 많으면 저렴한 가격대의 방 4칸짜리 아파트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면서, 재건축 소형 아파트는 이른바 갭(gap) 투자로 접근했다면 대출 이자도 부담하지 않으면서 매도 당시 경제위기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님 주택과 본인 주택을 모두 처분하면서까지 아파트에 몰빵하면 안 됐다.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한 세대의 주택은 지키면서 부족한 자금에 맞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건을 매수할 당시 개포주공아파트에서 면적은 작아도 4억원대 물건은 분명히 있었다. 기대수익을 조금 줄였다면 두 세대 모두 곤경에 빠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글=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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