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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600만명이 쇼핑했다는 '그날'이 기다려지는 이유

조회수 2020. 10. 23. 15: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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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소장의 리테일 프리즘] 올해 더 쓱데이가 기다려지는 이유

소싯적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경험한 적이 있다. 사회 첫 직장으로 다니던 연구소에서 미국 연수를 보내준 덕에 샌디에이고에서 6개월간 머무른 적이 있다. 당시 외국 거주 경험이 처음이었던 터라 그 짧은 기간에도 마음 한편이 적적했다. 추수감사절*에도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 유일하게 문을 연 ‘타코벨’에 가서 타코에 커피를 홀짝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그런 와중에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 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에는 꼭 쇼핑 찬스를 놓치지 말라는 주변 사람들의 팁이 귀에 들어왔다. 그 찬스를 잡아보기 위해 실제로 블랙프라이데이에 근처 ‘칼즈배드’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향했다. 80~90%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 덕에, 그날 꽤 멋스러운 ‘브룩스브라더스’의 겨울 코트를 단돈 99달러에, DKNY 백을 20달러에 샀던 기억이 난다. 그날은 뿌듯함으로 타국에서의 적적함도 잊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블랙프라이데이 하면 뭔가 소비자들에게 위로와 소확행을 줄 수 있는 날로 연상된다.

* 추수감사절: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1620년에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다음 해 가을에 처음으로 거둔 수확으로 감사제를 지낸 데서 유래

** 블랙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다음 날(금요일)로,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

이처럼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보너스를 받은 소비자들이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기다려지는 행사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누적된 재고를 처분하고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같은 온라인 쇼핑 시대에는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판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먼데이’가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에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몰들이 대대적인 세일에 들어간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매장에 나가 줄을 서지 않아도 되니 바쁜 일상인들에게 어필하는 모양이다.

중국에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못지않게 유명해진 쇼핑 이벤트가 있다. 매년 11월 11일 솔로데이에 열리는 광군제가 그것이다. 2009년 알리바바가 “솔로들을 쇼핑으로 위로해주자”라는 콘셉트로 처음 도입했다고 한다. 작년 광군제 기간 중 알리바바 계열 유통업체들이 기록한 판매액은 44조 원에 달했다. 첫 행사가 열렸던 10여 년 전에 비해 무려 5,100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 유명 브랜드가 참여하면서 세계 최대 글로벌 쇼핑 축제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한국에도 이런 쇼핑 축제가 있었으면 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고객들에게 작은 위로와 소확행을 선사하면서, 유통업체들도 반등의 모멘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작년 11월 2일 처음으로 신세계그룹 전 계열사가 힘을 모아 ‘쓱데이’의 포문을 열었다. 작년 첫 행사에서 600만 명의 고객이 찾아 4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마트는 반값으로 준비한 한우 800마리가 모두 동났고, 9만 9천 원에 판매한 32인치 일렉트로맨TV 등 가전제품들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SSG닷컴이 준비한 에어팟, 골든구스 스니커즈, 다이슨 청소기 등 타임특가 상품들도 시작 5분 만에 모두 완판됐다.

이런 쓱데이가 올해 더 특별히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다. 올해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모임 등 외부 활동이 장기간 제약되면서 국민들의 갑갑함이 쌓여가고 있다. 거기다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살림살이까지 더 팍팍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밀려드는 우울감에 힘겨워하는, 소위 ‘코로나 블루’를 겪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코로나 블루를 퇴치할 묘수가 필요하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내수 활성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금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만간 신호탄을 쏘아 올릴 제2회 ‘쓱데이’가 마음이 지친 소비자들에게는 ‘소확행’을, 우리 신세계 그룹에는 실적 반등의 ‘마중물’을, 국가 경제에는 ‘내수 촉진제’를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작년보다 더 간절하다.

코로나로 힘겨웠던 올해를 기점으로 앞으로 쓱데이가 “한 해 동안 쌓인 블루(우울감)를 씻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가는 날”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쓱데이 행사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쓱닷컴)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마존, 월마트, 타깃 등 미국의 유통업체들도 블랙프라이데이의 영업전략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조정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감안할 때, 앞으로 쇼핑 이벤트는 온라인 중심으로 기울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국경 없는 언택트 시대에 쓱데이가 대한민국 서민들의 블루를 씻어내는 것을 넘어 전 세계인들의 블루를 씻어내는 날로 발전하길 기원해 본다. 쓱데이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를 넘어서는 글로벌 쇼핑 이벤트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 소장

현재에서 미래를, 미래에서 현재를 부감하며

리테일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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