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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 고백한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순간'

조회수 2020. 9. 3. 16: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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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오래된 나를 버리는 시간
누군가 가끔 인생에 후회되는 일이 있냐고 물어보면, 저는 저의 20대였다고 얘기합니다.
출처: jtbc '요즘애들'

유재석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서를 썼다. 내내 미소를 머금은 채 그는 담담하게 지난 사십여 년간을 정리했다. 

늘 불만에 차 있었지만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태한 저의 20대가 가장 후회됩니다. 하지만 그런 20대가 있었기에 저의 30대와 40대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유재석, 가상 유서 中-
출처: jtbc '요즘애들'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보인다


유재석은 유서를 쓰고 난 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어서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를 출연진들은 새로운 삶이 주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 내일이 없다고 가정하는 순간,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를 충만하게 사는 것이 왜 중요한지 깨달은 것이다. 


그들의 말처럼 유서를 쓰는 일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나은 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매일 천천히 태어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심연>, <수련>을 쓴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오래된 나 버리기’를 꼽는다. 곤충과 뱀이 그렇듯 인간 역시 탈피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로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마르쿠스 아루렐리우스의 유서인 명상록 12장을 예로 든다. 

명상록 12장 中
인생의 구원은 개별 사물의 전체적인 실체와 그 소재와 그 원인을 꿰뚫어 본 뒤 온 마음을 바쳐 옳은 것을 행하고, 진실을 말하는 데 달려 있다. 선행에 선행을 이어 삶에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이다.

-『명상록』 12.24

“조그만 틈”도 허락하지 않는 삶, 정신으로 자신의 삶을 검증하는 수고가 자연스런 아우렐리우스의 습관이자 개성이 됐다. 당시 로마인들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고 우쭐대면서 그들의 동네, 가족 그리고 로마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했는데, 사실 이런 관계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출신 배경 같은 외부 환경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연히, 그리고 운명적으로 결정된 것들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이러한 외부적 요인에 스스로를 가둬두지 않는다. 객관적인 사람은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 뿐임을 인식한다. 


오직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만 이 우연한 거미줄에 매달려 그것이 우주인 줄 알고 산 것이다. 죽음을 앞둔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면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긴다.

오, 인간이여! 너는 이 위대한 도시에서 시민으로 살았다. 너를 도시에서 퇴장시킨 건 독재자나 부패한 판사가 아니다. 그것은 너를 이 세상으로 들여놓은 똑같은 자연이다. 그것은 관리가 희극배우를 고용했다가 더 이상 무대 위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해고하는 것과 같다.

“저는 5막이 아니라 이제 겨우 3막을 연기했습니다.”

네 말이 옳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3막이 전체 연극이다. 왜냐하면 언제 끝날지를 결정하는 것은 처음에는 너의 구성에, 지금은 너의 해체에 책임이 있는 자의 몫이다. 그러나 너는 어느 쪽에도 권한도 책임도 없다. 이제 평안히 떠나라. 너를 해고하는 자도 평안을 품고 있다.

-『명상록』 12.36

아우렐리우스의 말처럼 인생은 5막인 줄 알았건만 3막으로 종료되는 허무한 연극일 수도 있다. 내 삶의 시작을 예상하지 못한 채 시작하는 것처럼 삶의 끝 역시 예상할 수 없다. 내일을 위해 아껴 두고 미뤄두었던 일들과 마음들을 영영 꺼내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아우렐리우스가 다짐했듯, 선행에 선행을 이으며 ‘조그만 틈’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오늘 옳은 것을 말하고 진실을 말하는가? 나는 옳은 것을 가려내고 진실한 말을 생각해낼 수 있는가?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가? 반성도, 실천도, 칭찬도 아직은 늦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오늘, 오래된 나를 버려야 하는 이유다.


마침내 더 나은 나를 만나는 감동

<심연>, <수련>, <정적>을 잇는 

배철현의 인문에세이 4부작 완결판!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의

 하루 10분, 오래된 나를 버리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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