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도 함께 가는 전시가 있다

조회수 2020. 10. 15.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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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에디트의 객원 필자 김은아다. 숫자와 점수는 무조건 높을수록 좋은 건 줄 알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존재를 만나기 전까지는. 몇 달 만에 2.5도, 2도 아닌 ‘1단계’라는 소식을 접하니 어찌나 반갑던지. 이 소중한 1을 사수하기 위해 마스크 꼭꼭 끼고 슬쩍 전시회에 나가볼 참이다. 이 지난한 시기를 통과 중인 우리를 위로하는 예쁨과 위로, 즐거움이 그곳에 있으니. 이번에는 댕댕이도 함께!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코로나로 사람만 힘든 줄 알았냐멍?” “우리 댕댕이들이야말로 좋아하는 산책도 잘 못하고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개!” 라고 댕댕이들은 절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댕댕이들은 천사니까. 그러나 주인의 마음은 그렇지 못한 것. 요번 주말에는 강아지에게 흥미로운 나들이로 미안함을 덜어보자. 바로 미술관 산책이라는 선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은 반려견과 반려인을 위한 전시다. 당연히 개도 당당한 관람객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전시 구성도 세심하게 개 고객님을 배려한다. 수의사가 동물 행동과 감정, 습성에 대한 조언을 하며 전시 기획에 참여했고, 건축가 김경재와 조경가 유승종은 개를 위한 건축과 조경을 맡았다. 전시장 역시 개들이 식별할 수 있는 색상인 노랑과 파란색으로 꾸며졌다. 작품은 인간 중심 사고에 대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일침을 가한다. 미술관 앞 잔디밭에는 개를 위한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마음껏 뛰어놀 수도 있다.


📅9월 4일~10월 2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만약 ‘국민 화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면 어떤 작가에게 주고 싶나. 고흐, 모네, 피카소? 마티스야말로 이 타이틀을 가질 자격이 있지 않나 싶다. 간결한 선, 시크한 터치가 빛나는 그의 작품이 요 몇 년 사이에 인테리어의 필수품으로 떠올랐으니까. 뭔가 예술적인 것도 같고, 멋있는 것도 맞는데 왜들 이렇게까지 마티스를 사랑하는 거야? 한 번쯤 궁금했던 적이 있다면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전으로 향해보자.

[Photo by Hélène Adant / Archive Photos via Getty Images]

올해는 마티스가 탄생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전시는 이를 기념해 열리는 만큼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마티스는 야수파 화가로 분류되는데, 50년간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유화, 드로잉, 조각, 판화, 컷아웃, 책 삽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페인팅 작품은 물론 발레 공연을 위해 디자인한 무대 의상이나 로사리오 경당 건축 디자인까지 우리에게 덜 알려진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후기의 컷아웃 기법을 사용한 <재즈> 시리즈. 컷아웃(Cut-out)은 말 그대로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기법인데, 작가가 타히티와 모로코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패턴과 선명하고 발랄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피카소는 마티스의 컷아웃 작품들을 보고 “그는 배 속에 태양을 품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마티스의 컷아웃 작품에 담긴 간결함은 20세기 이후 추상미술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폭넓은 영향을 주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원룸에 그의 포스터를 붙여놓은 것처럼!


오늘의 집이나 텐바이텐에서 한 번쯤 그의 작품을 구입했거나, 구입을 고민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진짜’를 만나보자. 보면 안다. ‘진짜’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2020년 10월 31일~2021년 3월 3일

📍마이아트뮤지엄


teamLab:LIFE

팀랩(teamLab)의 전시 <teamLab:LIFE>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나만 고른다면 이거다. “휴가를 내세요.” 가능한 사람이 없을 때 오래오래 머물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전시를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작품의 숫자가 많아서인가 하면 오히려 그 반대다. 널찍한 DDP를 겨우 몇 개의 큼직한 공간으로 나누어 두었을 뿐이다. 그 공간에서 무엇이 펼쳐지는가하면… 꽃이 피고 진다. 파도가 친다. 어떤 나비는 날아오르면, 어떤 나비는 허공으로 사라진다. 이게 무슨 길거리에 은행 굴러다니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 전시의 중심은 ‘사건’에 있지 않다. <기생충>을 ‘어떤 가족이 부잣집에 숨어들었다가 비극이 벌어진다’고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게 영화의 10%도 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더구나 바닥부터 벽, 저 높은 천정까지 이어져 공간을 가득 채우는 그래픽은 관람객을 압도한다. 우리가 우주 속의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일깨우려는 듯. 인간이 자연의 관찰자에만 머무를 수 없는 것처럼, 작품 속에 들어선 관람객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손을 대는 것에 따라, 또 발걸음을 옮기는 방향에 따라 물줄기가 다르게 흐르고, 꽃잎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이 풍경은 열두 달을 상징하는 12개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팀랩이 이 무한한 순환으로 말하려는 것은 자연의 축복이나 위협, 문명의 혜택과 위기까지 모든 것이 한 덩어리로 이어져 있다는 것.

팀랩은 이렇듯 꾸준히 인간-자연, 개인-세계라는 관계의 연결고리를 작품에 담아내온 아트 크루다. 주목할 점은 멤버가 예술가들만이 아니라는 것.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애니메이터, 수학자, 건축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업하고 있다. 예술과 기술을 시너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작품은 일방적인 상영이 아니라 관람객과 긴밀히 호흡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때문에 전시 기간 내내 한 번도 같은 장면이 반복되지 않는다. 덜 붐비는 시간에 전시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대한 그래픽에 둘러싸여 작품과 함께 호흡하는 경험을 위해.


2020년도 두어 달밖에 남지 않았다. 반강제로 아껴둘 수밖에 없었던 휴가를 슬슬 방출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그중 하루쯤은 전시 관람을 위해 써보면 어떨까. 조금만 걸으면 을지로 골목이니 마음에 드는 바에서 전시의 여운을 곱씹어봐도 좋겠다.


📅2020년 9월 25일~ 2021년 4월 4일

📍DDP 배움터 B2 디자인 전시관


김홍식 개인전 <FAITH>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덧셈이야말로 우리가 전시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1+1’이 아니라 ‘1+떡볶이’ 같은 장르를 넘나드는 신박한 공식 말이다. 이런 새로운 작품을 찾고 있다면 작가 김홍식의 개인전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는 현대사회, 자본주의 시대의 다양한 모순을 주제로 작업해왔는데, 방식이 독특하다. 옻칠, 자개, 민화 등의 동양적인 기법과 그래피티를 결합한 것.

그래피티로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언제나 사회의 모순과 금기를 깨뜨리고자 해왔다. 특히 행복의 수단이자 목적으로 누구나 돈을 갈구하면서도 물질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하는 한국인의 습성 같은 것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총 시리즈’ ‘골드 카모 시리즈’ ‘8 시리즈’는 돈에 대한 긍정을 숨기지 않고, ‘위선과 가식은 내려놓고 충실히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라’고 속삭인다.


📅10월 10일~ 11월 8일

📍서드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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