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탐정', 기존 좀비물과 무엇이 같고 다를까

조회수 2020. 10. 18. 19: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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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

좀비가 마침내 좀비물의 주인공이 됐다. [좀비탐정]은 생전의 기억을 잃고 좀비로 부활한 남자가 사설탐정이 되어 인간과 공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물론 이전에도 좀비가 극의 중심으로 나선 작품이 있긴 했지만, 릭과 대릴, 캐롤이 먼저 떠오르는 [워킹 데드]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에 머물렀고, 그나마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묻히기 십상이었다. [좀비탐정]은 속도와 규모, 잔혹함이 부각되는 좀비물의 경향에서 벗어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좀비를 내세워 신선함을 꾀한다.


부활 2년 차 좀비 김무영은 먼저 선보였던 좀비 선배들을 떠올린다. 그는 우선 영화 [웜 바디스]의 생각하는 좀비 R을 닮았다. 좀비가 되기 전에 누구였고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현재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본능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심장이 차갑게 식은 좀비이면서도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으려 한다. 그뿐인가, R이 줄리를 보고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것처럼, 무영은 생전의 기억과 맞닿는 특정 순간에 인간적으로 반응한다.


인간적인 좀비 무영이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이야기는 드라마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와 [아이좀비]를 반반 섞은 듯한 유쾌함과 미스터리한 긴장감이 있다. [좀비탐정]은 하루아침에 좀비가 된 쉴라의 적응기를 그린 [산타클라리라 다이어트]처럼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이 물씬하다. 여기에 짠 내 나는 웃음을 가득 더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애처로운 좀비 캐릭터를 완성했다. 대인기피증이 있을 만큼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인간의 행색을 갖춘 무영이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며 살아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짠한 웃음이 진동한다.

출처: KBS

무영이 탐정의 신분으로 베일에 가려진 과거사를 추적하는 모습은 시체안치소의 검시관이 되어 새롭게 얻은 능력으로 사건 해결을 돕고 배후를 파헤치는 [아이좀비]의 리브와 비슷하다. 다만 [좀비탐정]은 가볍고 경쾌한 좀비 수사물에 가까웠던 [아이좀비]보다 어둡고 묵직한 스릴러의 색이 짙다. 살인사건에 얽힌 비극적인 과거가 밝혀지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7-8화가 좋은 예다. 또, 리브가 인간이 개발한 신약 때문에 좀비로 변한 것처럼, 무영이 죽음에서 부활한 이유는 따로 있다.


[부산행], [창궐], [킹덤] 등 흔히 K-좀비라 불리는 국내 좀비물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두드러진다. [좀비탐정]도 이를 굳이 피해 가지 않지만, 좀비의 시선이 투영됐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지점을 갖는다. 무영은 본능에 사로잡히지 않고 인간성을 지키려고 발버둥 치는 좀비다. 원치 않았지만 새롭게 태어난 세상에서 무영은 인간들이 좀비인 자신보다 추악하고 부조리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드라마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 인간들 틈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무영을 이기심과 뒤틀린 욕망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과 대비하며 인간성을 지킨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출처: KBS

[좀비탐정]은 이제 진짜 김무영의 과거 미스터리를 남겨두고 있다. 사실 참신한 설정에 비해 초반 전개는 아쉽기만 했다. 예능국에서 만든 코미디 기반의 예능 드라마라는 걸 감안해도 무영이 인간 세상에 나타나 벌어지는 갖가지 소동을 상황극처럼 나열하는 전개는 산만했고, 유재석과 송가인, 김민경, 유민상 등 카메오는 극에 활기를 불어넣기보다 뜬금없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무영의 정체를 유일하게 아는 조력자 공선지와의 관계 구축이 느슨하게 흘러가 극 전개 자체가 굉장히 어정쩡해 보였다. 이야기에 응집력이 생긴 건 선지가 무영의 정체를 알고 나서부터다. 비로소 궤도에 올라 각종 의문점이 하나둘씩 해소되면서 장르적인 재미가 살아났다. 회를 거듭할수록 무르익는 만큼 마지막까지 잘 이끌어 좀비물의 새로운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길 바란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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