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빙하속에서 발견된 실종된 부부의 시신
지난 여름 해발 2600m에 위치한 알프스 디아블르레 빙하 속에서 한쌍의 남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현지 경찰의 조사 결과 이들은 75년 전 실종됐던 부부였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1942년 8월 15일 아침, 알프스 고지대 샹돌랭 마을에 살던 뒤물랭 부부는 인근 베른 칸톤 목초지에서 기르던 소들을 둘러보러 그날 아침 길을 떠났다.
빙하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이동하던 두 사람이 길을 떠날 때는 날씨가 좋았지만 구름이 끼면서 시야가 나빠졌고 부부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악천후 속에서 빙하의 갈라진 틈인 크레바스로 추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였다. 물병과 배낭, 시계 등 유류품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뒤물랭 부부의 자녀에 따르면 아버지는 신발을 만들어 팔았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부모가 실종되자 자녀는 구조 당국과 마을 주민들이 두 달여 동안 수색 작업을 펼쳤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부모를 잃은 7명의 자녀는 위탁 가정으로 보내졌다.
시신이 발견되면서 자녀들은 75년 만에 부모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다.
부모가 실종됐을 당시 4살이었다는 이 여성은 "7남매가 함께 평생 부모님을 찾아다녔다"라며 "온전한 모습의 부모를 찾아내서 장례식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희망을 상징하기 위해 부모님의 장례식에서 검은색이 아닌 흰색 옷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