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덕후가 자라서 영어교육 앱 개발한 사연은?

조회수 2020. 10. 13.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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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좋아했던 게임 덕후는 자라서 영어 학습 앱을 개발한 기업의 대표가 되었어요.


캐치잇플레이의 최원규 대표는 회사를 창업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시장까지 진출하게 되었는데요. 최근에는 캐치잇 잉글리시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어요. 


회사 창업부터 캐치잇 잉글리시 앱이 나오기까지, 최원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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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 김청연 기자

소년은 게임에 푹 빠진 이른바 ‘게임 덕후’였어요. 초등학교 시절, 게임에 빠져 지낸 탓에 성적은 좋지 못했어요. 한데 중학교에 입학한 뒤 영어는 거의 만점이었어요. 영어가 좋아 하루 8시간 이상 공부했죠. 게임처럼 진행하는 친구 어머니의 과외수업 덕분이었어요. 친구들과 재미있게 경쟁하며 퀴즈를 풀고 보상받는 과정이 게임과도 같았어요. 공부에 동기부여와 자신감이 붙었어요.

‘플레이 더 라이프(Play the life)’. 소년은 성장해 이런 슬로건이 있는 회사 ‘캐치잇플레이(Catch It Play)’를 창업해요. 2016년 문을 연 이 회사는 언어 학습이라는 과정을 마치 게임하듯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통신(모바일 앱) 기업이에요.

최원규(41) 대표는 사람들이 즐겁게 영어를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게임을 활용한 영어 학습용 앱 ‘캐치잇 잉글리시(Catch It English)’를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친구와 함께 게임하듯 주어진 단어의 뜻, 철자, 문장의 의미 등을 맞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영어 문장을 외우고, 문장 구조 등에 대한 감각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설계한 앱이에요. 음성인식 엔진을 통해 영어 단어와 문장을 여러 번 들려주고, 따라 할 수 있게 해 초보자도 영어를 재미있게 익히고 말할 수 있어요.

▶최원규 대표가 2017년 청년 기업인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던 모습| 캐치잇플레이

게임 몰입 원리, 학습에 적용 연구하며 창업

최 대표는 창업 전 소프트맥스, 엔씨소프트 등에서 ‘창세기전’ ‘리니지2’ 등 게임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어요. 그때부터 인간이 게임에 왜 몰입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에 관심이 많아 게임학, 심리학 책을 읽었죠.

어린 시절 경험에 비춰 게임 요소가 ‘즐거운 학습’을 하는 데 동기를 줄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어요.

“리니지는 나온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습니다. 사용자들은 그 게임 속 세상을 또 하나의 삶으로 느끼는 거 같더라고요. 그 속에서 공동체를 이뤄 소통·성장하고, 성이나 국가를 세우면서 일종의 ‘자아실현’을 해나간다는 방향성이 있죠. 그것이 단순히 게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입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경쟁’ ‘성장’ 등 게임 속 각 요소와 요소들이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거죠. 이를 다른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2009년 애플의 아이폰 3GS 발매는 그의 창업에 일종의 ‘너지(Nudge·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역할을 했어요. 곧 오프라인과 PC 속 여러 콘텐츠가 스마트폰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 가운데 게임과 학습 분야는 반드시 포함되리라는 확신이 커졌죠.

이후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 진학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문제 해결이나 지식 전달에 게임 기법을 접목하는 것)’을 전공해 창업 준비를 했다고 해요.

“교육공학을 전공할 때 마음에 큰 울림을 준 말이 있었어요. ‘교육은 사람을 (낮은) 이 상태에서 (더 고차원적인) 저 상태로 성장·변화시켜준다.’ 내가 지금껏 터득한 기술로 사람들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줄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제 앱을 통해 누군가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서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게 됐다면, 저는 그 사람 인생에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준 셈이잖아요.”

실제로 캐치잇 잉글리시에는 학습에 몰입하게 하는 특징들이 보이는데요.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게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타격감 등의 요소를 시청각적으로 정밀하게 구현했어요. 또 이용자들이 혼자 공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 풀어가는 과정을 다른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상호작용 요소가 많고요.

▶캐치잇 잉글리시 | 캐치잇플레이

2019 창구 프로그램 지원, 톱3 선정되기도

캐치잇 잉글리시는 2016년 팁스(TIPS) 창업사업화 지원 등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조금씩 성장했어요. 특히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구글플레이가 함께 지원하는 창업 지원 사업인 ‘창구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죠.

이 프로그램 평가에선 톱3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창구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캐치잇 잉글리시 일본판이 나왔고, 미국에선 ‘캐치잇 한국어’도 선보였어요. 캐치잇 잉글리시는 2019년 말 구글플레이 앱 마켓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을 넘어섰고, 이제 150만을 코앞에 두고 있어요.

특히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의 앱·글로벌 론칭 컨설팅(사업 개시 상담)을 받은 경험 등은 글로벌 성장에 큰 역할을 했어요.

“수익모델(BM)을 고민하는 중요한 시점에 구글에서 ‘연간 구독시장이 100% 성장하고 있다’는 데이터를 기초로 수익모델을 구독 방식으로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왔어요.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수익모델을 적용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유의미한 제안이었죠. 결국 결단을 내렸습니다. 덕분에 관리를 어떻게 할지 판단이 쉬워졌죠. 11월에는 중국어, 베트남어, 독일어 등 10개 국어 버전 풀패키지 업데이트를 준비 중인데 이를 통해 빨리 1000만 다운로드 수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창구 프로그램 일환으로 최 대표가 직접 출연한 홍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744만 회 이상을 기록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어요.

“영상을 보고 채용 공고 기간이 아닌데도 함께 일해보고 싶다며 원서를 보내온 이도 있었죠. 뜻이 맞아 함께 일하기로 했어요. 신생기업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릴 만한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린 덕에 좋은 인재와 함께할 기회가 생긴 거죠. 브랜드 가치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국내에서 가능성을 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에 지금처럼 많은 지원을 하고, 글로벌 교두보가 될 만한 프로그램도 계속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캐치잇 잉글리시 | 캐치잇플레이

앱 덕분에 ‘영어 푹 빠졌다’ 반응에 보람

“나도 모르는 새 영어 한 문장이, 우리말 하듯 바로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아! 영어로 이렇게 말하면 되는구나, 깨달음을 얻었어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영어와 나는 안 맞는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앱을 이용하면서 실력이 늘었고, 공무원시험 영어에서 100점 맞았어요.” 최 대표와 캐치잇플레이 직원들은 이용자들에게서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등산할 때 사람마다 산에 오르는 방법과 속도가 다른 것처럼 학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한데 대다수 학습 앱이 잘하는 사람들 위주로, 효율성 중심으로 30여 분 만에 산에 올라야 하는 것처럼 설계되어 있더라고요. 우리 앱으로, 특히 영어에 자신감이 부족한 초보 학습자들이 자신만의 호흡으로 산 타는 방법을 터득하고, 즐겁게 정상에 오르기를 바랍니다.”

캐치잇플레이는 최근 코로나19로 학업 공백이 생긴 학생들을 위해 캐치잇 잉글리시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인공지능(AI) 강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에요. 매해 앱에 쌓이는 3000만여 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별 맞춤형 학습법을 제시하려고 해요.

“캐치잇 잉글리시가 하나의 ‘세계’가 되고, 그 속에서 온라인상 앱 속 자아가 사람들과 대화 및 교류하면서 자신한테 맞춤한 학습을 경험하는 겁니다. 가장 쉬운 언어학습 방법은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직접 교류·소통하는 거죠. 현재 우리 앱을 한국어·영어·일본어 원어민들이 이용하는데 이렇게 쌓인 사용자 자원을 통해 실제로 원어민과 대화하는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는 평생 단 하루도 일을 하지 않았다. 그건 모두 재미있는 놀이였다.” 최 대표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남긴 이 말을 좋아한다고 했죠. 캐치잇 잉글리시를 즐기며 공부하는 이용자 사례를 소개하던 그의 눈빛은 즐거운 놀이에 빠져 있는 듯했어요.

“저는 삶이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앱이 이용자들에게 삶 속 배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창구 프로그램이란?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도약패키지와 구글의 ‘구'글플레이가 2019년 3월 협력해 만든 ‘창구 프로그램’은 국내 앱·게임 개발사의 성장과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스케일업(Scale-up)’ 프로그램이에요. 2019년도 행정안전부 주최 ‘정부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창업 기업의 사업화 전 과정을 일괄로 지원하는 혁신 모델로 인정받았어요.

2020년 창구 프로그램 시즌2에서는 2019년도 60개 창업 기업 지원에서 80개로 확대됐어요. 선정된 기업에는 콘텐츠(기술) 고도화를 위한 사업화 자금과 구글의 다양한 세미나 및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제공돼요. 이 밖에도 국내외 벤처캐피털 및 배급사를 대상으로 한 시연회 참여, 구글플레이 포인트 인스톨 프로모션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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